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기후가 이상했다. 너무 지나치게 덥고 강수량이 많아서 침수된 지역도 많았다. 내가 사는 분당 역시 근처 탄천의 물이 범람해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후 이상은 한국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쓰촨성에서는 양쯔강이 가뭄으로 인해 말라버려서 에너지의 80%를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쓰촨성 주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시베리아 같은 경우는 최대 38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한국의 기록적인 장마 역시 이전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예상했
파견교 리스트를 작성하며 영어권으로도 유럽 대학에 지원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교환 학생을 지원해본 벗들은 공감하겠지만, 이때가 가장 마음이 부푸는 시기 아닌가. 자동차와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게 웬 떡이냐며 영미 대학과 함께 독일 대학으로 리스트를 채웠다. 그리고 베를린 자유대학교에 파견됐다. 함께 파견교 배정을 기다리던 동기가 이 결과에 한참 웃고 나서야 내가 독일어 까막눈이라는 사실에 아차 싶었다. 되돌리기엔 한참 늦은 뒤였다.베를린에서의 1년은 살면서 떠올려본 적도 없는 시나리오다. 언어를 모르는데 학교수업과 행정
드라마/나의 해방일지(2022)‘살면서 마음이 정말로 편하고 좋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드라마 프로그램 정보의 첫 문장은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현대인들은 종종 지나친 강박에 시달리고는 한다. 하루를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과 끊임없는 경쟁,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압박을 견디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을 돌볼 시간은 사라져 버린다. 이런 삶은 현대인에게 ‘평범한 삶’이다. 답답하고 벗어나고 싶은 일상이지만 그것이 평범한 일상이 돼버린 사회에서 우리는 타협하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이런 삶 속에 행
현재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는 ‘혐오’이다. 혐오표현은 사회경제적 위기에 화풀이 대상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특정 집단을 사회적으로 소외시키는 선동적 형태로 나타난다.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해 대항할 수 없는 아동은 가장 손쉬운 혐오 대상이 된다. 아이 출입을 거부하는 노키즈존의 증가, 기차나 비행기에서 아이가 울거나 시끄럽다는 이유로 부모를 폭행해 논란이 된 사건은 아동에 대한 혐오, 아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부모에 대한 혐오가 공기처럼 퍼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대개 혐오는 무지와 무시에서 나온다. 아동 혐오가 확산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새 학기를 맞이하기 전인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번 여름에는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지요. 폭염과 폭우에 모두 지친 여름날을 보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어느새 시간이 흘러 2학기 개강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독자 여러분, 이번 학기부터는 캠퍼스가 다시 활력을 찾습니다. 2022년 2학기 수업이 전면 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인데요.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적했던 캠퍼스가
드라마/파친코(2022)“이 이야기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견뎌냈다. ”2022년 제작비 약 1000억 원의 블록버스터 드라마 의 마지막 대사는 8부작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된다. 이 대사는 ‘여성’이라는 부분과 ‘견뎌냈다’에서 잔잔한 울림을 주게 된다.는 식민지 시절부터 20세기 말까지, 한민족이 겪었던 디아스포라를 4대에 걸친 한 가족의 일대기로 풀어낸다. 중심인물 ‘선자’의 어린 시절을 통해 식민지 조선의 모습을,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에는 일제 강점기 재일 교포들의 생활을, 손자 솔로몬의 일화를 통해
“올겨울에는 아무나 사랑할 거야. 정말 아무나.” 최근 즐겨 보고 있는 드라마 속 염기정 캐릭터가 연신 내뱉는 대사이다. 나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봤다. ‘나는 정말 아무나 사랑할 수 있을까?’애석하게도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최근의 연애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 제대로 된 연애는 처음이었기에 모든 감정이 어색했다. 만난 지 세 번째 되던 날, ‘이쯤이면 고백할 타이밍인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한 치의 오차 없이 상대방은 사귀자고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에는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지도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유명한 이 문장을 나는 대학에 들어와서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수업 시간표 짜기부터 각종 동아리, 대외 활동 지원, 복수 전공 선택까지. 혼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 너무도 많다. 학기 시간표를 짤 때면 나는 한 과목에 대해 수업 시간, 과제 유무, 시험 일정, 수강신청 경쟁률, 전체적인 밸런스 등 최소 네다섯 가지 고려사항을 검토한다. 그러다 시간표 짜기에 지쳐 막판에 결국 선택하는 것은 ‘무난한 경쟁률과 무난한 수업 일정’을 갖춘 과목이다. 오히려 이런 것보다 중요한, 수업의 내용은 뒷전이 되고 마는 것
일주일 전, 러시아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 줄리(Julia)와 쇼핑을 하러 인근 도시 뒤셀도르프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어떤 숍에 들러야 할지 열심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줄리에게 낯선 아주머니 두 분이 다가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러시아어처럼 들렸다. 아주머니는 러시아 문자로 주소가 적힌 종이를 줄리에게 내밀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아주머니 뒤에는 5세쯤 된 것 같은 남자아이가 보였다.아주머니와 약 5분간의 대화를 마친 뒤 줄리가 상황을 설명해줬다. 아주머니 일행은 우크라이나 전쟁 피란민이
코로나19 상황이 많이 진정되고 엔데믹을 운운하는 시점, 한동안 미뤄 두었던 인사동 고서점을 방문하였다. 온 세상이 신종 바이러스와 씨름하는 동안 고서들은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던 듯… 고서가 뿜어내는 꿉꿉하지만 은은한 옛것의 냄새가 반가움, 설레임 등과 섞여 뭔지 모를 미묘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새로 들어온 고서들을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5-60년대 여성백과사전을 발견하고는 착한 가격에 챙겨 나왔다. 고서점을 나와 종로통으로 향한 나는 신촌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대신 길을 건너 동대문 쪽으로 발길을 돌려보기로 했다. 동묘,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방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험 기간도 아직은 아니고, 봄이라기엔 덥지만 여름이라기엔 아직은 좀 이른 듯한 요즘입니다. 지극히도 평범한 날들인 것 같지만 이대학보 구성원들에겐 나름 큰 의미가 있는 이번 주인데요. 이대학보는 이번에 발행되는 1642호를 끝으로 올해 1학기 발행 일정을 마칩니다. 이번 학기 열 번의 발행을 마치고 열한 번째 신문 제작의 막바지 과정에 있는 지금, 시간이 언제 이리 흐른 건지도 모를 만큼 바삐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네요.매주 똑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신문이지
오락적 콘텐츠로 주목과 비판을 동시에 받은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분 지 반 년 가까이 지났다. 각종 패러디와 코스튬으로 일상 곳곳에서 일명 ‘오겜 열풍’을 볼 수 있었다. 서서히 흔적이 사라지던 중, 나는 뜻밖의 곳에서 ‘오징어 게임’의 흔적을 찾았다.나는 매주 세 번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 기관인 키움센터에서 아동 돌봄 교육을 한다. 센터에는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있고, 아이들은 자유시간이 되면 보드게임을 하거나 술래잡기 놀이, 혹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무궁화 게임) 놀이를 하곤 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자유시
17일 오후1시18분. 부쩍 더워진 날씨에 나무 그늘을 찾다가 교내에서 텃밭을 발견했다. ‘밟지 마시오’라는 지킴이 표지판 옆에, 얼마 전 심은 듯 파릇파릇한 잎이 올라오고 있었다. 새싹을 감싸고 있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검정 비닐이 아닌 신문. ‘혐오·차별 청산하고 포용의 정치 펼쳐라’라는 제목의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바를 시민에게 물어 적은 기사였다. 재배 시 경작지의 흙을 덮는 자재를 멀치(mulch)라고 한다. 멀치는 토양의 침식을 막아주고, 수분을 유지하며, 땅의 온도를 조절하고,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아주는 등 다양한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몇 번이나 문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동이 트고 있습니다. 이대학보의 일원으로 한솥밥을 먹은 지도 벌써 3학기째, 새벽 작업이 일상화되다 보니 이젠 낮보다 밤에 더 바쁜 사람이 됐습니다.어느새 이대학보는 이번 학기의 마지막 발행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요. 이번 호수를 제외하면 이제 한 호의 기사만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한 회차의 발행을 끝마치면 이제 저 역시도 ‘이대학보를 만드는 사람’에서 ‘이대학보를 읽는 사람’으로 돌아가겠지요.그동안 독자 여러분께서는 학보를 어떻게 읽으셨나요.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나 예능 프로그램 ‘고딩엄빠’에서 공통적으로 10대 미혼모, 미혼부를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과거에는 10대가 임신했다는 단편적인 사실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출산 이후 이들이 삶과 인간관계에서 어떤 변화를 겪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이런 양상에 대해 어린 나이에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라며 긍정적인 반응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10대들의 임신, 육아를 미화하는 것이라며 ‘새 생명’이라는 명목 하에 감동적인 부분만 부각한다는 우려와 비판도 나오고 있다. 10대 임신이 미디어
영국에 가기 전 친구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오징어게임 꼭 보고, 방탄소년단 노래를 많이 숙지하고 가.”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K-POP)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다는 뉴스에 장난 반 진담 반으로 한 말이었다.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의 팬은 아닌 터라 조언을 성실히 따르지는 못했지만, 예의상 방탄소년단의 멤버 이름은 외운 후 영국으로 떠났다.교환학생으로 온 곳은 프레스턴(Preston)이라는 영국 북부의 작은 도시다. 시내는 20분 정도면 모두 돌아볼 수 있고 학생들이 놀러 나가는 곳은 대부분 펍과 클럽 몇 군데 정도인 곳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