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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필터 버블 속에 갇혀 있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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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버블(Filter Bubble)’,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 된 인터넷 정보로 인해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나는 무의식적으로 SNS 피드를 스크롤 할 때 맞춤형 광고들이 나타나면 멈칫하고 주시하게 된다. 처음 몇 번은 그저 내가 평소에 관심 있게 찾아본 제품들이 나온 것에 신기해하며 별 생각 없이 넘어갔다. 그런데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잠깐 이야기한 것들도 바로 광고로 뜨는 듯한 느낌이 들 때부터는 조금 무서워졌다. 한 유튜버의 마이크 도청 테스트 영상을 보고 나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정보들만 알아
여론광장
안민지(국제·18)
2021.05.0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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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시선]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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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공녀’의 주인공인 미소가 떠돌이 신세인 자신에게 이렇게 살지 말고 결혼해서 나랑 살자는 말을 농담조로 건넨 친구에게 조용히 읊조리는 대사이다. 미소는 가사 노동 도우미로 일하며 받는 일당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청년이다. 조용한 바에서의 위스키 한 잔, 일을 마친 후 피는 담배 한 모금이 그녀의 유일한 행복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월세와 담배 가격이 오르면서 그녀의 일상에 큰 파동이 생긴다. 티끌만 한 일당으로 단칸방 월세를 내는 것조차 버거워지자 그녀는 위스키와 담배를 위해 월세방을 포기하고 기약 없는 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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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인(커미·19)
2021.05.0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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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시선] 예민한 게 아니라 꼿꼿한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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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년 전, 고등학생 때의 경험담을 말하고자 한다. 부디 현재 진행형이 아니길 바라며 글을 쓴다. 출신 고등학교에서는 입학생 중 가장 예쁜 여학생 ‘4대천왕’과 가장 못생긴 ‘T(trash)4’를 뽑는 문화가 있었다. 모든 결정은 ‘남기’(남자 기숙사의 줄임말)에서 이뤄진다. 사대천왕 중 일부는 축구부 매니저 제의를 받기도 하는데, 그 역할은 축구부와 기념 촬영 및 30명 가까이 되는 부원들에게 생수를 배달하는 것이었다.매일 밤 남기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퍼졌다. ‘누가 나댄다’, ‘기가 세다’와 같은 마녀사냥에서 나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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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미(의류산업·17)
2021.04.05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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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나는 오늘도 살아낸다 - 사는 법이 아닌 살아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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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낸다.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거다. 매일 일어나며 이 말을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사람은 왜 사는 것일까.’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동시에 가장 절실히 답을 내려야 했던 이 질문에 수도 없이 베였다. 지금까지도 답은 찾지 못했다. 대신 나와 삶 사이에 공간을 만들었다. 후에 나만의 대답을 찾는 때가 오면 살포시 그 답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 공간을 ‘살아내는 법’이라 명명했다.고등학교에서는 공부하는 법만 배웠다. 그리고 12년 동안 달려온 목표지점을 넘어서는 순간 난 ‘대학생’의 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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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국문·19)
2021.04.05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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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시선] 우리에게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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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년, 주제를 좁혀 관심 있는 분야를 깊게 탐구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을 적의 일이다. 사실 당시의 나는 글을 읽고 쓰길 좋아하면서도 우리 문학에는 큰 애정이 없었으며, 이 사실을 크게 부끄럽게 여겼고 그런 마음을 견디기 어려웠다. 내가 발견한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다가 글감을 잡았다. 다양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그런데 왜 잘 보이지 않지? 확인해 보자.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라는 주제의 소논문을 썼다. 누가 어떤 글
여론광장
이수연(경영·18)
2021.03.2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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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역사를 비춰 미래를 만드는 사람: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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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기로 해서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큰별쌤’으로 유명하신 줄은 알았지만, 이분의 수업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한능검 분야에서는 최태성 선생님의 교재가 유명하고 마침 강의도 무료여서 1강을 듣기 시작했다.1강의 제목은 ‘역사란 무엇인가?’였다. 뻔한 오리엔테이션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이 강의는 한국사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주었다. 선생님은 한능검에 대해 설명하시며 “흔히들 역사는 팩트라고 생각해 암기에만 급급하고, 정작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는 남는 것 없이 휘발되어 버린다”고
여론광장
정수연(커미·21)
2021.03.2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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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緣)] 프리랜서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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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하세요?”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렇게 막막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음식과 연관된 다방면의 콘텐츠를 제작하기는 하는데 그 콘텐츠의 범위가 워낙 넓은 탓이다. 간단하게 내가 하고 있거나 해온 일을 나열해 보자면 이렇다.레스토랑 PR과 마케팅, 레시피 번역, 국내외 셰프 인터뷰 진행, 영상 제작 디렉팅, 레스토랑 이미지 브랜딩, 음식에 관한 전시 디렉팅, 외주 에디터로 각종 매체를 위한 글쓰기, 외부 콘텐츠 교정 및 교열, 셰프와 기업을 잇는 행사 기획 및 진행, 영화나 드라마의 푸드 스타일링, 책 출간…. 일단 여기까지만 해
이화:연(緣)
김나영 푸드콘텐츠 기획자
2021.03.2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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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시선] 생각하는, 작은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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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연결점이 되는 순간들이 있다. 수업이 끝나고 이동하며 친구와 간단한 소감을 나누는 순간. 정류장에 서서 가족과의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순간. 즐겁게 공연을 보고 나서 여운에 빠지는 순간. 길을 걷다가 바람에 나약하게 흔들리는 꽃에 시선이 가는 순간.누군가는 지나치게 감성적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으로서 이러한 순간순간이 성장을 이끈다고 말하고 싶다. 배운 지식을 그대로 흡수하기보다 친구와 가볍게 토론을 하고, 가족과의 식사를 상상하며 나와 다른 하루를 살았을 그들을 새삼 떠올려본다. 창작물에 담긴 세계를
여론광장
김영현(국문·19)
2021.03.2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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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여러분을 신학의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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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 집이라고 한다면, 그 집 앞에는 정원이 꾸며져 있다. 오늘은 이 신학의 정원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한다. 기독교 신학에는 크게 정통주의, 자유주의, 급진주의의 집이 있다. 그에 딸린 정원도 각각 존재한다. 정원의 모습은 그 집주인의 모습을 반영하기에 각 집 정원사들의 특징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개신교 신학에서 제일 오래된 집은 정통주의이다. 정통주의 신학은 가지 넝쿨이 얽힌 옛 중세시대 수도원 같은 오래된 건물과 다양한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정원을 가지고 있다. 이 집은 꽃 종자나 식물에 대해 잘 아는 집주인이 절대적
여론광장
이주은(기독·20)
2021.03.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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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시선] 방황할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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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A strong desire to wander or travel and explore the world.내가 가장 좋아하는 독일어 단어다. 한국어로는 흔히 ‘역마살’이라고도 번역이 되는데 어감이 조금 다르다. 어쩔 수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팔자라기보단 넓고 다양한 세상에 대한 감사와 그것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에 가깝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단어는 1년 반, 정확히는 500일의 독일 생활 끝에 깨달은 말이기도 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그리고 전반적으로 지니는 생각은 참 달랐다.
여론광장
주정은(독문·21년졸)
2021.03.1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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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취미 강박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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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생활기록부 취미란에 독서, 음악 감상 따위를 적어냈다.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인 취미였다. 실제로 그것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솔직히 딱히 쓸 만한 취미가 없어 적어낸 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여가 시간이 늘어나며 어떻게 하면 남는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자연스레 취미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돈을 내고 취미를 배울 수 있는 ‘클래스 101’과 취미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남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알차게 보내려는 한국인의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여론광장
황미선(커미·18)
2021.03.15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