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초연결 디지털 혁명이 달성되면 마치 초합리적 초효율성이 극대화되어 인간의 새로운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처럼 선전한다. 위험천만한 주장들이다. 초연결 디지털 혁명은 현실이어서 피할 방법이 없지만 제대로 알고 사용하지 못하면 인간은 모두 디지털이 만든 초합리적이고 초효율적인 아바타에 종속된 노예의 삶을 살게 될 운명이다.아바타로 살 것인가?인간으로 살 것인가?우리 연구팀(코넬대 Lawler 교수, 서던캘리포니아대 Thye 교수, 본교 윤정구 교수)은 20여 년 전부터 초연결 디지털 혁명 시대에 개인화를 향한 분절이 극대화되
는 내가 만든 첫 단편영화다. 고등학생 때 혼자만의 상상은 대학 동아리 친구들을 만나 영화가 되었다.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뿔이 생겼답니다. 다소 민망한 위치에 자라난 뿔, 왜 하필 가랑이 사이로 자라났을까요? 세상에! 그나저나 저는 이대생인데 학교는 어떻게 다녀야 할까요? 23년을 여자로 살았는데 이 뿔 하나 때문에 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다니요. 제가 여자인지 남자인지가 누군가 답을 내려주길 바랄 뿐입니다.”라는 시놉시스 하나로 모인 감독 3인방. 혐오의 시대에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내
“페미니즘과 데모로 유명하지 않나요?”지난 9월 말에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에서 열린 유학생-본교생 글로벌 교류 행사에서, 한국에서는 이화여대에 다니고 있다고 소개하자 한국에 관심이 많다는 남학생이 한 말이었다. 나와 함께 파견된 벗은 둘이 동시에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한국에서 그동안 ‘시달린’ 것이 많아 바로 고개를 끄덕이기가 망설여졌다. 그런데 남학생은 그 의미를 이해했는지, 곧 손을 내저으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니 오해 말아달라’라고 덧붙였다.내가 파견된 아오야마가쿠인 대학교(‘가쿠인’은 ‘학원’이라는 뜻으로, 재단명이 ‘
영화/레이디 버드 (2017)내가 가진 것 없이 볼품없다고 느낄 때, 부족한 지금의 내가 최선의 나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 특별하지 못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레이디 버드’(2017)는 현실과 자신이 꿈꾸는 것의 괴리에 고군분투하는 십 대 소녀 레이디 버드를 보여준다.크리스틴, 스스로 지은 이름으로 부르자면 레이디 버드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좋아하지 않는다. 새크라멘토의 가톨릭 학교에 다니고 있는 레이디 버드는 언제나 새크라멘토를 벗어나고 싶어 하고 자유로운 예술의 도시인 뉴욕에 가고
영화/코코(2018)멕시코에는 죽은 자의 날이라는 전통이 있다. 이날이 되면 사람들은 해골 모양의 장식물을 집에 걸어두고 죽은 가족들의 사진과 주황색 멕시코 국화를 함께 두어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 또한 소중한 사람들과 춤추고 노래하며 죽은 자들의 영혼을 반긴다. 이러한 모습을 통하여 죽음을 마냥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떠나간 이들을 소중하게 기억하고자 하는 멕시코 사람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영화 코코(2018)는 이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멕시코만의 색을 가득 담은 사후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후세계에서는 망자
본교 방송영상학과를 2003년 졸업했다. 이후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나와 장편 영화 ‘내가 죽던 날’(2020)을 만들었다. 2021년 백상예술대상 각본상과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내가 쓰고 연출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영화가 개봉할 즈음 했던 인터뷰에서 영화 학교를 졸업하고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1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어떻게 버텼는지에 관한 질문을 참 많이도 받았다.내가 정말 그것만을 위해 버틴 것인가는 차치하고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쩌면 정말 어리석게 보일 수 있는 시간이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성
“내일 소 보러 갈래?” 오스트리아에 와서 처음 사귄 외국인 친구가 한 제안이다. ‘소’를 보러 가자니, 내가 아무리 유럽의 시골 마을에 와 있다고 하지만 여기에선 소를 보고 노는 것이 흔한 것이었던가? 고층 건물이 즐비한 서울에 지쳤던 사람으로서 놓치기 싫은 제안이었다.행사가 열리는 마을에 도착했다. 기차 문이 열리고 보이는 광경은 활기가 가득했다.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을 파는 천막들,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노부부,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즐기고
본교 사학과를 2009년 졸업하고 다음커뮤니케이션 동영상 제작팀, 도레이첨단소재 글로벌 탄소섬유 판매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한때 잠시 카페 창업을 했다가 현재는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슈퍼스타트 홍보 및 스타트업 발굴·육성 업무를 맡고 있다.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업무를 하면서 참 다양한 스타트업을 만나게 된다. 동물이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 문턱 높은 정신과 의원에 가지 않고도 앱 하나만으로 누구나 자기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세상. 신진 예술 작가들이 메타버스 상에서 좀 더 쉽게 전
영화/어바웃 타임(2013)우리는 때때로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뭐라도 먹고 나가라며 챙겨 주시는 부모님께 귀찮다며 신경질 낸 기억부터 친구와 의견 충돌로 싸우며 심한 말을 했던 기억, 누군가와의 이별 후에 그리워한 기억, 길 가다 만난 이상형을 붙잡지 못한 기억까지.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고, 늘 속절없이 도망가 버린다. 영화 ‘어바웃 타임(2013)’은 현실에서 벗어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인생과, 일상과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이다.영화
“금요일에 파티 갈 거지? 그때 봐.” “너 안 와? 언제쯤 도착해? 만나서 같이 가자.”개강을 맞이한 지 약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현시점, 학교에서 열린 행사는 족히 일곱 개가 넘었다. 신입생 환영 파티, 고향 소개하기 파티, 학생문화관 슬립오퍼 파티 등등. 각종 행사가 줄지어 이뤄졌다. 어제 뭐했어? 파 티 갔어. 오늘은 뭐해? 파티 가려고. 오, 내일 은? (장보고) 파티갈 것 같아. 물론 학기 초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한국과는 달리 파티에 ‘진심’인 학생들을 보며 경외감을 느꼈다. 파티 좋지. 하지만 파티는 주말의
지난 2020년 7월 헌법재판소(헌재)는 여자대학교들에 설치된 로스쿨과 약대가 “헌법 상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당시 약대 편입학을 준비하고 있던 한 학생이 여대들에 배정된 보건·의료계열 정원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에 대해, 헌재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여대들에 설치된 로스쿨이나 의대, 약대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09년에도 세 명의 남성이 이화여대 로스쿨에 대해 남성 역차별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함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어김없이 가을이다. 조금씩 선선해지는 날씨와 쓸쓸함을 느끼는 계절에서 어느덧 2023년이 절반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는 요즈음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지난날을 되돌아보곤 한다. 올해는 유독 안타까운 소식들로 가득하다. 신림역 칼부림부터 시작된 연쇄적인 흉기 난동과 예고 글들로 많은 사람들이 공포감을 느꼈으며, 등산로에서 성폭행 살인이 벌어지는 등 몇 달 사이에 순식간에 몰아친 사건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가득하다. 수많은 사건·사고 속에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최근에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음악 공부하러 가는 거야?” 오스트리아 교환학생이 되었다고 이야기했을 때 단언컨대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아예 아니라고는 대답할 수 없겠다. 그 옛날부터 흥얼대던 콧노래, 그저 해맑기만 했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나의 낭만. 하지만, 처음부터 오스트리아를 바라보며 교환학생을 준비했던 것은 아니다.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교환학생 파견 확정 후 매일같이 생각했던 말이다. 토플만 잘 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할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줄은 몰랐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합격이 됐다고 해서 파견이
책/지구에서 한아뿐(2019) 수상하다. 남자친구가 여행을 다녀온 뒤로 달라졌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다.스무 살 때부터 11년간 만난 경민은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다. 한아보다도 자신의 꿈이 더 중요한 그런 남자였다. 그 성격 어디 안간다고, 경민은 유성우를 보기 위해 한아를 두고 캐나다로 떠나버렸다. 서운한 마음을 누르고 그를 기다리던 중,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그래도 ‘사랑하는’ 경민이었기에 걱정하며 전화도 걸어보고 문자도 보내 봤지만 돌아오는 소식은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민
본교 사회학과를 2005년 졸업하고 2008년 중앙일보에 입사했다. 기자로 일하며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산업의 변화를 목도하고 기술이 인간의 삶을, 제도를 바꾼다고 믿게 됐다. 현재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The JoongAng Plus 안에서 밀레니얼 양육자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 팀장으로 일한다. “(기사에) 쓸 말이 없다면, 네가 질문을 잘못한 거야.”16년째 기자로 사는 동안, 늘 가슴에 새기는 말입니다. 질문의 수준이 답변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얘기죠. 뜬금없이 ‘질
신화학자, 중문학자. 본교에 1984년부터 33년간 재직하고 2017년 은퇴했다. 현재 본교 명예교수이자 영산대 석좌교수로 있다. 국내 최초로 중국신화의 고전 『산해경』을 역주하고 연구하여 학계와 문화계에 동양신화 및 상상력의 붐을 일으켰다. 저서로 『이야기 동양신화』(2004), 『사라진 신들과의 교신을 위하여』(2007), 『동아시아 상상력과 민족서사』(2010) 『산해경과 한국문화』(2019) 등 다수가 있다. 비교문학상(2008), 우호 학술상(2008), 이화학술상(2015) 등을 수상했다. 명색이 평생 책과 함께 살아온
우리의 일상이 음악, 영화, 미술, 웹툰, 방송 등 수많은 콘텐츠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휴대폰이나 태블릿 PC와 같이 휴대와 이용이 간편한 디지털 기기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콘텐츠를 손쉽게 즐길 수 있다.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활용한 콘텐츠는 이제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콘텐츠 산업의 부가가치가 증가하고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용이해짐에 따라 1인 크리에이터에 의한 콘텐츠 창작 역시 급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읽고 나서, 여름 계절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것이 있다. 개인들은 역사의 흐름 위에 있고, 사회의 패러다임 아래서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르고 있던 사실은 아니지만, 완전히 깨닫지 못한 상태로 살아오고 있었음은 분명하다.중고등학생 때 역사는 나에게 그저 암기해야 할 텍스트일 뿐이었다. 시험 3일 전에 시작해서 미친 듯이 머릿속에 구겨 넣어지고, 시험이 끝나면 휘발되어 버리는 과목이었다. 상황에 대한 작은 이해와 각종 왕과 정부가 시행한 정책, 전쟁 상황 등의 암기만으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역
전시/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2023 시작하며 : 우리는 왜 미술관에 갈까?영국 내셔널갤러리는 세계 대전 시기에도 많은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한다. 불안한 현 실 속 사람들을 위안해주는 존재가 바로 ‘미술’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시대에 따라 등장한 미술 작품들을 살펴보면 우리를 위로하는 것들의 변화도 알 수 있다.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명화전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그려왔고, 우리를 위로하는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자.르네상스, 인간 곁으로 온 신 명화전은 시대순으로 전시되는데 르네상
“근데 왜 하필 헝가리야?”교환학생 합격 소식을 주변에 알리면 대략 두 명 중 한 명꼴로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그도 그럴 것이, 헝가리는 교환학생을 꿈꾸는 학생들이 목표를 정할 때 쉬이 떠올리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미국, 영국, 독일 등의 국가를 선호하며, 실제로 해당 국가들은 뚜렷한 장점을 갖는다. 예컨대 미국과 영국은 영미권 국가이기에 어학연수에 적합하다. 독일은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는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쏠쏠하다. 하지만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아름답다는 것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