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러시아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 줄리(Julia)와 쇼핑을 하러 인근 도시 뒤셀도르프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어떤 숍에 들러야 할지 열심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줄리에게 낯선 아주머니 두 분이 다가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러시아어처럼 들렸다. 아주머니는 러시아 문자로 주소가 적힌 종이를 줄리에게 내밀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아주머니 뒤에는 5세쯤 된 것 같은 남자아이가 보였다.아주머니와 약 5분간의 대화를 마친 뒤 줄리가 상황을 설명해줬다. 아주머니 일행은 우크라이나 전쟁 피란민이
영국에 가기 전 친구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오징어게임 꼭 보고, 방탄소년단 노래를 많이 숙지하고 가.”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K-POP)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다는 뉴스에 장난 반 진담 반으로 한 말이었다.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의 팬은 아닌 터라 조언을 성실히 따르지는 못했지만, 예의상 방탄소년단의 멤버 이름은 외운 후 영국으로 떠났다.교환학생으로 온 곳은 프레스턴(Preston)이라는 영국 북부의 작은 도시다. 시내는 20분 정도면 모두 돌아볼 수 있고 학생들이 놀러 나가는 곳은 대부분 펍과 클럽 몇 군데 정도인 곳이기에
4월 개강 전 캠퍼스를 거닐 때였다. 학교 중앙광장에서 처음 보는 모양의 큰 라켓을 든 학생들이 공을 주고받는 모습을 봤다. 무엇인지 궁금해져 가보니, ‘라크로스’라는 스포츠 강좌를 듣는 학생들이 코스 홍보를 위해 부스를 연 상황이었다.라크로스는 ‘크로스’라 불리는 라켓으로 경기하는 구기 종목이다. 난생처음 접하는 운동이라 어색했지만 그것도 잠시, 내 키만 한 라켓을 들고 처음 보는 친구들과 땀 흘리며 공을 주고받는 순간 몸에 활기가 돌았다. 그렇게 1시간을 움직였고, 체험 부스에 있던 학생들은 대학 스포츠 센터 안내 책자를 건넸다
4월 27일, 학교에서 장애 학생 포럼(Disabled Forum)이 열렸다. 학생연합(Student Union)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알게 됐는데, 매달 장애 학생과 직원, 학교 구성원이 모여 장애 학생 권리 보장을 위해 토의하는 자리라고 설명돼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궁금했다. 영국 대학에서의 장애 인권은 어떤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당일 포럼에 찾아갔다.학교 직원에게 당사자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는지 묻자 “오브 콜스(Of course)!”를 외치며 회의실로 안내해줬다. 회의실엔
“학생이신가요? 그럼 무료입니다.”흔히 유럽으로의 교환학생 파견을 생각하면 비용이 많이 들 거로 생각한다. 나 역시 한국을 떠나오기 전 비용 걱정이 많았다. 매 학기 조금씩 돈을 모았고, 직전 학기 인턴을 하며 경비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독일에 온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누군가 지갑 사정 괜찮으냐고 물어본다면 “생각보다 괜찮다”고 답한다. 이곳에서 나는 바로 학생이기 때문이다.초반에는 독일에서 학생이란 신분이 마치 벼슬이라도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학생증은 프리패스 입장권과 같다. 학생증만 내밀면 미술관, 박물관은 물론 심
지난 1월,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 도착했다.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보고 겪은 중 가장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프랑스 타임’이라는 것. 이곳에서는 Quart d’heure de politesse, 15분의 예절라고도 하는 이 개념은 약속 시간보다 15분 정도 시간 여유를 두고 참석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친구가 오후 7시에 집으로 초대했다면 적어도 7시15분 이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을 초대한 호스트에게 집을 정돈하고 음식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준다는 의미에서다.실제로, 6시30분에 모이기로 약속한 날 나는 6시
3월 21일 월요일, 학교 안에서 빈티지 의류 마켓이 열렸다. 학생문화관과 같은 스튜던트유니온(Student Union) 건물 2층에 올라가니 후드티부터 가죽 재킷, 알록달록한 셔츠, 청바지 등 다양한 중고 옷들이 걸려있었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건지기 위해 이것저것 대보며 옷을 살펴보고 있었다.학교 안에 빈티지 의류 마켓이라니!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생소한 광경이 꽤 신기했다. 사실 영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중고 의류 매장(second hands clothing shop)이나 자선중고품 가게(charity shop)를
“네 이름을 기억해.”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 등장하는 대사다. 여기서 이름은 정체성을 의미하며, 이 대사는 곧 ‘네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말라’는 뜻을 함축한다. 독일 헤센 주에 위치한 작은 대학 도시 마르부르크에서 일 년간 유학 생활을 시작한 나는, 스스로에게 ‘나를 잊지 말자’는 일종의 임무를 부여했다. 2월의 마지막 날 이곳에 도착했고, 길었던 오리엔테이션 기간도 끝이 났다. 일주일 동안 오전에는 비대면 프로그램에 참여해 학교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전달 받았고, 저녁에는 펍(Pub)에서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영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쯤 되었던 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학교 근처에 있는 펍(Pub)에 처음으로 술을 마시러 나갔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분홍색, 파란색 등의 색조명이 벽에 쏘아져 있는 펍에서는 술이 마른 퀴퀴한 냄새가 났다. 설렘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기숙사 플랫 메이트 에밀리(Emily)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에밀리의 친구가 다가와서 말했다. “나 어제 스파이크 당했어(I got spiked yesterday).”처음 들어본 단어에 어리둥절했다. ‘뭔가에 찔렸다는 뜻인가’ 하며 혼자 뜻을 유추해 보기도 했다.
미국에 온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짧은 시간에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모순적이게도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상대적이라고들 하지 않나.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미국에 도착하고 일주일이 되어가던 때가 생각이 난다. 도착하자마자 이틀 만에 개강했던 터라 적응 기간도 채 가지지 못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던 미국에서의 첫 주는 매우 길었다. 그러나 한 달간의 적응기를 겪고 어느새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밥도 먹고, 건물 위치와 캠퍼스 환경에 익숙해진 채로 보내는 요즘 일주
2월 새 학기를 시작한 영국 센트럴 랭커셔(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대에서 ‘사진과 매일(Photography and Everyday)’이라는 사진학과 수업을 듣고 있다. 사실 평소 핸드폰으로 사진찍기를 좋아한다는 것 말고는 난 사진의 ‘ㅅ’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진에 대해 더 알고 싶기도 했고 교환을 와서 꼭 실습수업을 듣고 싶었기에 보자마자 ‘이건 들어야 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정 하나만을 가지고 수업에 발을 디뎠다.수업에 들어간 첫날, 기대와 다르게 점차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이번 학기는 피 터지는 수강신청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교환학생으로 선발되고 파견 학교를 배정받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매 학기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수강신청 날짜만 다가오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나였기에 이번 교환 학기는 한편으로 수강신청으로부터의 해방이라 느껴졌다.이런 해방감은 실제로 수강신청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자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사라졌다. 미국 아이오와대의 수강신청이 한국만큼 치열하지 않다는 것은 파견보고서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방식이 달라서 닥치는 어려움은 미처
“혹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다른 학생이 불편하니? 만약 불편하다면 방법을 찾아보도록 할게.” “혹시 내가 (마스크를 안 써서) 불편하면 마스크 써줄까?”학기 초반 철저하게 마스크를 쓰며 방역 수칙을 지키는 동양인인 나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던 교수와 학생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어본 말이다.2021년 2학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 미국은 하나둘씩 대면 개강을 시작하고 있다. 현재 내가 있는 아이오와대학교도 이번 학기를 시작으로 대면 수업을 시작해 서서히 코로나 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다수 강의가
‘금요일 오전이라 피곤하겠지만 다들 힘냅시다.’ 교수님께서 화면 너머 말씀하신다. 하지만 내 방 건너편 시계의 시침은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다.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참이었다.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사태로 독일에서 중도 귀국했다. 현재는 한국에서 독일 마르부르크대 실시간 강의를 듣는 중이다. 한국에서 외국 학교 강의를 듣는 내용의 글은 수많은 이대학보 교환학생 칼럼 중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개강 후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며 귀국을 다짐했다. 파견교는 개강 이후에나 강의 계획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올 여름학기는
당신은 어떤 교환학생 생활을 꿈꾸는가? 나는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하며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한국에서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학문을 바라보며 공부하고 싶었다. 물론 여행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주변 국가를 여행하기 위해 계획도 잔뜩 세웠다. 하지만 모든 계획은 사라졌다. 나는 집 안에만 있는 중이다.코로나19가 유럽을 휩쓸고 있다. 현재 내가 있는 독일은 확진자가 7만 명이 넘었다. 관공서와 식료품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교환학생 칼럼을 써달라고 제안을 받았을 때 굉장히 고민됐다. 나를 교환학생이라고 말하기 어색하다.
독일에 온 지 이제 막 2주를 넘겼다. 마르부르크 필리프스 대학교(마르부르크대)에서 방문학생 신분으로 한 학기를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비자를 받지 못한 외국인으로서 불안한 마음에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주시 중이다.최근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11일(스위스 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독일은 현재 세계 7위 코로나19 감염국으로 2745명이 감염됐으며 6명이 사망했다. 마르부르크가 있는 헤센 주의 감염자는 99명이다.(12일 기
‘딱히 잘하는 건 없지만 멋있는 건 하고싶어’. 아직도 취업 시장의 상품이 되길 두려워하면서, 흥미와 적성의 교점을 찾는 일을 어려워하면서도 흘러가는 시간은 붙잡고 싶었다. 다른 4학년들도 같은 생각을 할까? 해외에서 돈을 번다는 것, 두고두고 남들에게 멋있어 보일만 한 내용이라 생각했다. 비록 무역협회의 글로벌무역인턴은 어느 나라로 파견될 지도 불분명하다 했지만 해외 인턴을 가기 위해 이미 한 학기를 통째로 갈아 넣은 사람이라면 그런 불분명함 정돈 삼켜냈어야 한다. 한 학기 동안 수많은 지원서를 작성하며 알게 된 것은 척척학사 학
지상 낙원에서 전공 업무를 배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지난 9월부터 하와이 지상파 한국어 방송국 KBFD TV에서 1년의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KBFD는 한류의 선구자로도 볼 수 있는데, 해외 최초로 한국 드라마에 영어 자막을 삽입하여 방송하기 시작한 곳이다.하와이에 대한 연고는, 23년 전 부모님의 신혼여행지였다는 것과 2년 전 2주간 경험한 교수인솔 해외학습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다른 인턴 자리는 이것저것 재면서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던 내가, KBFD 인턴 공고를 본 순간 바로 이끌렸다. 간절했다. 너무 가고 싶었
살면서 매일매일 가슴 두근거리는 날들은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지금이라고 말할 것 같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는 키가 큰 야자수들과 시원하게 뻗어진 고속도로와 함께한다. 나는 지금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온 지 50일쯤 되었고, 자카르타의 중심부에 있는 주 아세안대표부에서 재외공관 공공외교 현장 실습원으로 일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꿈은 ‘외교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 이였다. 입학하자마자 바로 외교관 후보자시험을 칠 것 같았던 나였는데, 이화에서 공부하다 보니, 공공외교와 국제개발협력학을 더 공
오전 8시 출근길. 지하철 문이 열리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게 움직인다. 푸른 눈들 틈 어딘지 모르게 위축되어 있는 동양인 여자 하나. 아직은 어색한 사원증을 괜스레 만지작거리며 걸음을 옮긴다. 나는 현재 유럽 신한은행의 4주차 인턴이며, 이곳은 유럽 금융의 중심지, 독일 프랑크푸르트다. 한국무역협회는 매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며 무역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글로벌 인턴십을 진행해 왔다. 이번 22기에는 총 73명의 대학생들이 미국, 유럽, 중국, 베트남, UAE 등 전 세계 곳곳의 국내 기업의 현지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