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학부에서 영어영문학을, 통번역대학원에서 통역을 전공했다. 2013년 대학원 졸업 후 7년 반 정도 프리랜서 한영 통역사로 활동했다. 3년 반 전부터 인하우스 통역사로 일하고 있다. 통역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인공지능(AI) 시대에 앞으로도 통역사가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통역사라는 직업이 궁금한 이들을 위한 정보와 함께, 11년차 통역사로서 숨가쁘게 살아오며 느낀 소회를 적어보려 한다.통역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소통을 돕는다. 주인공보다는 보조자 역할을 한다. 행사MC를 맡는 등 특수한 경우가
전 중앙일보 대기자. 본교 교육학과를 1987년 졸업하 고 동대학원 석사, 서울대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32년간 기자로 일하며 온 라인 편집국장, 논설위원, 콘텐트랩 실장 등을 역임했 다. 2011년 단편소설 ‘흘러간 지주’로 등단해 소설가 로도 활동하며 『이대 나온 여자』, 『적우: 한비자와 진시 황』, 『카페 만우절』, 『여류 삼국지』 등 작품 다수를 썼다. 2022년부터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로 일한다. “교회엔 성인과 함께 가고, 술집엔 술꾼과 간댔는데, 지옥에서 마귀들과 함께 다니는
보는 순간 ‘내가 평생 이 기억으로 살아가겠구나’ 하는 순간이 있다. 마드리드의 햇살이 내겐 그랬다.마드리드에 오게 된 것은 찰나의 선택 덕분이었다. 처음엔 축구를 좋아해 유럽에 교환학생으로 오고 싶었고, 그중에서도 학생 신분으로 살기 좋다는 독일을 꿈꿨다. 독일을 목표로 토플을 공부하고, 학점을 맞추고 파견교 목록이 정리된 엑셀을 훑었다. 다른 학생들처럼 파견 보고서와 블로그 등을 살펴보며 목록을 추렸고, 우선 지망을 전부 독일로 채웠다. 그러다 우연히 어떤 블로그에서 ‘노는 걸 좋아하면 독일 말고 스페인으로 가세요’라는 글을 보
책/내게 무해한 사람(2018)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두 번째 소설집인 『내게 무해한 사람』에서 최은영은 유약했던 어린 시절의 마음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누구보다도 사랑이 가득한 이들을 그려낸다. 순간의 실낱같은 감정을 잡아채어 유려하게 늘어놓는 문장들을 읽고 있자면 곱씹을수록 청춘에 가까운 문장들이라 생각하게 된다. 마음에 지는 흉터들을 용납할 수 없어 타인을 대하는 데 지나치리만큼 세심하고 예민하게 구는 시기이자, 자신이 누군가의 하루를 망치진
“교수님 MBTI은 뭐세요?!” 한동안 사적으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이제 자기보고서 문항을 통해 개인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주는 MBTI는 일상의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입사지원 시 지원자의 MBTI 유형을 가지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요구하고, MBTI가 특정 유형인 경우 지원하지 말라는 채용공고를 해서 사회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쯤 되면 MBTI 광풍, 바야흐로 MBTI 전성시대다.그런데 뿐만이 아니다. MBTI 못지않게 혈액형과 사주(四柱), 타로점, 각종 심리
이 기사가 공개될 무렵이면 내가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온 지 80일도 넘어가게 된다. 한국에서 나는 쭉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기숙사 생활을 해본 적도, 자취 경험도 없었다. 그런 내가 용감하게도 홀로 외국에 나온 지도 이제 삼 개월을 채우게 되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신기하고, 스스로 뿌듯해지기도 한다. 처음 교환학생을 준비할 때, 당연히 걱정이 많았다. 이렇게 오래 외국에 나와본 적은 물론, 한국에서도 혼자 생활해 본 적이 없으니 두렵기도 했다. 나는 집안일에 서투른 데다 생활력이 떨어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때문에 물리
테넷(2020)‘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라는 이 대사는 '테넷'이 얼마나 복잡하고 난해한 플롯의 구조를 지닌 영화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영화는 사물의 엔트로피 역행에 기반한 ‘인버전’ 기술을 중심으로, 여러 양자역학과 물리학의 개념을 도입하여 서사를 전개한다. 영화 속 어려운 과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관객이 자신의 영화를 두고 이처럼 고민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영화가 선사하는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체험하고 등장인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하나의 철학적
고민 많은 나는 별것도 아닌 일을 크게 부풀려서 걱정하는 아주 몹쓸 재주가 있다. 이 정도면 재주가 맞다. 밖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면 순간 ‘어, 뭐지… 저거?’ 하는 생각을 필두로 ‘전쟁 난 거 아니야? 아닐 거야. 무슨 이벤트 아닐까? 불꽃놀이일 거야. 소리가 너무 가깝게 들리는데? 지금 집에 라면 있나? 우리 가족은 대피 가방도 준비 안해놨는데. 대피하려면 가방이 몇 개 필요할까? 라면은 얼마나 넣어야 하지? 옷들은? 하… 큰일 아니어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다…’ 이렇게 걱정들이 내 머릿속으로 끝도 없이 쏟아져 들어온다.
국어국문학과 2012년 졸업. 독립출판물 와 팟캐스트 을 만든다. 경향신문에 미디어 비평 칼럼 를 연재 중이며 저서 『연애하지 않을 자유』, 『차녀힙합』, 『아니 근데, 그게 맞아?』 등을 썼다. 현대소설 연구자가 되기 위해 폭포 밑에서 수행 중. 책을 사들이기만 하고 읽지는 않는 사람을 일컫는 별명을 정하는 놀이가 SNS에서 흥했다. ‘활자격리소’, ‘출판계의 빛과 소금’, ‘소장학파’, ‘아가리 독서러’, ‘독서댐’…주옥같은 아이디어 속에서 단연 화제가 된 것은 ‘집책광공’이었다. ‘광
한국과 오스트리아는 다른 점이 많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대부분의 상점이 평일 저녁 7시면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문을 연 곳을 찾기가 힘들다. 아날로그 친화적인 환경이다. 거의 모든 아파트는 열쇠로 여닫아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 마주하더라도 서로 눈이 마주치면, ‘Guten Morgen(좋은 아침)’ 혹은 ‘Hallo(안녕)’의 인사말을 습관처럼 내뱉는다. 이렇게 내가 살아온 환경과는 다른 것들을 마주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생활하던 모습들이 겹치곤 한다. ‘이런 점은 한국이 더 낫네 혹은 더 불편하네’와 같은 감상부터, ‘
본교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대학원에서 한국학(한국어교육)을 전공했다.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태국 씰라빠껀대학교 한국어학과를 거쳐 현재 미국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언어문명학과 한국어 강사로 일하며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대학 4학년, 프로듀서를 꿈꾸며 ‘언론고시’를 열심히 준비하던 때에 우연히 수강하게 된 라는 교양 수업이 내 인생의 방향을 한순간에 바꿔 버렸다. 지금은 옛말이 된 듯하지만, 당시에는 미래지향적 느낌이 물씬 풍겼던 ‘세계화’라는 단어에 관심이 갔고, 한국어
리바운드(2023)리바운드는 2012년 부산의 한 고등학교 농구부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에 영광을 누렸지만 다 무너져 가는 농구부에 26살 젊은 코치가 부임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다. 초등학교 때는 천재 소리 듣는 유망주였지만 키가 자라지 않아 슬럼프가 온 가드 ‘기범’, 부상으로 농구를 포기하고 형편이 어려운 가정 사정으로 내기 농구를 하며 돈을 버는 스몰 포워드 ‘규혁’,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센터 ‘순규’,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포워드 ‘강호’, 농구 경력 7년 차지만 대회 출전 경험은 없는 만년 벤
일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후지산, 초밥, 온천, 벚꽃…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아니메(*‘애니메이션’의 일본식 표기)’와 다양한 캐릭터 산업일 것이다.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역시도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교환학생 행선지를 일본으로 정한 것 역시 그 영향이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 지낸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직접 느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는 생활’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다.막 입국한 후 이번 학기 교환학생들을 처음 학교로 불러 학교생활이나 일본에서의 생활
요즘 ‘낭만을 찾는다’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나도 가을 끝자락에 올라타, 낭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이 글에서 낭만에 관한 서두를 던지기 위해 본격적으로 낭만이 무엇 같으냐고 만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한동안 물어보고 다녔다. 학교에서 함께 풍물패를 하는 친구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소고춤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태가, 바다를 좋아하는 친구는 아침에 갔던 바다를 저녁에 또 가는 일이 낭만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다양한 이야기들 속, 공통으로 낭만은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 현실감의 반대 개념. 어쩌면 현실을 벗
19세기 영국의 비평가, 수필가로 알려진 토마스 드 퀸시(Thomas De Quincey)가 1804년 옥스퍼드대학의 학생이었던 어느 날, 치통으로 인해 며칠간 두통을 겪게 된다. 그때 친구 권유로 진통제 ‘아편팅크’를 마시게 되면서 아편중독으로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는 처음에 복용량이 적어 문제가 없었지만, 점점 의존성이 강해지면서 다양한 아편류에 빠져들었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였다고 소설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Confessions of an English Opium-Eater)’에서 밝히고
뮤지컬/후크(2023)낡은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석탄이 타고, 물이 끓는 소리 위로 한 아이의 환상적인 목소리가 쌓인다. “놀이를 시작해,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놀이.” 혜화동의 한 극장, 공장을 상징하던 좁고 어두운 공간은 반짝이는 놀이터로 변하고, 관객들은 제임스와 함께 피터와 웬디의 네버랜드로 초대된다. 우리가 원하는 건 모두 할 수 있고, 되고 싶은 건 모두 될 수 있는 네버랜드. 현실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 공간에서 뮤지컬 ‘후크(2023)’의 막이 올라간다.산업 혁명이 한창이던 영국 런던. 이곳엔 빚더미뿐인 공장의 공장장
본교 불어불문학과를 2005년 졸업하고 한국일보문화사업단에서 미술 전시기획과 홍보 마케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모네전, 반 고흐전, 르누아르전, 고갱전 등의 대규모 회고전을 담당했다. 프랑스 유학 이후 K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일민미술관 선임 홍보로 근무했으며, 현재 독립 전시기획자로 일하며 AI를 활용한 예술교육 등 다양한 융복합적 강의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큐레이터 처음 봐요. 근데 어떤 일 하시는 거예요?”직업이 ‘큐레이터’라고 하면 대부분 신기한 눈빛으로 궁금해한다. 요즘은 도슨트(전시
본교 영어영문학과를 1965년 졸업하고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 ‘한국문학’에 시 ‘밤’으로 등단한 이후 『그대는 별로 뜨고』(1987), 『지난날 그리움을 황혼처럼 풀어놓고』(1992), 『마음 속에 뜬 별』(1995), 『사막에서 길을 찾네』(2008), 『꽃이 피기 위해서는』(2012), 『별을 찾아서』(2013) 등 시집 15권과 수필집 다수를 펴냈다. 윤동주문학상(1995), 종려나무상(2014) 등을 수상했다. 현재 대전대 석좌교수로 있다.지방의 사범학교에 다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문리대 영어
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고 오자. 나의 세상을 넓히자! 교환학생으로 파견을 확정 짓고 나서 다짐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많이 만날 수 있는 한국인 친구들이 아닌가. 파견 전에는 외국까지 가서 한국인들과 놀러 다니고, 어울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유럽에 온 지 두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외국인‘과 친구가 되는 것에는 더욱 큰 노력이 필요하며, ’외국인‘에 대한 나의 기준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이다.내가 파견된 학교는 매 학기 많은 교
영화/너와 나(2023)반쯤 먹혔지만 갈변하지 않은 사과, 세미의 상이 맺힌 거울, 아이가 웅덩이에서 건지는 공룡... ‘너와 나’(2023)의 메타포들은 영화가 축조한 미결정의 세계를 지탱한다. 이곳에서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 등의 상투적 경계란 영화 속 탁자 끄트머리에 위태롭게 놓인 유리컵처럼 툭, 치면 횡단할 수 있는 무엇이다. 매 쇼트를 호위하듯 감싸고 있는 빛의 노출이 담지하는 것 또한 수학여행 전날 고등학생 세미와 하은의 하루를 담은 이 영화의 일부, 혹은 전체가 살아남은 자의 백일몽이라는 가능성이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