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생각해보자. 바로 기억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약 어제의 저녁 메뉴가 바로 생각난다면, 그저께, 그그저께의 메뉴도 한번 떠올려보자. 아마 대부분은 바로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면 정말로 궁금해져서 갤러리나 배달의민족 주문기록에 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이럴 때 사람들이 찾는 게 바로 ‘기록’이다. 개인적으로, 기록은 사람만의 귀여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일상을 기억하기 위해서 열심히 흔적을 남기는 것도 그렇고, 일기든 사진이든 블로그든 형식에 따라서 개인만의 특성까지 반영되
한국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급속도로 상승하여 2020년에는 70%를 넘어섰다. 한편, 대학 졸업 학력이 요구되는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 가운데 최대 30%를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 가운데 절반도 학력에 걸맞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졸 청년의 실업과 하향 취업의 일상화는 이 계산이 맞음을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게 실증하고 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청소년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의심 없이 기대한다. 그러나 대졸 인력을 구하는 고용주는 절대로 돈을 허투루 쓰
한국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며 국가공권력에 의한 폭력의 역사를 경험했다. 일제 강점기 당시의 일본군 성노예와 강제동원 문제, 제주4·3을 비롯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군부독재 시기의 인권침해 문제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기본권을 침해했다. 평범한 시민들이 간첩으로 조작되기도 했고 군에서의 의문사를 비롯해 인권옹호자들의 죽음도 이어졌다.그렇지만 이러한 국가폭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끈질긴 투쟁은 과거청산의 새로운 장을 열어왔다. 진실을 찾고자 하는 피해생존자와 유족들의 열망으로 20
아침식사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은 약 30%가 아침식사를 거른다. 그 이유로는 ‘안 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시간이 없어서’ 또는 ‘식사 준비가 번거로워서’였다.식습관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사회-문화적 배경도 영향을 미쳐 시대에 따라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아침식사에 대한 기록이 대부분 서구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많이 아쉽지만, 시대별 풍조와 환경에 따라 변화되는 과정이 재미있기에 소개하려 한다.고대 로마시대에는 하루에 세 끼의 식사와 한 번의 간식을 먹었
(*자살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이와 관련하여 트리거가 있으신 독자분은 주의 바랍니다.)2019년 10월 14일의 쌀쌀한 가을밤, 나는 도서관의 작은 소파들 중 하나에 앉아 곧 들이닥칠 시험들을 준비하며 계획표를 짜고 있었다. 대화해도 되는 도서관 구석이지만 지금 내 앞에서 통화하고 있는 여학생은 너무나 큰 소리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야! 설리가 죽었대. 사망했대. 구급차에서 데려가면서 쓴 자료가 유출됐다고 하더라...”그 말을 들은 나는 순간 얼음이 되었다. 나는 그 아이가 방금 뱉은 말이 너무나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영상을 만들자.’ ‘누군가 내 영상을 봐주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평소 영상에 대한 신조라면 이 두 가지를 마음에 새겨 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제작자가 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였다.어떤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스스로가 해답을 찾아내야 할 어렵고도 꾸준한 고민거리였다. 다른 이의 영상을 보면서도 생각해보고, 내 영상을 만들면서도 고민해보았다. 지금까지 찾아낸 답이라면 첫 번째는 바로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임하면 어느 정도 괜찮은 제작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선선한 바람이 불던 오후 다섯시부터 피우기 시작한 모닥불을 자정이 넘도록 바라봤다. ‘불멍(모닥불을 보며 멍하게 있기)’을 하는 동안 불을 지키다 보면 불이 얼마나 민감한지 느끼게 된다. 불이 꺼지지 않도록 적당한 때에 장작을 보충해야 하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은 장작을 넣어서도 안 된다. 화재 사고의 위험도 뒤따르므로 주의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불만큼 예민한 것이 또 있다. 사회의 이슈들과 마주하고 또 그것들에 반응할 때 우리는 불을 다루는 섬세함을 지녀야 한다. SNS에 올리는 글 하나, 인터넷 기사에 다는 댓글 하나가 모두 화로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어봤을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예민해? 별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자신의 무례함을 상대의 예민함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배려 없음을 상대의 옹졸함으로 역전시키는 상황. 관계에선 정서적으로 주도권을 쥐는 사람이 가해자, 그렇지 못한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 상대방을 착취하거나 주도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상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너를 위해’라며 시작한 말이 ‘나를 위해’로 끝나게 된다.필자도 작년에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라는 책을 출간했을 때 이런 말
편집자주|‘배꽃서재’는 이화인이 작성한 서평을 싣는 코너입니다. 이대학보 메일(hakbo@ewha.ac.kr)로 글을 보내주시면 선별해 신문에 소개합니다. 게재된 글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하층민의 비극적인 삶을 묘사한 소설로 1970년대 무허가 주택 주민들과 노동자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하층민과 대비되는 자본가들의 삶을 통해 극심한 빈부격차가 존재하는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소설 속 주인공인 김불이네 가족은 가난한 삶 속에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무허가로 살던
기자 생활 20년 차, 그동안 700명 넘는 이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연예인, 예술가, 학자 등 분야도 다양하고, 10대 소녀부터 80대 노학자까지 연령대도 다양한 이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이 사람 진짜다!’ 하는 감동이 밀려올 때가 있다. 나는 이들을 ‘사람책 멘토’라고 부른다. 생각과 행동이 단단하면서도 우아해서 닮고 싶은 사람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찌르르 전율이 일면서 내 생의 파동이 미세하게 달라진 것을 느낀다.사람책 멘토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며, 약속을 잘 지키고, ‘옳은 세상’에
2021년 현재, 우리는 모두 코로나 상황으로 일상이 발에 묶여 있는 듯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 전의 삶은 어떠했는지 떠올려 보기도 하고, 그때 참 좋았다며 자유롭던 날들을 추억하기도 한다. 그렇게 추억을 떠올리는 과정을 통해 지금보다 더 이전의 삶들을 떠올리곤 한다. 누구에겐 그것이 학창 시절의 추억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구에겐 직장에서의 추억이 될 수도 있는 각자의 경험이 담긴 좋았던 날들. 세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새롭게 유입되는 정보량이 너무나 많은 우리 사회에서 어쩌면 기억 속에 편안하게 자리 잡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 계절의 여왕 5월이 찾아왔습니다. 푸릇해진 잎사귀와 햇빛이 가득한 풍경을 보니 이젠 정말 초여름의 느낌이 나는 것 같네요. 매미 소리로 가득한 한여름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중간고사 기간이 지나며 1학기도 하반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대학보는 2번의 발행만을 남겨두고 신입모집을 시작했습니다. 다음 학기부터 함께 일할 기자들을 기다리는 중입니다.신입모집을 떠올리다 문득 학보사에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보게 됐습니다.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사회에 진출해 이름을 날리는 동
지상파 3사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4월2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1973년 방송법 개정 이후 48년 만에 허용된 것으로, 7월부터 지상파 방송도 중간광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한 프로그램을 2, 3부로 쪼개 광고를 끼우는 기존 유사중간광고 방식 대신 1회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넣을 수 있게 됐다. 방송 품질 향상을 위해 방송사의 수익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반기는 목소리가 있다. 반면 중간광고가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매달 한 번씩 불쑥 불쑥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내게 찾아온다. 이유없이 일상을 탈피하고 싶은 이때는 하루가 괴로움이고 삶은 인고의 연속이다.이를 인생 노잼시기 혹은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한다. 대개 하기 싫은 일은 뒤로 미루고, 당장 먹고 싶은 것을 먹어치우는 의지박약 상태라고도 불리운다. 눈 앞에 있는 만족감만 생각하는 것이다. 하루는 충동적으로 무언가를 하기 전 진짜 후회할 자신 없는지 내게 물었다. 그땐 그러지 않겠다고 답하고서 나중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쓸렸었다.번아웃이 올 정도로 열심히 했나 하는 의문도 생긴다.
중간고사가 끝나기 무섭게 5월은 더 바빠질 예정이다. 전공 수업의 과제 외에도 휴학으로 에너지가 평소보다 차 있던 겨울 방학에 무작정 벌여놓은 일들의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것 중 하나는 사진부 부장으로서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혁신센터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도전학기의 과제를 수행하는 일이다.지난 1월, 난 두 가지의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하며 맡은 일들을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것의 한 방법으로 양치기 전략을 펼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하기로 한다. 예를 들면 탑사진(신문의 가장 첫
이화인의 성공에 관해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너무도 훌륭한 선후배, 동문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포지션을 달리 잡아보려 한다. 소위 말하는 고시 불합격자의 삶은 어떠한지, 두 번 ‘학고’ 맞고 학점이 2.5가 안 되는 졸업생의 인생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사는 도중의 세세한 열정이 어떻게 업(業)으로 이어지는지 경험담을 들려드리겠다. 왜 고시에 도전했는지는 생략한다. 우리 학교 고시생의 경우 보통 공부를 포스코관에 있는 고시반이나 이른바 대학동 고시촌에 가서 하는 편이다. 나는 둘 다 해봤다. 고시반에서 스터디를
‘2020년 최저임금 만원 인상’은 이번 정부가 역점을 둔 공약 중 하나다. 임기 초반 최저임금은 16.4%, 10.9% 두 자릿수의 높은 인상을 보이다, 2020년과 2021년에는 2.9%, 1.5%로 역대 최저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4월20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기 위한 첫 전원 회의를 열었다. 전원 회의 협의를 통해 이번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2021년 최저임금은 8725원으로, 만원으로 인상 시 14.7%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매출이 크게 떨어진 상황 속 경영계는 인건
최근 웹툰 ‘바른연애길잡이’에서 ‘허버허버’라는 표현이 사용돼 논란이 일었다. 해당 표현이 남성혐오적이라며 비난을 받자 작가는 단어를 수정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성경의 역사’ ‘이두나!’와 같은 웹툰에서도 비슷한 공방이 일어났고, 일부 유튜버들도 같은 문제로 고초를 겪었다. 카카오는 해당 표현이 포함된 이모티콘을 판매 종료했다.일부 네티즌들은 ‘허버허버’가 뜨거운 음식을 급하게 먹는 남성의 모습을 희화화하는 맥락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단어의 시초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부재할 뿐만 아니라 신조어로 가득 찬 21세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