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버블(Filter Bubble)’,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 된 인터넷 정보로 인해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나는 무의식적으로 SNS 피드를 스크롤 할 때 맞춤형 광고들이 나타나면 멈칫하고 주시하게 된다. 처음 몇 번은 그저 내가 평소에 관심 있게 찾아본 제품들이 나온 것에 신기해하며 별 생각 없이 넘어갔다. 그런데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잠깐 이야기한 것들도 바로 광고로 뜨는 듯한 느낌이 들 때부터는 조금 무서워졌다. 한 유튜버의 마이크 도청 테스트 영상을 보고 나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정보들만 알아
코로나로 인한 삶의 변화는 실로 크다. 국가 전반에 걸친 경제적 타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며 일상을 잃어버린 까닭에 이에 생계를 걸어왔던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전에 당연하게 향유해 왔던 사람들과의 접촉은 피하거나 극도의 조심 속에 이루어져야 하는 특별한 일이 되어버렸다.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까닭에 매년 새로운 학생들과의 만남 속에서 생동감과 삶의 아이디어를 찾아왔던 기쁨을 잃어버린 것은 개인적인 안타까움이지만, 강의실 밖의 대학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할 기회를 잃어버린 학생들의 아쉬움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
시간이라는 모래를 모아 내 인생의 궤도를 따라 발자국을 찍어본다면, 산책하듯 일정하게도 뜀박질하듯 멀찍이도 찍혀있을 것이다. 규칙성도 특별할 것도 없는 그들을 보며 주저앉기도 했고, 더 걷기를 머뭇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헤매며 즐기고 있었다. 아팠던 발자국은 파도가 쓰다듬어 지워주기를, 다음 발자국을 남기는 데에 두려움이 없기를 바라며, 오늘도 작은 발자국 하나 남긴다.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인 미소가 떠돌이 신세인 자신에게 이렇게 살지 말고 결혼해서 나랑 살자는 말을 농담조로 건넨 친구에게 조용히 읊조리는 대사이다. 미소는 가사 노동 도우미로 일하며 받는 일당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청년이다. 조용한 바에서의 위스키 한 잔, 일을 마친 후 피는 담배 한 모금이 그녀의 유일한 행복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월세와 담배 가격이 오르면서 그녀의 일상에 큰 파동이 생긴다. 티끌만 한 일당으로 단칸방 월세를 내는 것조차 버거워지자 그녀는 위스키와 담배를 위해 월세방을 포기하고 기약 없는 방랑
‘읽어야 산다’ 칼럼 의뢰를 받고 많이 망설였다. 우리 학생들이 주로 읽는 대학신문이기에 학생들에게 유익한 책읽기에 관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앞섰기 때문이다. 내가 읽는 책 대부분이 주로 전공에 관한 것이라는 점도 걸림돌로 여겨졌다. 글에서 평소 강의를 통해 전했던 내용이 반복될 것 같아서였다.책읽기가 도움이 된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 같은 책이지만 사람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지 않을까. 책은 우리의 읽기를 통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고,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했던
여러분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요? 저의 20대는 사람과 술로 점철된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말로 ‘핵인싸’였죠. 재밌을 것 같으면 어디든 가고, 누구든 만났습니다. 짧은 치마를 즐겨 입기도 했죠. 언젠가 지하철역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숭하고 걱정된다”며 제 치마를 밑으로 끌어내리셨는데 당시 너무 당황스럽고 불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그런 걱정 어린 마음을 이해할 나이가 됐습니다. 사람은 역시 겪어봐야 이해하는 어리숙한 동물인가 봅니다.제 속에 참으로 여러 마음이 공존합니다. 매일 시내 곳곳을 돌며 저희 롯데주류의 제품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Naver)가 2월25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종료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네이버 측은 2월4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실검 대신 ‘데이터랩’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랩 홈페이지에서는 검색 데이터를 기간, 성별, 연령에 따라 분류해 제공한다.실검에 대한 논의는 2005년 해당 서비스 시행 이후 줄곧 진행돼왔다. 실검을 통해 정치 및 사회 주요 이슈를 신속히 접하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존재한 반면, 여론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고등학생 때의 경험담을 말하고자 한다. 부디 현재 진행형이 아니길 바라며 글을 쓴다. 출신 고등학교에서는 입학생 중 가장 예쁜 여학생 ‘4대천왕’과 가장 못생긴 ‘T(trash)4’를 뽑는 문화가 있었다. 모든 결정은 ‘남기’(남자 기숙사의 줄임말)에서 이뤄진다. 사대천왕 중 일부는 축구부 매니저 제의를 받기도 하는데, 그 역할은 축구부와 기념 촬영 및 30명 가까이 되는 부원들에게 생수를 배달하는 것이었다.매일 밤 남기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퍼졌다. ‘누가 나댄다’, ‘기가 세다’와 같은 마녀사냥에서 나와 내
사람은 살아낸다.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거다. 매일 일어나며 이 말을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사람은 왜 사는 것일까.’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동시에 가장 절실히 답을 내려야 했던 이 질문에 수도 없이 베였다. 지금까지도 답은 찾지 못했다. 대신 나와 삶 사이에 공간을 만들었다. 후에 나만의 대답을 찾는 때가 오면 살포시 그 답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 공간을 ‘살아내는 법’이라 명명했다.고등학교에서는 공부하는 법만 배웠다. 그리고 12년 동안 달려온 목표지점을 넘어서는 순간 난 ‘대학생’의 신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 벌써 3월 한 달이 지나 4월에 접어들었네요. 정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벚나무부터 이씨씨 위 이화동산을 뒤덮고 있는 진달래, 풀또기까지, 캠퍼스 안 꽃들도 활짝 만개했습니다. 벌써 상반기 마지막 발행인 것을 생각하면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릴 코너가 있습니다. 이대학보는 이번 호부터 새로운 칼럼 연재를 선보입니다. ‘똑똑, 여성학에 묻습니다’라는 칼럼 코너입니다. 여성학과 교수진과 박사과정생이 쓰는 칼럼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질문을 학생들로부터 받아 이
지난 3월25일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됐다. 2019년 라임자산운용이 편법으로 자금을 굴리다 사실상 파산한 ‘라임사태’ 후, 정보부족으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겠단 취지다. 금소법의 목적은 금융소비자의 권익 증진과 금융업의 건전한 시장질서 구축이다. 이제 금융회사는 상품을 판매할 때 정보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거나 부당한 가입 권유, 기타 불공정 행위 시 판매액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금소법이 시행된 후 금융회사의 업무 처리가 대대적으로 늦어졌다고 한다. 일부 은행에서는 몇십 장의 종이로 청약사항을
‘읽어야 산다’는 논제를 받아들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읽어야 사나?’였다. 독서의 즐거움과 유용성이야 자명한 일이지만, 그게 ‘사는 일’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사람들은 종종 독서를 ‘취미’란에 버젓이 적고 마치 크림이 올라간 고급 커피음료를 마시듯 책을 읽는다. 그걸 생업으로, 혹은 안 먹으면 죽는 식량 같은 ‘필수재’로 여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그렇다고 낙담하시진 말라. 나는 간단하게 ‘읽어야 산다’는 명제를 증명할 수 있으니까. 가령 약병에 쓰인 용법만 봐도 그렇다. 깨알 같은 글 속에 각종 실험 결과며 예상되는 부작용이
돌이켜보면 대학 시절의 나는 온통 흐릿했다. 그 시절의 나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잘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어느 것 하나 선명하지 못했다. 장래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거나 재능이 명확한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고 그렇지 못한 나 자신이 싫었다. 자주 길을 잃었고, 여러 시행착오를 했다. 그렇게 더듬더듬 여덟 학기를 마치고 사회로 나아가야 할 시기가 가까워질 즈음 내 일기장의 모든 문장은 ‘두렵다’로 마쳐 있었다.두려움은 괴로움으로, 괴로움은 곧 후회로 번졌다. 시야가 흐릿해 헤맸을 뿐 부끄럽지 않은 대학 생활이라 자부했었는데
기독교 대학에서 학생들이 교수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미국의 한 기독대학인 Azusa Pacific 대학교에서 학생 대상 설문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설문에서 1위는 학생들은 교수들에게서 삶을 통해 기독신앙의 모범을 보기 원한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교수들이 기독신앙에 대해 강의실에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으로 살아가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 또한 학생들도 그러한 삶을 살려 할 때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내가 사범대학에서 25년이 넘게 도덕교육을 가르치면서 예비교사들이 가장 알기를
고등학교 3년, 주제를 좁혀 관심 있는 분야를 깊게 탐구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을 적의 일이다. 사실 당시의 나는 글을 읽고 쓰길 좋아하면서도 우리 문학에는 큰 애정이 없었으며, 이 사실을 크게 부끄럽게 여겼고 그런 마음을 견디기 어려웠다. 내가 발견한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다가 글감을 잡았다. 다양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그런데 왜 잘 보이지 않지? 확인해 보자.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라는 주제의 소논문을 썼다. 누가 어떤 글
친구들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기로 해서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큰별쌤’으로 유명하신 줄은 알았지만, 이분의 수업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한능검 분야에서는 최태성 선생님의 교재가 유명하고 마침 강의도 무료여서 1강을 듣기 시작했다.1강의 제목은 ‘역사란 무엇인가?’였다. 뻔한 오리엔테이션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이 강의는 한국사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주었다. 선생님은 한능검에 대해 설명하시며 “흔히들 역사는 팩트라고 생각해 암기에만 급급하고, 정작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는 남는 것 없이 휘발되어 버린다”고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 모두 잘 지내고 계신가요.완연한 봄 날씨가 찾아왔네요. 곧 다가올 중간고사 기간을 알리듯 학교 안 벚나무도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캠퍼스를 드나드는 사람도 부쩍 많아진 지금, 학보는 어느새 상반기 발행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음 주 발행과 휴간 후 일정을 포함해 1학기 총 5번의 발행이 남아있네요. 발행 절반이 지나도 여전히 교내 행사나 수업에서 독자분들을 직접 뵙기는 힘든 상황입니다.그래서 기자들은 온라인으로나마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도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