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유리천장은 아직도 굳건하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의 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성별 간 임금 차이, 경제활동 참여율, 의회 및 관리직 내 여성 비율 등 10가지의 지표를 통해 산출한다. 2021년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 29위를 기록했다. 10년 연속 최하위권이다. 순위가 낮을수록 직장 내 여성 차별이 심하다는 뜻이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새학기가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주가 지났습니다. 어느새 몇몇 수업들은 과제와 발표 공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네요. 독자 여러분께서도 학교 생활에 무탈히 적응 중이시겠지요? 모두들 모쪼록 새학기의 첫 단추를 잘 꿰고 계시길 바랍니다. 영영 안전할 것만 같았던 학보실에 지난 주 코로나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학보 구성원 중 확진자와 유증상자가 생긴 것입니다. 이내 대면으로 작업을 계속 진행해도 되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사실 요즘에는 화상회의 프
“네 이름을 기억해.”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 등장하는 대사다. 여기서 이름은 정체성을 의미하며, 이 대사는 곧 ‘네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말라’는 뜻을 함축한다. 독일 헤센 주에 위치한 작은 대학 도시 마르부르크에서 일 년간 유학 생활을 시작한 나는, 스스로에게 ‘나를 잊지 말자’는 일종의 임무를 부여했다. 2월의 마지막 날 이곳에 도착했고, 길었던 오리엔테이션 기간도 끝이 났다. 일주일 동안 오전에는 비대면 프로그램에 참여해 학교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전달 받았고, 저녁에는 펍(Pub)에서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마음산책 출판사 대표. 본교 정치외교학과를 1985년 졸업했다. 1985년 편집자로 출판계에 입문해 2000년 마음산책을 창업하고 한결같이 출판인의 길을 걷고 있다. 1992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고 2019년 올해의 출판인 본상을 받았다.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 『나만의 것』, 책 만들며 사는 삶에서 정리한 인문서 『편집자 분투기』, 『책 사용법』, 마음산책 스무 살에 스무 문인과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집 『스무 해의 폴짝』 등을 출간했다.아침의 루틴이 된 시집 펼치기를 고백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읽는다기보다 거의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한 방송사는 "특히 총기가 부족한 상황인 우크라이나가 우리 정부에 소총 수만 정 원조를 요청했지만, 정부가 고심 끝에 지원할 수 없다고 답했다"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국방부는 "정해진 것은 없다"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그리고 7일, 국방부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15일에는 지원 품목을 개인용 응급처치키트, 의약품 등 '의무물자'와 천막, 전투식량, 방탄 헬멧 등의 '비무기체계 군수물자'로 결정했
주중에는 애플에서 일하고 주말엔 강원 금진해변에서 서핑을 한다. (직무와 업무에 관한 내용은 애플의 사내 규정 상 공개할 수 없어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평균 학점 3.0이 안 되는 문과생이 어쩌다 IT 업계에 7년째 몸을 담고 있다. 이 파도, 저 파도, 내 앞에 닥쳐온 파도를 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나는 경영학 전공도, 공학 전공도 아닌 인문학도다. 입학식은 귀찮아서 자체 생략했고, 대학에서는 가슴 뛰는 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낭만을 고수하며 관심 있는 수업만 골라 들었다. 학교생활보다 경제 활동에 더 열심이었고,
“네가 착한 줄 알았는데 내 예상과 벗어나는 행동을 해서 놀랐어.”2021년 초, 연예계에 가스라이팅 논란이 일며 가스라이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인식이 높아졌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타인이 자신을 의심해보게 만들고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정서적 학대이며 모든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위이다.가스라이팅 용어의 기원이 된 것은 연극 이다. 이 연극에서는 ‘잭’이라는 남성이 자신이 살고 있던 집 위층의 보석을 훔치고자 가스등을 켠다. 집끼리 가스등을 나눠 쓰는 상태였기에 이
램프를 만지면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램프 지니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라비안나이트의 천일야화를 바탕으로 하는 ‘알라딘은 인도의 사회 제도와 구전을 반영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1992년에 최초로 개봉된 후 27년 만에 리메이크를 통해 다시 선보인 ‘알라딘’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전과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보자.알라딘에서는 신분을 기준으로 등장인물이 네 부류로 나누어지는데 천민, 왕족, 귀족, 노예로 구분된다. 이는 작품이 인도를 배경으로 창작되었기 때문이다. 인도는 여전히 관습적으로 신분 제도가 만연하고
기자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쳐 와 기사로 쓴다. 인터뷰이가 고뇌와 노력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경험을 기사에 싣겠다는 이유로 기자가 갖은 정보를 쏙쏙 뽑아간다. 나도 나 자신이 순간 파렴치한으로 느껴질 만큼 집요하게 그들의 시간을 베껴온다. 인터뷰를 하는 일은 나의 생에 24시간, 365일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과 같다. 누군가의 실패와 성공, 좌절과 환희의 순간을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다.사실 이 작업은 기자보다 독자에게 훨씬 쉽고 효율적이다. 그러나 기사를 찾는 사람은 점차 줄어든다. 책보다 짧고 영화, 드라마보다 사실적인 기
오랜 기간 드라마 입문 수업에서 비극의 전범인 을 학생들과 함께 읽었지만 테베에 퍼진 전염병은 플롯의 ‘발단’일 뿐 수업의 중심 주제가 되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의 공포가 극에 달했던 2020년 봄 학기, 작품 초반에 나오는 역병에 대한 생생하고 구체적인 묘사가 문학적 은유가 아닌 체험적 사실로 읽혀지기 시작했다. 소포클레스가 이 극을 집필한 기원전 430년 경 아테네는 전쟁과 역병이라는 이중의 재난 속에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구의 사분의 일의 목숨을 앗아간 역병은 신화 속 사건도, 문학적 상징
영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쯤 되었던 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학교 근처에 있는 펍(Pub)에 처음으로 술을 마시러 나갔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분홍색, 파란색 등의 색조명이 벽에 쏘아져 있는 펍에서는 술이 마른 퀴퀴한 냄새가 났다. 설렘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기숙사 플랫 메이트 에밀리(Emily)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에밀리의 친구가 다가와서 말했다. “나 어제 스파이크 당했어(I got spiked yesterday).”처음 들어본 단어에 어리둥절했다. ‘뭔가에 찔렸다는 뜻인가’ 하며 혼자 뜻을 유추해 보기도 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지난 9일,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며 학교 정문을 들어서던 저는 정문 근처에 비치된 두 개의 이대학보 배포대가 모두 텅 비어 있는 걸 봤습니다. 배포대에 놓인 신문이 작년보다 눈에 띄게 빨리 줄어드는 걸 보니, 캠퍼스에 감도는 활기가 새삼 반갑게 느껴지네요.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끝나 더 많은 독자 여러분을 만날 수 있길 바라봅니다.언제나 교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장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이대학보 구성원들이지만, 지난 몇 주 동안은 더 먼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3월부로 코로나19 확진자의 동거인은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일부터 동거인 관리기준을 변경해 확진자의 동거인은 예방 접종력과 관계없이 모두 수동감시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수동감시는 관할 보건소가 제시한 권고 및 주의사항을 자율적으로 준수하면서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기존에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동거인만 격리 없이 지내다가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하는 수동감시 대상이었고 미접종자는 확진자와 함께 7일간 격리해야만 했다. 또 그간 확진자의 동거인으로 분류돼 의무적으로 해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잿빛 어둠이 걷히고 말간 하늘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진정 봄이 오고 있나 봅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이렇게 막을 내리네요. 영영 한적할 것만 같던 캠퍼스도 요즘 제법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어디서든 충만한 순간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이번 1633호를 준비하면서도 참 많은 교내외의 사건들을 접했는데요. 그 중 이화인으로서, 나아가 지성인으로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고(故) 이어령 선생님의 별세 소식이었습니다. 2017년 췌장암 발병 이후에도 항암치
2일 오후7시23분.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3차 토론회가 시작되기 약 30분 전이었다. 3차 토론회는 사회 분야가 중심 논제였다. 2월 23일 멈춘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의 재개 여부가 달린 토론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 토론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약속하길 요청했다. 혜화역 벽면은 전장연에서 붙인 벽보가 반은 붙은 채로, 반은 떨어진 채로 덮여 있었다. 혜화역은 장애인 이동권 시위인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가 시민들의 출근길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폐쇄했다가 논란이 됐던
상당히 불온적인 말이다. 권리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니. 철학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포스트 모더니즘을 넘어서고 있는 현대 사조를 거스르는 말일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비롯해 소수자성에 집중하는 세계 전반의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다. 어쩌면, 흐름에 뒤떨어지는 수준을 넘어 파시스트적인 말이 될지도 모른다.다름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왜 시대에 역행하는 듯한 말을 던지냐고 묻는다면 나는 으레 롯데리아 '어썸버거'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2020년, 롯데리아가 내놓은 신메뉴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Sweet Earth
2011년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기자로 입사. 경제부, 사회부를 거쳐 현재 연합뉴스TV 정치부에서 여당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왜 크로마를 안 찍는 거야?”대선 D-10 저녁, 동생이 내게 물었다. 놀라서 되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대수롭지 않은 듯 짧은 답이 돌아온다. “응, 유튜브.”초록색 배경을 깔고 인물을 촬영하는 크로마키는 대선 개표방송의 토대다. 이걸 찍어야 화려한 그래픽을 입혀 후보들이 뛰고, 날고, 겨루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약 빨고 만들었느냐’는 반응은 큰 칭찬이다. 우리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