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부쩍 쌀쌀해진 11월, 학보는 신입 기자님들을 맞기 위한 홍보 포스터 촬영을 마쳤습니다. 캠퍼스 곳곳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몸이 서늘해져 겨울이 다가온 것을 체감합니다. 잊었던 계절이 돌아오는 시기, 학생 사회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제55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회 선거가 진행 중인데요. 수업권 보장, 대외이미지 개선 등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들이 공약으로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근래에 학내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보면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
이대학보 신입기자로 들어온지 약 11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두 번의 마감만이 남았다. 퇴임을 목전에 둔 나에게 올해 무얼 했냐 물어본다면 단연코 나는 학보로 시작해서 학보로 끝났던 한 해였다고 답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한 해 동안 명함 내밀 만한 활동으로 학보 하나 했다고 한다면 단순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만 해도 성적 챙기기 바쁜데 저마다 다채로운 활동으로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는 동기들로 가득하니 말이다.그렇다고 학생과 취재기자라는 두 신분을 오가며 학교생활을 보내는 동안 내게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는 결코 말하기 어렵겠
아무리 Y2K가 돌아와도, 아날로그가 유행해도 우리는 현재에 머물러 있다. 지금으로부터 딱 11년 전, 처음으로 핸드폰을 가졌었다. 이제는 시간 속으로 사라진 추억의 슬림팬더폰. 그 시절 핸드폰이 으레 그렇듯, 문자와 전화, 유치한 미니게임이 전부였지만 2011년의 12살에겐 첨단의 극이었다. 매일 밤 친구와 몰래 숨죽여 키득이는 전화와 문자의 재미에 빠진 덕분에 늘 배터리와 긴장의 줄다리기를 탔다.학교가 끝나고 마지막 한 칸의 수명이 다했을 때, 나를 구한 건 지겹도록 낡아빠진 아날로그의 산물이었다. 사실 자주 있던 일이었기에 익
“행복과 고통이 비례하는 세상, 행복도 고통도 없는 세상. 너는 어디서 살래?”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나는 일말의 여지 없이 후자를 택했다. 행복은 짧지만, 고통은 길고 또 깊다. 어떤 고통은 마음에 옅어지지 않는 상흔을 남기며 내일로 넘어갈 힘조차 앗아간다. 차라리 나는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싶었다. 불안을 피할 수만 있다면 행복을 팔고 싶었다.하지만 행복도 고통도 없는 세상이란 불가능했다. 산뜻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 쾌청한 하늘, 따스하게 물든 단풍에도 나는 행복했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 가난이 빼앗은 존
'좋아하는 것이 삶을 지탱한다.' 내 주변에는 이 말을 실감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를 밥보다 자주 찾는 친구, 책을 달에 열 권은 읽는 친구, 좋아하는 마음이 밥 먹여준다는 친구.나도 그 중 하나다. 나는 좋아하는 게 정말 많다. 쉴 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냐는 질문을 받으면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취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 무엇을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다.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하고, 밤에는 영화관을 자주 찾으며, 종종 드라마를 보느라 밤을 꼴딱 샌다. 집에서는 요가를 하고, 여름에는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그간 잘 지내셨나요? 어느덧 고된 중간고사 기간도 끝나고 학기의 후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대학보도 3주간의 휴간을 마치고 하반기 발행을 재개했습니다. 오랜만에 독자 여러분을 다시 뵙는다고 생각하니 정말 반갑고, 하반기에는 또 어떤 소식을 전할까 하는 생각에 설레기도 합니다.저는 휴간기간 동안 상반기 활동을 되돌아보며 하반기에 더 발전하는 학보가 되고자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발행했던 신문들을 찬찬히 읽다보니, 계속해서 제 머리 속을 맴도는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ㄱ씨는 이렇
길을 건널 때는 손을 들고, 토요일 아침에는 항상 같은 번호로 로또를 산다.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만나면 줄줄 외울 때까지 보고 매일 밤 애니메이션을 자장가 삼아 잔다. 배달음식이 소울푸드고 외출보다는 역시 침대가 좋다. 이런 나의 멋진 일상을 우리 가족은 B급 인생이라 부른다.B급의 사전적 정의는 딱 자기 앞가림은 해도 자랑하기는 힘든 보통 수준의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딱 내 인생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그럭저럭 굴러가고 별 하자도 없지만, 타인의 시선에선 어딘가 한심한. 그렇지만, 그들의 평가와는 별개로 이런 일상이
2022년 9월8일 오후1시 추석 귀성길, 인산인해를 이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멍하니 앉아 숨을 고르는데 다급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다 매진됐대! 사람들이 미리 예매를 해서 여기서는 표를 살 수 없다네.' 어르신은 발을 동동 구르며 떠나는 버스들을 망연히 바라보셨다. 오분 간격으로 사람들을 가득 실은 버스가 오고 가기를 반복했다. 저 많은 버스에 어르신을 위한 자리 하나가 없다니. ‘터미널에서 표를 살 수는 없을까. 추석같이 사람들이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때에 미리 예매하는 방법은 뭘까.’ 그런 걱정들을 해본 적이
또 한 명의 여성이 살해당했습니다.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 항상 독자 여러분께 올리던 첫인사 대신 추모의 말로 글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20대 여성 역무원이었던 피해자는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중 한 남성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2년간 스토킹했으며 법원의 선고 직전 살인을 저질렀습니다.문제는 시스템의 부재였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방치한 서울교통공사, 추가 범죄의 우려가 있음에도 가해자를 구속 조치하지 않은 경찰과 법원 모두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사회는 온당히 나서서 여
새 학기 대면을 맞아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스타 아이디 교환할까요?", "인스타 아이디 쌓읍시다!" 인스타그램은 언젠가부터 명함의 역할을 대신하고, 대학생이 되고는 주변의 한 명쯤은 꼭 사진 찍기를 취미로 가지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면서도 인스타그램, 트위터 빠지지 않고 업로드하는 콘텐츠는 모두 글보단 이미지가 중심이라 사진은 언제나 필요의 대상이다.SNS의 사용자 수 등락을 보면 10년대 말부터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서서히 트렌드가 이동한다. 인터넷의 시대에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소셜
8월21일 오후5시50분.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202번 버스에 탑승했다. 강한 햇빛에 땀은 쉴 새 없이 흘렀고 가야 하는 정류장은 20개가 넘었다. 그래도 우리는 빠른 택시보다 느린 버스를 택했다.여행 출발 직전까지 과연 여행을 가는 게 맞을까 수도 없이 고민했다. 처리해야 하는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급한 연락이 올까 봐 휴대폰 소리를 최대로 켜놓았다. 마치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만 같아 일종의 죄의식을 가지고 여정을 시작했다. 거대한 마케팅 시장이 만들어놓은 ‘MZ세대’와 ‘갓생’의 이미지가 무의식을
디즈니 스튜디오가 실사 영화 ‘인어공주’의 예고편을 공개했다. 흑인 배우 ‘핼리 베일리(Halle Bailey)’가 주인공 역을 맡았다. 15초가량 영상에 짧게 등장한 흑인 인어공주는 일명 레게 머리로 불리는 땋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 원작과는 다른 인어공주 모습에 일부 디즈니 팬덤은 반발했고 캐스팅 논란으로 번졌다. #NotmyAriel(나의 애리얼은 이렇지 않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베일리’를 반대한 이들은 레게머리 흑인공주는 디즈니 인어공주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진저(붉은 머리를 가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청명한 하늘 아래, 저마다의 일정으로 교정을 바삐 오가는 학우들의 모습을 보니 개강이 실감나는 것 같습니다.이번 마감은 제가 편집국장이 된 이후 세 번째 마감이었습니다. 편집국장으로서 깐깐하게 취재 지도를 하면서도, 대면 수업과 학보 업무를 병행하며 힘들어하는 기자님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요즘입니다.편집국장이라는 자리를 맡게 된 후 저는 기사와 사진, 지면 디자인 외에도 자잘한 부분을 챙기느라
공교롭게도, 머피의 법칙이 성립할 때가 꼭 있다. 등교할 때 종종 나는 이 법칙을 체감하곤 한다. 내 앞에서 건널목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고, 버스가 떠나가고, 강의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일쑤. 성미가 워낙 급한 사람이기에, 우연으로 연달아 발생한 시간적 지연을 허용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이런 불운의 징크스가 생길 때면 나는 항상 친구들에게 ‘눈앞에서 무언가를 놓치는 병’이 있다며 자조적인 농담을 늘어놓는다.약 5개월 전, 꽃향기가 코끝을 찌르는 완연한 봄이었을 때다. 내 불평이 무색해질 만한 일이 찾아왔다.
“밀린 월세는 어떻게 할거야? 이것도 보증금 300만원에서 까? 알겠어. 뒤에 다른 사람 들어와야 하니까 이것들 싹 치워줘.” 산 언덕에 위치한 1층짜리 다세대 주택, 5평 내외의 공간으로 구획된 건물에는 여덟 가구가 살고 있다. 지친 목소리의 주인공은 집주인 아저씨였다. 명령문에 답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우리 집은 보증금 500만원 받았는데.’ 우습게도 집주인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올해 1월 서울에서 첫 자취를 시작하며 학교 근처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은 보증금 500에 월세
기숙사로 가기 위해 저녁 기차에 몸을 실었다. 쉬려는데 아이의 옹알이가 들려왔다. 아우- 아아 아우. 기차에 탄 사람들의 서늘한 시선과 침묵 속에서 '조용히 좀 시켜요. 애가 시끄럽네.' 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들은 듯 아이 엄마는 급히 호실 밖으로 나갔다. 한 아이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노! 나 이건 아는데, 엄마 키즈가 뭐야? 뭐가 안된다는 거야?' 이제 막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아이가 '노'를 이해하는 기쁨과 새로운 글자를 알 기대에 차 있었다. 그러나 기쁨이 슬픔이 되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던 아이의 표정이 기차안의 순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학잠을 걸치고 쓰는 글입니다. 어느새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네요. 계절이 바뀌며 캠퍼스도 활기를 찾았습니다. 이대학보 구성원들은 학보실에서 개강 첫날을 맞았는데요. 이른 시간부터 ECC를 지나는 수많은 학생들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학보를 읽어주신다고 생각하니 더 좋은 신문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좋은 신문이란 무엇일까요? 지난 학기 이대학보의 일원이 되면서 성실한 취재를 하고 꼼꼼한 기사를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무엇이 좋은 기사인지 끊임없이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코가 건조하다 했더니 드디어 가을이 오나 보다. 이 지독한 여름도 지나간다. 이번 여름에는 장마도 끝이구나 싶을 때마다 다시 비가 내렸다. 그렇게 한 달 넘게 비가 끊이지 않을 동안 한강 공원도 여러 번 물에 잠겼었다.어릴 때, 장마철에 비가 많이 와 한강이 범람했던 적이 있다. 할머니와 함께 물에 잠긴 한강 공원 입구를 보러 갔었다. 입구에는 출입 통제 테이프가 붙어있었고, 공원으로 내려가는 경사로가 물에 반쯤 잠겨있었다. 신고 있던 노란 장화 옆에서 한강 물과 빗물이 섞여 찰랑거리는 게 무서웠다. 그땐 그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새 학기를 맞이하기 전인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번 여름에는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지요. 폭염과 폭우에 모두 지친 여름날을 보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어느새 시간이 흘러 2학기 개강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독자 여러분, 이번 학기부터는 캠퍼스가 다시 활력을 찾습니다. 2022년 2학기 수업이 전면 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인데요.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적했던 캠퍼스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유명한 이 문장을 나는 대학에 들어와서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수업 시간표 짜기부터 각종 동아리, 대외 활동 지원, 복수 전공 선택까지. 혼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 너무도 많다. 학기 시간표를 짤 때면 나는 한 과목에 대해 수업 시간, 과제 유무, 시험 일정, 수강신청 경쟁률, 전체적인 밸런스 등 최소 네다섯 가지 고려사항을 검토한다. 그러다 시간표 짜기에 지쳐 막판에 결국 선택하는 것은 ‘무난한 경쟁률과 무난한 수업 일정’을 갖춘 과목이다. 오히려 이런 것보다 중요한, 수업의 내용은 뒷전이 되고 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