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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트위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하루에도 수천 가지 정보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쏟아진다. 모두 올바른 정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실상은 허위, 왜곡정보가 난무한다. 언론도 신뢰를 잃어간다.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최근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사실’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내고 공공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 건강한 민주사회를 위한 필수 요건인 만큼,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은 민주시민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로 강조되고 있다. 10년째 ‘뉴스 리터러시(News Literacy)’ 수업을 이어오고 있는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캠퍼스(Stony Brook University, 스토니브룩대)를 찾았다. 4월20일 미국 뉴욕주 스토니브룩대의 프레이홀. 약 200명 수강생이 채운 대형 강의실 앞 스크린에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의 한 기사가 띄워져 있다. “기자가 직접 (취재원이 제공한)녹음 파일을 듣고 이 기사를 썼는지 여부가 이 기사에 나와 있나요? 기자가 직접 듣고 쓴 것과 아닌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딘 밀러(Dean Miller) 교수가 질문을 하자 학생 5명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 교수는 학생들 사이로 럭비볼을 던졌다. 공을 받아든 한 남학생이 공에 달린 마이크에 대고 답했다. “기자가 직접 보거나 듣고 쓴 내용이 훨씬 신뢰도가 높습니다. ‘누가 어떻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것이니까요.” 밀러 교수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뉴스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신뢰도와 정보가치를 따져보는 것. ‘뉴스 리터러시’ 수업의 핵심이다. ‘제대로 뉴스 보는 법’을 알려주는 이 수업은 미국 스토니브룩대 학생들이 꼭 들어야 하는 명강의로 꼽힌다. 매 학기 200명 이상이 이 수업을 듣는다. △똑똑한 뉴스 수용자를 기르기 위한 수업 뉴스 리터러시 수업은 스토니브룩대 하워드 슈나이더(Howard Schneider) 저널리즘학과장이 2005년 개설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언론의 가치와 윤리’ 과목을 강의하면서 급속도로 바뀌는 미디어 환경에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 이 수업을 기획하는 계기가 됐다. “적지 않은 수강생이 유튜브 동영상이나 잡지의 가십거리도 뉴스처럼 보이기만 하면 사실로 믿었다. 반면 나머지 학생들은 언론에 무조건 냉소적이거나, 언론 보도를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좋은 정보를 가려낼 줄 아는 뉴스 수용자를 길러내는 것이, 좋은 기자를 배출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슈나이더 교수의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뉴스 리터러시 수업은 비전공자도 대상으로 한다. 학생들은 믿을 만한 뉴스를 판별하는 방법, 뉴스 제작과정, 저널리즘의 사상적 토대 등을 배우며 ‘똑똑한 뉴스 수용자’로서의 역량을 기른다.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로 유명한 칼 번스타인(Carl Bernstein) 교수가 밀러 교수와 함께 팀티칭을 맡고 있다. 수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10년째. 뉴스 리터러시 수업은 현재 해외로 수출될 정도로 성장했다. 2007년에는 뉴스 리터러시 센터(The Center for News Literacy)가 설립됐다. 현재 뉴스 리터러시 센터는 미국의 약 30개 대학, 뉴욕주 7개 중고등학교와 파트너십을 맺어 수업을 도입시켰고 중국, 홍콩 등 세계 대학과도 교류해 현지에 맞는 수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뉴스 해체로 올바른 정보 판단력 길러 뉴스 리터러시 수업의 최종 목표는 ‘뉴스 해체(deconstruction)’다. 뉴스 해체란 기사 제목, 취재원, 새로운 사실과 맥락 등 기사 및 보도의 구성요소를 파헤쳐 올바른 정보인지 판단하는 작업이다. 수업 초반에는 뉴스와 비(非)뉴스를 구별하는 것부터 배운다. 밀러 교수는 “뉴스가 아닌데 뉴스처럼 보이는 이웃(neighborhood)이 만연하기 때문에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에 혹해 루머 양산에 일조하거나 거짓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진짜 뉴스’를 오락성 정보, 선전물 등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에서 학생들은 취재원, 보도사진 등 뉴스의 요소와 함께 진정한 공정성의 의미, 저널리즘에서 말하는 진실 등에 대해 배운다. 뉴스의 각 구성요소에 대한 판단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마지막 뉴스 해체 단계에선 실제 기사를 분석하면서 앞서 배운 개념들을 체득한다. 지난 학기 이 수업을 수강한 진 티앤(Jean Tian?4학년)씨는 “뉴스 해체 과정을 배운 이후, 뉴스를 볼 때 적절한 취재원을 인터뷰 했는지, 인용한 통계자료의 출처가 어딘지 등 꼼꼼하게 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칼 번스타인 등 전·현직 기자의 생생한 특강 진행돼 뉴스 리터러시 수업의 강점은 강의뿐 아니라 소규모 세미나, 현직기자의 시리즈 특강, 팀티칭 등 다채로운 형태의 수업과정이 병행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이론으로 배운 개념이 실제 취재 및 편집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체득하며 뉴스 리터러시 능력을 키운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을 직접 취재, 보도한 전직기자 번스타인 교수의 팀티칭은 뉴스 리터러시 수업의 자랑이다.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은 1972년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의 재선위원회 측근이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였던 워터게이트 빌딩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된 사건이다. 번스타인이 당시 이 사건을 특종 보도함에 따라 닉슨 대통령이 미국 최초로 임기 중 대통령직을 사임했을 정도로 큰 반향이 일었다. 3월30일엔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와 관련한 특별 수업이 진행됐다. 번스타인 교수의 생생한 취재 뒷이야기가 이어졌다. 한 학생이 “백악관 측에서 기자회견 혹은 취재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했는데 어떻게 이겨냈나”라고 묻자 번스타인 교수는 “협박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중요했던 것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의무였다”며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취재과정은 물론 기사의 뉘앙스나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도 만전을 기했다”고 답했다. 현직기자들의 시리즈 특강도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다. 이번 학기에는 탐사보도 전문기자 앨렌 게블러(Ellen Gabler)와 NBC 앤 커리(Ann Curry) 앵커가 연사로 나섰다. 이밖에 대형 강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소규모 세미나 방식의 자기보고 수업(Recitation)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은 30명 내외 소그룹으로 나뉘어 지난 수업 내용이나 과제에 대한 질의응답, 그룹 토론 등을 한다. 수강생들은 다양한 방식의 수업 덕분에 뉴스를 보는 관점이 더 깊어졌다고 호평했다. 한국인 유학생 이보름(4학년)씨는 “전·현직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간접 경험하면서 수업에서 배운 투명성, 진실성 등의 개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취재 | 김지현 객원기자 | 2015-05-04 14:24

뉴스 리터러시 센터(The Center for News Literacy)의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는 딘 밀러 교수는 2009년 교단에 서게 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뉴스 리터러시 수업을 가르쳐왔다. 스토니브룩대의 미디어 교육 전문가인 그를 4월17일 스토니브룩대 개인연구실에서 만나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 및 한국 도입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어떻게 이 수업을 맡게 됐나. 수업을 맡기 전에도 수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었나 일간지 ‘포스트 레지스터'(Post Register) 편집장으로서 일을 그만두고 미디어 관련 교육으로 관심을 돌리게 됐는데 마침 스토니브룩대에 뉴스 수용자를 위한 수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부터 항상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수업에 대해 듣자마자 ‘완벽해(perfect)!’를 외쳤다. 편집장으로서 기사의 헤드라인을 정하고 사설을 쓰는 일 등 독자들이 어떻게 신문을 볼지 고민했던 점과 이 수업에서 다루고 있는 투명성, 책임 등의 개념이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 이런 수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내가 생각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현재 사회에는 광고, 정치가들의 선전과 같이 뉴스인 척 하려는 정보들이 많다. 하지만 이 수업은 뉴스 수용자들이 속임수에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확실한 기준을 제공한다. 두 번째는 이 수업이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능력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이는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일이든 다각도에서,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강생들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시사적 이슈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중국, 미얀마, 러시아 등 외국 대학 및 고교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각국에 맞는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역시 뉴스 리터러시 같은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세월호 1주기라는 소식을 접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당시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사건 경과나 희생자에 대한 허위 정보가 유출되고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했다고 들었다. 이러한 사건을 통해 한국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의 미디어 교육,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작년 홍콩 우산혁명 때, 중국의 뉴스검열과 SNS에 돌아다니는 루머에 대응해 뉴스리터러시를 배운 학생들이 스스로 루머체킹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활동했다. 이처럼 저널리즘 전공 학생들이나 미디어 교육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먼저 나서서 행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저널리즘 관련 전문가가 직접 뉴스리터러시 수업을 접해 보고 이러한 교육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체감할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해외취재 | 김지현 객원기자 | 2015-05-04 14:21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를 볼 때 믿어도 되는 정보인지 찝찝하다면? 비판적으로 올바른 정보를 가려내고 의사결정을 하는‘냉철하고 똑똑한’뉴스 수용자가 되고 싶다면? 뉴스 리터러시 수업이 알려주는 ‘뉴스 해체’방법에 주목하자. 1단계는 기사 제목과 본문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제목이 기사의 주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제목은 때론 정교하게 ‘세팅’된다. 제목을 먼저 읽은 독자는 이미 선입견이 뇌리에 박히고 기사는 단지 제목에 대입시켜 읽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내가 제목에 혹시 호도되는 것은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2단계에서는 기사에 나오는 ‘증거’가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것인지 아니면 추론에 불과한지 확인한다. 대변인 진술이나 익명의 취재원에게 전해들은 증언 등은 정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3단계는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작업. 이땐 ‘IMVAIN’을 기억하자. 취재원이 독립적(Independent)인지, 다수(Multiple)가 등장하는지, 정당한 증거를 입증(Verify)하고 있는지, 어떤 정보를 줄 만한 권위(Authoritative)를 가졌는지, 정보에 정통한지(Informed), 익명의 그늘에 숨지 않고 이름을 밝혔는지(Named) 확인한다. 이어서 4단계에선 기자가 취재과정을 솔직하고 투명하게 밝히고 있는지 판단한다. 5단계에선 기사의 맥락과 사실, 묘사를 구분해 읽는다. 6단계에선 기사의 주제를 육하원칙에 맞게 요약해본 뒤, 마지막 7단계에선 공정성과 균형성 여부를 따져 본다. 이러한 뉴스 해체법을 습득하면 왜곡되거나 과장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는 뉴스 수용자로 거듭날 수 있다.

해외취재 | 김지현 객원기자 | 2015-05-04 14:18

네덜란드의 그린(Green) 열풍은 캠퍼스를 넘어 지역사회로 이어진다. 수도 암스테르담을 비롯해 네덜란드 각지에서 ‘친환경’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에코패션 또한 그 열풍 중 하나다. 본지는 지난 8월24일 대학 졸업 이후 암스테르담에 에코패션 가게 찰리 앤 메리(Charlie & Mary)를 연 마리케 빈크(Marike Vinke)씨를 만나 네덜란드 친환경 열풍의 가치에 대해 취재했다. -에코 패션 가게를 열게 된 계기는 패션계에도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 브랜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창업 초창기엔 ‘에코 패션은 비싸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을거야’라는 편견 때문에 힘들었지만 친환경 브랜드에 관심 갖는 네덜란드 언론, 암스테르담의 에코 패션 선두주자들의 도움으로 친환경 모토를 지켜낼 수 있었죠. -에코 패션이 일반 옷들과 다른 점은 이 가게 모든 제품은 재활용 원단을 사용하거나 천연 원료를 사용해요. 뿐만 아니라 옷을 만드는 과정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만들어진 1차 제품을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와 판매하고 있죠. -이 가게가 지역사회의 환경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되길 희망하고 있어요. 제가 이 가게를 열게 된 이유기도 하죠. 손님 대부분도 그들이 구매하는 상품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지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저는 우리 제품 속에 담긴 이야기를 손님들과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 가게가 친환경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길 희망하면서 말이죠.

해외취재 | 윤다솜 기자 | 2014-10-06 00:35

첫 시작은 한 통의 이메일이었다. ‘당신의 그린 캠퍼스 선도 사례를 취재하고 싶습니다.’ 거절당하면 어쩌나, 여름휴가를 떠났으면 어쩌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약 8500km 떨어진 먼 나라 네덜란드로 발송 버튼을 눌렀다. 작은 용기는 어느새 네덜란드 400년 지역명물 그로닝겐 대학 캠퍼스로 기자를 이끌었다. 자전거 타는 총장, 푸드 세이빙 운동가, 그린 캠퍼스 연구가 등 13명의 그로닝겐 그린 캠퍼스 주역은 반갑게 취재팀을 맞았고, 우리는 둥그렇게 모여앉아 약 2시간에 걸쳐 그로닝겐 대학의 그린 캠퍼스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고, 감탄했다. 취재가 끝난 뒤에도 그로닝겐 관계자들은 그린 캠퍼스를 상징하는 과일 모양 가방을 안겨주며 그로닝겐 대학의 그린 캠퍼스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친환경 텃밭이 대학의 명물이라며 인터뷰 장소까지 물색해주던 라이덴 대학 씨스 보스커, 파울 허드슨 교수 또한 잊지 못할 소중한 인연이다. 그들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환경 지속가능성을 교육하고 있다는 것에 긍지를 느꼈고, 세상을 바꿀 인재를 키운다는 것을 뿌듯해했다. 기자가 만난 이들은 누구보다 학교와 학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아울러 환경 정책을 입안하는 정책가, 환경 NGO 단체 활동가, 환경 경영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라이덴 대학 학생들은 자신의 대학이 지역사회를 넘어 전세계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했다. 물심양면 학생들의 그린 캠퍼스 운동을 지원하는 루트어빌리티(rootAbility)설립자 펠릭스 스피라씨도, 친환경 문화를 창조하는 암스테르담(Amsterdam)의 에코 패션 운영자들도 모두 친환경 미래를 책임지는 이 시대의 영웅이었다. 네덜란드 대학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학생, 교수, 교직원 모두가 그린 캠퍼스라는 공통분모 하에 격식 없이 토론을 나누고, 최선의 방안을 고민하고, 괄목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일면식도 없는 한국 대학생이 찾아와 그린 캠퍼스 선도 사례를 취재하고 싶다고 말할 때도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들의 그린 캠퍼스 비법을 공유한다. 짧지만 값진 네덜란드로의 그린 캠퍼스 여행을 마치고 다시 8500km를 건너온 지금, 언젠가 본교에도 ‘당신의 그린 캠퍼스 선도 사례를 취재하고 싶습니다.’ 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도착하길 희망한다.

해외취재 | 윤다솜 기자 | 2014-10-06 00:35

백년대계(白年大計). 100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운다는 뜻이다. 네덜란드 대학은 그린 캠퍼스 백년대계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이대학보사,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지난 8월20일~8월28일 그린 캠퍼스 선도 대학이 위치한 네덜란드에서 친환경 캠퍼스의 가치를 취재했다. 본지는 ‘대학, 그린라이트를 켜다’를 3회 연재해 그린 캠퍼스 조성의 의의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네덜란드 제1의 그린 캠퍼스 선도 대학 ‘그로닝겐 대학(University of Groningen)’ 사례를 통해 바람직한 그린 캠퍼스 운동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학 총장이 자전거로 통근하는 모습은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대학에선 얘기가 다르다. 올해로 개교 400년을 맞이한 그로닝겐 대학의 시브렌드 포페마(Sibrand Poppema) 총장은 매일 아침 17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통근한다. 대학 캠퍼스가 어느 공간 보다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공간이 돼야한다고 생각하는 그의 대학운영 철학 때문이다. 자전거 타는 총장이 있는 학교, 400년 간 지역의 명물로 자리하고 있는 그로닝겐 대학의 그린 캠퍼스 주역 13명을 지난 8월21일 만나 ‘왜 대학이 그린 캠퍼스’에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좋은 대학은 미래를 생각하는 곳, 넓고 길게 생각해야 그로닝겐 대학 캠퍼스 곳곳엔 회색 쓰레기통이 서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쓰레기통처럼 보이지만 그로닝겐 대학의 자랑거리인 친환경 쓰레기통 빅 벨리(Big Belly)다. 쓰레기통 하단에는 ‘Solar Powered Waste Compactor(태양열 쓰레기 분쇄 압축기)’라고 적힌 빨간 포스터가 붙어 있다. 태양열 원리를 이용하는 빅 벨리는 일반 플라스틱 쓰레기통의 5배가 넘는 쓰레기를 압축해 쓰레기 처리 시 발생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인다. 아울러 그로닝겐 대학은 1969년부터 캠퍼스 건물 곳곳의 에너지 사용량, 쓰레기 배출량 등을 면밀히 분석해 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강의실 조명을 LED로 교체하고, 학생들이 태양열을 이용해 휴대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캠퍼스 곳곳 친환경 요소를 도입한 그로닝겐 대학이 생각하는 좋은 대학의 기준은 성적 위주 대학평가 순위가 아닌 친환경 캠퍼스 순위다. 인도네시아대(University of Indonesia)가 전세계 215개 대학을 대상으로 매년 ▲기반시설 ▲폐기물 처리 과정 ▲교육 분야의 친환경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학의 그린 지수를 평가하는 ‘UI Green Metric World University Ranking’에서 그로닝겐 대학은 네덜란드 대학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그로닝겐 대학의 그린 캠퍼스 운동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빛을 발한다. 학생들에게 환경 관련 인식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교육 효과를 얻고 있다. 그로닝겐 대학의 환경전문가 딕 제거(Dick Jager)씨는 에너지 절감 운동 등과 같은 대학의 실천적인 노력에 ‘교육’이라는 대학의 본래 기능을 더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은 미래 리더를 양성해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친환경 캠퍼스에 관한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대학 교육에 그린 캠퍼스의 중요성이 접목된다면 훌륭한 인재를 배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로닝겐 대학은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014년 현재 1969년에 비해 학생 수는 69%포인트 증가했지만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30% 미만이다. 1년 사이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약 39%에 달하는 국내 대학 사례가 존재하는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그린 캠퍼스 조성 중추 담당하는 전문 부서도 마련돼 있어 그로닝겐 대학에는 그린 캠퍼스 조성을 담당하는 전문 부서도 있다. 대학 본부에 마련된 ‘그린 오피스(Green Office)’는 그린 캠퍼스 조성에 힘쓰고자 하는 학생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그린 캠퍼스 단체의 조직 및 프로젝트 실행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실제 그린 오피스의 도움으로 학생들은 캠퍼스 내 ‘개방형 채소 농장’을 조성하거나, 대학가에서 불필요하게 남겨지는 음식물을 모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푸드 세이빙(Food Saving) 운동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도 했다. 그린 오피스 프로젝트 야니크 소피(Yanike Sophie) 매니저는 “그린 오피스를 찾는 학생들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내면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 및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Sustainable Society’부서도 마련돼 있다. 이곳은 정치, 경제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캠퍼스 및 지역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한다. Sustainable Society의 프로젝트 매니저 샤론 스미스(Sharon Smith)씨는 “즉각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정부 정책과 달리 대학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장기적인 효과를 가져 오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향식 그린 캠퍼스 운동,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 그로닝겐 대학 그린 캠퍼스 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 중심의 상향적 특성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닝겐 대학에서 학생의 아이디어는 큰 영향력을 갖는다. 그린 오피스 부서는 ‘학생이 이끈다’라는 기조를 갖고 있고, 재작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린 캠퍼스 아이디어 공모전인 ‘그린 마인드 어워드(Green Mind Award)’를 개최하고 있다. 수상자의 아이디어는 학교 측의 재정 지원을 통해 실제 캠퍼스에 적용된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모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캠퍼스에 구체화 시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바탕을 둔 중앙 통제 시스템으로 대학 건물 전체의 조명, 온도 등을 자유롭게 조정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실제 캠퍼스에 적용시킨 올해 그린 마인드 어워드 수상자 파리스 니자믹(Faris Nizamic)씨는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단순한 논의의 수준을 넘어 학교 측의 도움을 통해 실제 프로젝트화 되거나 시제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며 “우리의 노력이 캠퍼스에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해외취재 | 윤다솜 기자 | 2014-09-29 11:00

그로닝겐 학생들은 ‘대학생의 일상’에서 그린 캠퍼스 프로젝트의 주제를 선정한다. 그로닝겐 대학 레나 스콜즈(Lena Scholz)씨의 푸드 세이빙(Food Saving)운동이 대표적이다. 스콜즈씨는 대학생의 일상에서 가장 등한시 되는 부분이 ‘음식’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푸드 세이빙 프로젝트에 동참할 팀원을 적극적으로 모으면서 학생 선에서 알기 어려운 내용은 교수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주변 친구들과 함께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후에는 네덜란드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푸드 세이빙 단체와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프로젝트를 구체화시켜 나가기 시작했죠. 푸드 세이빙 프로젝트를 생각해낸지 4개월 만에 함께 활동할 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됐어요.” 단체 조직 이후 그와 친구들은 일주일에 3번 씩 캠퍼스, 주변 식당, 카페 등을 돌며 남은 식재료를 수거했다. 수거한 채소와 과일 등은 그와 친구들 손에서 새로운 음식으로 재탄생해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됐다. “우리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쓸모 있는 음식들임에도 무심코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푸드 세이빙 운동을 시작한다고 말하자 주변 식당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줬죠.” 그는 그린 캠퍼스 운동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이후 많은 사람들이 푸드 세이빙 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우리의 프로젝트가 많은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해외취재 | 윤다솜 기자 | 2014-09-29 10:59

그로닝겐 대학 캠퍼스 외각에 위치한 ‘엔트렌스(EnTranCe)’. 이곳에서 네덜란드 대학생들은 정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그린 캠퍼스 및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한다. 지난 8월21일 EnTranCe의 카렐 보스만(Karel Bosman) 매니저를 만나 학생 중심 친환경 연구 기관의 의의를 알아봤다. -EnTranCe의 설립 배경과 운영 방식은 네덜란드는 친환경, 지속가능한 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경제, 법 등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모여 친환경 에너지 개발 및 기업들이 추진하는 친환경 사업이 실제 적용됐을 때 나타나는 기대효과, 발전 가능성 등에 대한 통합 연구를 수행하죠. 학생들의 연구 분야는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학생 중심 연구 기관이 왜 중요한가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모이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혁신’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 기술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환경’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연구에 임하다보면 해답을 훨씬 쉽게 찾고, 협동의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의 학생들은 연구를 일의 개념이 아닌 교육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습니다. -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 100년 뒤, 200년 뒤 역사책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도둑’으로 기록돼 있을 겁니다. 환경 지속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기 때문이죠. 하지만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생, 교수, 연구진들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도둑’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된 첫 인류였다고 기록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해외취재 | 윤다솜 기자 | 2014-09-29 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