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듣고, 쓰고, 찍는 다큐멘터리스트. 좋은 질문을 던져, 세상에 흩어져 있는 이야기를 엮어내고 전달하는 일이 좋아 다큐멘터리 PD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콘텐츠 기획자로, 때로는 브랜드 콘텐츠 전략가로 하는 일이 확장됐다. 다큐에세이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를 썼다. 본교 영어교육학과를 2012년에 졸업했다. 얼마 전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비포 선라이즈’를 봤다. 1996년에 개봉한, 100분 내내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비엔나를 배경으로 단 한 순간
졸업 후 3년째 커머스 회사에서 패션, 뷰티, 매트리스, 안마기 등 다양한 상품을 마케팅하고 있다. 소신 있게 지내온 삶에 큰 파도가 일렁이는 요즘을 공유하고 싶다.초등학생 때부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엄마는 나에게 나이의 무게를 알려주었다. “이제 고학년이니까 스스로 해야 해.” “중학생이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성인이 되고 나선 내 인생의 운전대를 쥐었다. 27세인 나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30세, 40세, 그리고 노년의 삶이 너무나도 궁금하다. 그땐 무엇을 하고 있을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설렘과 두려
길을 건널 때는 손을 들고, 토요일 아침에는 항상 같은 번호로 로또를 산다.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만나면 줄줄 외울 때까지 보고 매일 밤 애니메이션을 자장가 삼아 잔다. 배달음식이 소울푸드고 외출보다는 역시 침대가 좋다. 이런 나의 멋진 일상을 우리 가족은 B급 인생이라 부른다.B급의 사전적 정의는 딱 자기 앞가림은 해도 자랑하기는 힘든 보통 수준의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딱 내 인생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그럭저럭 굴러가고 별 하자도 없지만, 타인의 시선에선 어딘가 한심한. 그렇지만, 그들의 평가와는 별개로 이런 일상이
편집자주|영국 센트럴랭커셔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이수영 선임기자가 2022-2학기 '이수영의 영국 갈 결심' 칼럼을 제작기간 중 매주 연재합니다. 영국 대학에서의 흥미진진한 일상을 전합니다. 영국은 겨울이 되면 해가 아주 짧아진다. 한국보다 위도가 높아 계절마다 낮의 길이도 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겨울에는 오후 4시에도 하늘이 어둑해진다는 말마따나 9월의 영국은 밤이 길어지고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하지만 온몸으로 느껴지는 짧은 해보다도 더 짧게 것은 바로 가게의 영업시간이다.오후 6시 57분. 센트럴 랭커셔 대학교(Univ
올해 9월14일, 신당역에서 순찰을 돌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30대 남성에 의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남성은 피해자의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지난해 10월 피해자를 불법 촬영하여 고소당했으며 직위해체된 이후 원한을 품고 보복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우리는 해당 사건을 단순한 보복성 범죄의 영역으로 보아 마땅한가? 신당역 사건은 단순한 보복성 범죄, 개인사에 의한 비극으로 볼 수 없으며 구조적 성폭력에 대한 안일한 대처의 결과물이다. 아래에서는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미시적 시각에 대해 의문
연구년이라 학교와 거리두기 중이던 지난여름, 연세대 대학생들이 청소, 경비노동자의 학내집회를 학습권 침해 사유로 형사소송에 이어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무려 5개월간의 투쟁 끝에 이들의 시급이 8월 말 약 400원 남짓 올랐다고 한다. 내가 다녔던 80년대의 대학과 너무나 다른 모습에 놀라지 않은 것은 아니나, 전쟁 같은 취업 상황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겨지기도 한다.학습권과 노동권이 동시에 침해될 때 어떤 권리가 우선되어야 할까? 법원은 청소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2006년 한국외대에서 유사한 사
또 한 명의 여성이 살해당했습니다.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 항상 독자 여러분께 올리던 첫인사 대신 추모의 말로 글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20대 여성 역무원이었던 피해자는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중 한 남성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2년간 스토킹했으며 법원의 선고 직전 살인을 저질렀습니다.문제는 시스템의 부재였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방치한 서울교통공사, 추가 범죄의 우려가 있음에도 가해자를 구속 조치하지 않은 경찰과 법원 모두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사회는 온당히 나서서 여
새 학기 대면을 맞아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스타 아이디 교환할까요?", "인스타 아이디 쌓읍시다!" 인스타그램은 언젠가부터 명함의 역할을 대신하고, 대학생이 되고는 주변의 한 명쯤은 꼭 사진 찍기를 취미로 가지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면서도 인스타그램, 트위터 빠지지 않고 업로드하는 콘텐츠는 모두 글보단 이미지가 중심이라 사진은 언제나 필요의 대상이다.SNS의 사용자 수 등락을 보면 10년대 말부터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서서히 트렌드가 이동한다. 인터넷의 시대에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소셜
드라마/구경이(2021)‘모든 생명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이를 긍정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부정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호하게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최근 사회면의 끔찍한 뉴스들을 보고 난 후 저 질문을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대다수가 부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을까. 드라마 는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 아주 철학적인 이야기다.여기서 범죄자들에게 죽음을 선물로 내어주는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연쇄 살인마 K이다. 연쇄 살인마임을 숨기며 살아가는 K의 본명은 송이경으로,
2016년 사범대학 교육공학과에 입학, 2022년 졸업했다. 같은 해 스포츠서울 공채로 입사, 한국체육기자연맹 소속으로 프로야구, 프로농구 및 다양한 스포츠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올여름 초입, 배우 박은빈을 만났다. 잠시 영화 담당을 맡았을 때 나간 영화 ‘마녀2’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벌써 3달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에 남는 말이 있다.“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분신처럼 나와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게 숙제였다. 작품 속 인생은 그 작품에서 기승전결로 완결을 맺지만, 실제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는 존재로서 이 삶이
비건 간편식 브랜드 바로(VARO) 대표. 본교 서양화과를 2021년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뭐 해 먹고 살지?” 대학 시절 내내 따라다닌 질문이었다. ‘순수’ 미술(fine art)을 전공했고 소위 밥벌이는 당장 되지 않았다. 예술의 어떤 고고한 힘을 믿었는지 몰라도, 팔리는 무언가에 전념하고 싶지도 않았던 터도 있다. 그렇게 밥벌이를 고민하다가 정말 밥을 팔게 되었다. 비건 밥!현재 나는 비건 식품 스타트업 대표이지만 여전히 ‘(예술)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남긴다. ‘사업’도 한다. 어느
편집자주|영국 센트럴랭커셔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이수영 선임기자가 2022-2학기 '이수영의 영국 갈 결심' 칼럼을 제작기간 중 매주 연재합니다. 영국 대학에서의 흥미진진한 일상을 전합니다.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했다. 약 71년의 재위 기간, 백발이 된 왕세자는 드디어 즉위 차례에 다다랐으며, 영국인들에게 가장 오래도록 사랑받았던 여왕은 숨을 거뒀다.당연하게도, 현지 반응은 뜨겁다. 재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영국 사회 여러 방면에서추모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BBC, 스카이뉴스 등 영국 여러 언론사는 스코틀랜
디즈니 스튜디오가 실사 영화 ‘인어공주’의 예고편을 공개했다. 흑인 배우 ‘핼리 베일리(Halle Bailey)’가 주인공 역을 맡았다. 15초가량 영상에 짧게 등장한 흑인 인어공주는 일명 레게 머리로 불리는 땋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 원작과는 다른 인어공주 모습에 일부 디즈니 팬덤은 반발했고 캐스팅 논란으로 번졌다. #NotmyAriel(나의 애리얼은 이렇지 않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베일리’를 반대한 이들은 레게머리 흑인공주는 디즈니 인어공주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진저(붉은 머리를 가
영화/존 말코비치 되기(1999)나 자신이 미덥지 않아 다른 누군가가 되길 바란 적이 있는가? 선망하다 못해 그 사람 자체가 되고자 노력한 적이 있는가?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1999)는 이 모든 욕망에 대한 답장이다. 세상에는 자기 자신을 삭제하고 타인의 개성과 자아를 베끼려는 미성숙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들을 우스갯소리로 ‘손민수’라 부른다. 우리 주변에는 심심치 않게 ‘손민수’들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친구가 자신의 소지품부터 옷, 머리 스타일, 심지어 말투까지 따라 하다 결국 애인까지 뺏었다는 사연, 유
8월21일 오후5시50분.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202번 버스에 탑승했다. 강한 햇빛에 땀은 쉴 새 없이 흘렀고 가야 하는 정류장은 20개가 넘었다. 그래도 우리는 빠른 택시보다 느린 버스를 택했다.여행 출발 직전까지 과연 여행을 가는 게 맞을까 수도 없이 고민했다. 처리해야 하는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급한 연락이 올까 봐 휴대폰 소리를 최대로 켜놓았다. 마치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만 같아 일종의 죄의식을 가지고 여정을 시작했다. 거대한 마케팅 시장이 만들어놓은 ‘MZ세대’와 ‘갓생’의 이미지가 무의식을
8월 말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여론 조사를 진행하면서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반려동물 보유세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매년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것으로, 해당 금액은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현재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미국 등에서는 이미 지방세로 반려동물 보유세를 징수하고 있다. 안내견, 의료견, 구조견, 동물 보호소 출신 반려동물의 경우 보유세가 면제된다.반려동물 보유세는 반려동물 유기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적인 문제를 충당할 수 있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
편집자주|영국 센트럴랭커셔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이수영 선임기자가 2022-2학기 '이수영의 영국 갈 결심' 칼럼을 제작기간 중 매주 연재합니다. 영국 대학에서의 흥미진진한 일상을 전합니다. Personal Pronoun. 나를 지칭하는 대명사. 여느 학생들이 그렇듯, 부푼 마음으로 준비하던 영국 교환에서 내가 처음으로 받은 질문은 나를 무엇으로 부를 것 인가였다.모든 이야기는 온라인 수업 등록(Class Enrolment)으로부터 시작된다. 국내 대학이 개인 신상정보를 묻듯, 영국에서는 수업을 듣기 위해 수업 등록이 필요하다. 내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청명한 하늘 아래, 저마다의 일정으로 교정을 바삐 오가는 학우들의 모습을 보니 개강이 실감나는 것 같습니다.이번 마감은 제가 편집국장이 된 이후 세 번째 마감이었습니다. 편집국장으로서 깐깐하게 취재 지도를 하면서도, 대면 수업과 학보 업무를 병행하며 힘들어하는 기자님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요즘입니다.편집국장이라는 자리를 맡게 된 후 저는 기사와 사진, 지면 디자인 외에도 자잘한 부분을 챙기느라
조선시대를 기반으로 한 대하드라마가 TV를 가득 채우고 있다. 으리으리한 기와집 앞에 화려한 꽃가마가 내려서는 장면이다. 다홍빛 저고리 치마를 입은 한 남자가 가마에서 사뿐 내려, 주름진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권위 있는 모습의 여자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드린다. 가마 옆에 선 여자 호위무사는 흉터투성이인 맨 등을 자랑스럽게 드러낸 모습이고, 시종 소년은 그 모습을 몰래 훔쳐보다 무사와 눈이 마주치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한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역사 드라마가 있나!’ 사람들이 화면을 부술 기세로 들고일어난다. 지상파 TV 프
영화/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귀족 엘로이즈와 화가 마리안느, 두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미 두 차례 본 작품이지만 이번 재개봉으로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원래 줄거리를 아는 영화는 다시 잘 안 보는데, 이 작품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좋아서 여러 차례 관람하게 되었다.첫 번째로는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보여주는 연출이다.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엘로이즈를 보는 마리안느와 그런 마리안느를 돌아보는 엘로이즈. 자신만이 모델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마리안느에게 엘로이즈는 "당신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