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96건)

페이스북, 트위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하루에도 수천 가지 정보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쏟아진다. 모두 올바른 정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실상은 허위, 왜곡정보가 난무한다. 언론도 신뢰를 잃어간다.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최근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사실’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내고 공공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 건강한 민주사회를 위한 필수 요건인 만큼,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은 민주시민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로 강조되고 있다. 10년째 ‘뉴스 리터러시(News Literacy)’ 수업을 이어오고 있는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캠퍼스(Stony Brook University, 스토니브룩대)를 찾았다. 4월20일 미국 뉴욕주 스토니브룩대의 프레이홀. 약 200명 수강생이 채운 대형 강의실 앞 스크린에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의 한 기사가 띄워져 있다. “기자가 직접 (취재원이 제공한)녹음 파일을 듣고 이 기사를 썼는지 여부가 이 기사에 나와 있나요? 기자가 직접 듣고 쓴 것과 아닌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딘 밀러(Dean Miller) 교수가 질문을 하자 학생 5명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 교수는 학생들 사이로 럭비볼을 던졌다. 공을 받아든 한 남학생이 공에 달린 마이크에 대고 답했다. “기자가 직접 보거나 듣고 쓴 내용이 훨씬 신뢰도가 높습니다. ‘누가 어떻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것이니까요.” 밀러 교수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뉴스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신뢰도와 정보가치를 따져보는 것. ‘뉴스 리터러시’ 수업의 핵심이다. ‘제대로 뉴스 보는 법’을 알려주는 이 수업은 미국 스토니브룩대 학생들이 꼭 들어야 하는 명강의로 꼽힌다. 매 학기 200명 이상이 이 수업을 듣는다. △똑똑한 뉴스 수용자를 기르기 위한 수업 뉴스 리터러시 수업은 스토니브룩대 하워드 슈나이더(Howard Schneider) 저널리즘학과장이 2005년 개설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언론의 가치와 윤리’ 과목을 강의하면서 급속도로 바뀌는 미디어 환경에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 이 수업을 기획하는 계기가 됐다. “적지 않은 수강생이 유튜브 동영상이나 잡지의 가십거리도 뉴스처럼 보이기만 하면 사실로 믿었다. 반면 나머지 학생들은 언론에 무조건 냉소적이거나, 언론 보도를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좋은 정보를 가려낼 줄 아는 뉴스 수용자를 길러내는 것이, 좋은 기자를 배출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슈나이더 교수의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뉴스 리터러시 수업은 비전공자도 대상으로 한다. 학생들은 믿을 만한 뉴스를 판별하는 방법, 뉴스 제작과정, 저널리즘의 사상적 토대 등을 배우며 ‘똑똑한 뉴스 수용자’로서의 역량을 기른다.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로 유명한 칼 번스타인(Carl Bernstein) 교수가 밀러 교수와 함께 팀티칭을 맡고 있다. 수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10년째. 뉴스 리터러시 수업은 현재 해외로 수출될 정도로 성장했다. 2007년에는 뉴스 리터러시 센터(The Center for News Literacy)가 설립됐다. 현재 뉴스 리터러시 센터는 미국의 약 30개 대학, 뉴욕주 7개 중고등학교와 파트너십을 맺어 수업을 도입시켰고 중국, 홍콩 등 세계 대학과도 교류해 현지에 맞는 수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뉴스 해체로 올바른 정보 판단력 길러 뉴스 리터러시 수업의 최종 목표는 ‘뉴스 해체(deconstruction)’다. 뉴스 해체란 기사 제목, 취재원, 새로운 사실과 맥락 등 기사 및 보도의 구성요소를 파헤쳐 올바른 정보인지 판단하는 작업이다. 수업 초반에는 뉴스와 비(非)뉴스를 구별하는 것부터 배운다. 밀러 교수는 “뉴스가 아닌데 뉴스처럼 보이는 이웃(neighborhood)이 만연하기 때문에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에 혹해 루머 양산에 일조하거나 거짓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진짜 뉴스’를 오락성 정보, 선전물 등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에서 학생들은 취재원, 보도사진 등 뉴스의 요소와 함께 진정한 공정성의 의미, 저널리즘에서 말하는 진실 등에 대해 배운다. 뉴스의 각 구성요소에 대한 판단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마지막 뉴스 해체 단계에선 실제 기사를 분석하면서 앞서 배운 개념들을 체득한다. 지난 학기 이 수업을 수강한 진 티앤(Jean Tian?4학년)씨는 “뉴스 해체 과정을 배운 이후, 뉴스를 볼 때 적절한 취재원을 인터뷰 했는지, 인용한 통계자료의 출처가 어딘지 등 꼼꼼하게 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칼 번스타인 등 전·현직 기자의 생생한 특강 진행돼 뉴스 리터러시 수업의 강점은 강의뿐 아니라 소규모 세미나, 현직기자의 시리즈 특강, 팀티칭 등 다채로운 형태의 수업과정이 병행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이론으로 배운 개념이 실제 취재 및 편집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체득하며 뉴스 리터러시 능력을 키운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을 직접 취재, 보도한 전직기자 번스타인 교수의 팀티칭은 뉴스 리터러시 수업의 자랑이다.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은 1972년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의 재선위원회 측근이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였던 워터게이트 빌딩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된 사건이다. 번스타인이 당시 이 사건을 특종 보도함에 따라 닉슨 대통령이 미국 최초로 임기 중 대통령직을 사임했을 정도로 큰 반향이 일었다. 3월30일엔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와 관련한 특별 수업이 진행됐다. 번스타인 교수의 생생한 취재 뒷이야기가 이어졌다. 한 학생이 “백악관 측에서 기자회견 혹은 취재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했는데 어떻게 이겨냈나”라고 묻자 번스타인 교수는 “협박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중요했던 것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의무였다”며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취재과정은 물론 기사의 뉘앙스나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도 만전을 기했다”고 답했다. 현직기자들의 시리즈 특강도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다. 이번 학기에는 탐사보도 전문기자 앨렌 게블러(Ellen Gabler)와 NBC 앤 커리(Ann Curry) 앵커가 연사로 나섰다. 이밖에 대형 강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소규모 세미나 방식의 자기보고 수업(Recitation)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은 30명 내외 소그룹으로 나뉘어 지난 수업 내용이나 과제에 대한 질의응답, 그룹 토론 등을 한다. 수강생들은 다양한 방식의 수업 덕분에 뉴스를 보는 관점이 더 깊어졌다고 호평했다. 한국인 유학생 이보름(4학년)씨는 “전·현직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간접 경험하면서 수업에서 배운 투명성, 진실성 등의 개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취재 | 김지현 객원기자 | 2015-05-04 14:24

뉴스 리터러시 센터(The Center for News Literacy)의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는 딘 밀러 교수는 2009년 교단에 서게 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뉴스 리터러시 수업을 가르쳐왔다. 스토니브룩대의 미디어 교육 전문가인 그를 4월17일 스토니브룩대 개인연구실에서 만나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 및 한국 도입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어떻게 이 수업을 맡게 됐나. 수업을 맡기 전에도 수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었나 일간지 ‘포스트 레지스터'(Post Register) 편집장으로서 일을 그만두고 미디어 관련 교육으로 관심을 돌리게 됐는데 마침 스토니브룩대에 뉴스 수용자를 위한 수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부터 항상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수업에 대해 듣자마자 ‘완벽해(perfect)!’를 외쳤다. 편집장으로서 기사의 헤드라인을 정하고 사설을 쓰는 일 등 독자들이 어떻게 신문을 볼지 고민했던 점과 이 수업에서 다루고 있는 투명성, 책임 등의 개념이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 이런 수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내가 생각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현재 사회에는 광고, 정치가들의 선전과 같이 뉴스인 척 하려는 정보들이 많다. 하지만 이 수업은 뉴스 수용자들이 속임수에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확실한 기준을 제공한다. 두 번째는 이 수업이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능력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이는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일이든 다각도에서,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강생들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시사적 이슈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중국, 미얀마, 러시아 등 외국 대학 및 고교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각국에 맞는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역시 뉴스 리터러시 같은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세월호 1주기라는 소식을 접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당시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사건 경과나 희생자에 대한 허위 정보가 유출되고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했다고 들었다. 이러한 사건을 통해 한국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의 미디어 교육,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작년 홍콩 우산혁명 때, 중국의 뉴스검열과 SNS에 돌아다니는 루머에 대응해 뉴스리터러시를 배운 학생들이 스스로 루머체킹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활동했다. 이처럼 저널리즘 전공 학생들이나 미디어 교육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먼저 나서서 행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저널리즘 관련 전문가가 직접 뉴스리터러시 수업을 접해 보고 이러한 교육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체감할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해외취재 | 김지현 객원기자 | 2015-05-04 14:21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를 볼 때 믿어도 되는 정보인지 찝찝하다면? 비판적으로 올바른 정보를 가려내고 의사결정을 하는‘냉철하고 똑똑한’뉴스 수용자가 되고 싶다면? 뉴스 리터러시 수업이 알려주는 ‘뉴스 해체’방법에 주목하자. 1단계는 기사 제목과 본문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제목이 기사의 주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제목은 때론 정교하게 ‘세팅’된다. 제목을 먼저 읽은 독자는 이미 선입견이 뇌리에 박히고 기사는 단지 제목에 대입시켜 읽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내가 제목에 혹시 호도되는 것은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2단계에서는 기사에 나오는 ‘증거’가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것인지 아니면 추론에 불과한지 확인한다. 대변인 진술이나 익명의 취재원에게 전해들은 증언 등은 정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3단계는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작업. 이땐 ‘IMVAIN’을 기억하자. 취재원이 독립적(Independent)인지, 다수(Multiple)가 등장하는지, 정당한 증거를 입증(Verify)하고 있는지, 어떤 정보를 줄 만한 권위(Authoritative)를 가졌는지, 정보에 정통한지(Informed), 익명의 그늘에 숨지 않고 이름을 밝혔는지(Named) 확인한다. 이어서 4단계에선 기자가 취재과정을 솔직하고 투명하게 밝히고 있는지 판단한다. 5단계에선 기사의 맥락과 사실, 묘사를 구분해 읽는다. 6단계에선 기사의 주제를 육하원칙에 맞게 요약해본 뒤, 마지막 7단계에선 공정성과 균형성 여부를 따져 본다. 이러한 뉴스 해체법을 습득하면 왜곡되거나 과장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는 뉴스 수용자로 거듭날 수 있다.

해외취재 | 김지현 객원기자 | 2015-05-04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