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코크 UCC 약대에 1학년 재학 중인 신입생 만 28살. 지금의 나를 정의하는 단어다. 한국인의 상식에서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녀야 할 나이건만, 왜 다시 대학으로 향했는지 그리고 또 왜 꼭 아일랜드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고등학생 시절 나의 1순위 목표는 약대 진학이었다. 당시 약대는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고 대학 2학년 이상 과정 수요(예정)자가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PEET)을 응시한 후 오직 편입으로만 입학 가능했다. 분자생명과학부 13학번으로 입학해 2학년 1학기까지 학교를 다니다가, PEET 시험에서 고득점을 하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그간 잘 지내셨나요? 어느덧 고된 중간고사 기간도 끝나고 학기의 후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대학보도 3주간의 휴간을 마치고 하반기 발행을 재개했습니다. 오랜만에 독자 여러분을 다시 뵙는다고 생각하니 정말 반갑고, 하반기에는 또 어떤 소식을 전할까 하는 생각에 설레기도 합니다.저는 휴간기간 동안 상반기 활동을 되돌아보며 하반기에 더 발전하는 학보가 되고자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발행했던 신문들을 찬찬히 읽다보니, 계속해서 제 머리 속을 맴도는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ㄱ씨는 이렇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지난 여름 한국과 전 세계에 잔잔한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이 드라마는 기존의 법정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와는 몇 가지 면에서 달랐고 신선했다.우선, 주인공이 변호사인데도 불구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회적 약자에 속했다. 일반적인 법정 영화의 주인공들은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싸우는 ‘영웅’들인데 비하여, 우영우는 로스쿨을 졸업했는데도 취업을 할 수 없었다. 어떤 법무법인에서 힘겹게 계약직 자리를 얻은 이후에도, 회사 현관의 회전문을 출입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할 만큼,
편집자주|영국 센트럴랭커셔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이수영 선임기자가 2022-2학기 '이수영의 영국 갈 결심' 칼럼을 제작기간 중 매주 연재합니다. 영국 대학에서의 흥미진진한 일상을 전합니다. “영어 이름은 사대주의의 산물이야.” 한국에서만 자라온 나는 다들 왜 그렇게 기를 쓰고 현지인을 배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을 발음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름까지 만들어가면서까지 ‘배려’할 필요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국에 와서 ‘외국인’들에게 둘러싸인 지 두 달, 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름’을 통해
영화/월드워Z(2013)‘전염병 주식회사’라는 게임이 있다. 내가 전염병이 돼 전 세계 인구를 모두 감염시키고 치료제 개발을 막는다. 결국 세상에 건강한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되고,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면 승리하는 전략 게임이다. 졸업과 출근 사이, 잠깐의 백수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융합보건학과 학생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전공지식을 이용하는 악당이 된 것만 같은 기분도 든다. 한참 이런저런 병원균으로 이 세상을 멸망시킬 궁리를 하다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브래드 피트의 나 홀로 좀비 바이러스 역학조사 모험을 담은
편집자주|영국 센트럴랭커셔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이수영 선임기자가 2022-2학기 '이수영의 영국 갈 결심' 칼럼을 제작기간 중 매주 연재합니다. 영국 대학에서의 흥미진진한 일상을 전합니다. 영어 학원에서나 쓸법한 둥근 테이블과 나이대를 가늠할 수 없는 10명의 학생. 교실이라 불러도 되는지 의문스러운 이 공간에서 교수는 천장에 사진을 붙이며 당부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는데, 제발 학교를 이용하세요! 스튜디오는 여러분을 위한 공간입니다.” 한국 대학에 비해 작고 시끄러운 분위기는 오히려 학원에 가까워 보인다. 영국 대학이 내게 남
졸업 후 3년째 커머스 회사에서 패션, 뷰티, 매트리스, 안마기 등 다양한 상품을 마케팅하고 있다. 소신 있게 지내온 삶에 큰 파도가 일렁이는 요즘을 공유하고 싶다.초등학생 때부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엄마는 나에게 나이의 무게를 알려주었다. “이제 고학년이니까 스스로 해야 해.” “중학생이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성인이 되고 나선 내 인생의 운전대를 쥐었다. 27세인 나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30세, 40세, 그리고 노년의 삶이 너무나도 궁금하다. 그땐 무엇을 하고 있을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설렘과 두려
이야기를 듣고, 쓰고, 찍는 다큐멘터리스트. 좋은 질문을 던져, 세상에 흩어져 있는 이야기를 엮어내고 전달하는 일이 좋아 다큐멘터리 PD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콘텐츠 기획자로, 때로는 브랜드 콘텐츠 전략가로 하는 일이 확장됐다. 다큐에세이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를 썼다. 본교 영어교육학과를 2012년에 졸업했다. 얼마 전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비포 선라이즈’를 봤다. 1996년에 개봉한, 100분 내내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비엔나를 배경으로 단 한 순간
길을 건널 때는 손을 들고, 토요일 아침에는 항상 같은 번호로 로또를 산다.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만나면 줄줄 외울 때까지 보고 매일 밤 애니메이션을 자장가 삼아 잔다. 배달음식이 소울푸드고 외출보다는 역시 침대가 좋다. 이런 나의 멋진 일상을 우리 가족은 B급 인생이라 부른다.B급의 사전적 정의는 딱 자기 앞가림은 해도 자랑하기는 힘든 보통 수준의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딱 내 인생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그럭저럭 굴러가고 별 하자도 없지만, 타인의 시선에선 어딘가 한심한. 그렇지만, 그들의 평가와는 별개로 이런 일상이
2022년 9월8일 오후1시 추석 귀성길, 인산인해를 이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멍하니 앉아 숨을 고르는데 다급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다 매진됐대! 사람들이 미리 예매를 해서 여기서는 표를 살 수 없다네.' 어르신은 발을 동동 구르며 떠나는 버스들을 망연히 바라보셨다. 오분 간격으로 사람들을 가득 실은 버스가 오고 가기를 반복했다. 저 많은 버스에 어르신을 위한 자리 하나가 없다니. ‘터미널에서 표를 살 수는 없을까. 추석같이 사람들이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때에 미리 예매하는 방법은 뭘까.’ 그런 걱정들을 해본 적이
만 10세~14세 미만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촉법소년이 해당 법조항을 악용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양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로 법무부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을 주요 의제로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찬반여론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9월26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해당 논제에 반대 목소리를 내비쳤다.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면 아동이 범죄성향을 학습하고, 소년범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다.
연구년이라 학교와 거리두기 중이던 지난여름, 연세대 대학생들이 청소, 경비노동자의 학내집회를 학습권 침해 사유로 형사소송에 이어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무려 5개월간의 투쟁 끝에 이들의 시급이 8월 말 약 400원 남짓 올랐다고 한다. 내가 다녔던 80년대의 대학과 너무나 다른 모습에 놀라지 않은 것은 아니나, 전쟁 같은 취업 상황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겨지기도 한다.학습권과 노동권이 동시에 침해될 때 어떤 권리가 우선되어야 할까? 법원은 청소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2006년 한국외대에서 유사한 사
또 한 명의 여성이 살해당했습니다.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 항상 독자 여러분께 올리던 첫인사 대신 추모의 말로 글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20대 여성 역무원이었던 피해자는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중 한 남성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2년간 스토킹했으며 법원의 선고 직전 살인을 저질렀습니다.문제는 시스템의 부재였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방치한 서울교통공사, 추가 범죄의 우려가 있음에도 가해자를 구속 조치하지 않은 경찰과 법원 모두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사회는 온당히 나서서 여
드라마/구경이(2021)‘모든 생명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이를 긍정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부정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호하게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최근 사회면의 끔찍한 뉴스들을 보고 난 후 저 질문을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대다수가 부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을까. 드라마 는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 아주 철학적인 이야기다.여기서 범죄자들에게 죽음을 선물로 내어주는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연쇄 살인마 K이다. 연쇄 살인마임을 숨기며 살아가는 K의 본명은 송이경으로,
편집자주|영국 센트럴랭커셔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이수영 선임기자가 2022-2학기 '이수영의 영국 갈 결심' 칼럼을 제작기간 중 매주 연재합니다. 영국 대학에서의 흥미진진한 일상을 전합니다. 영국은 겨울이 되면 해가 아주 짧아진다. 한국보다 위도가 높아 계절마다 낮의 길이도 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겨울에는 오후 4시에도 하늘이 어둑해진다는 말마따나 9월의 영국은 밤이 길어지고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하지만 온몸으로 느껴지는 짧은 해보다도 더 짧게 것은 바로 가게의 영업시간이다.오후 6시 57분. 센트럴 랭커셔 대학교(Univ
올해 9월14일, 신당역에서 순찰을 돌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30대 남성에 의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남성은 피해자의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지난해 10월 피해자를 불법 촬영하여 고소당했으며 직위해체된 이후 원한을 품고 보복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우리는 해당 사건을 단순한 보복성 범죄의 영역으로 보아 마땅한가? 신당역 사건은 단순한 보복성 범죄, 개인사에 의한 비극으로 볼 수 없으며 구조적 성폭력에 대한 안일한 대처의 결과물이다. 아래에서는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미시적 시각에 대해 의문
새 학기 대면을 맞아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스타 아이디 교환할까요?", "인스타 아이디 쌓읍시다!" 인스타그램은 언젠가부터 명함의 역할을 대신하고, 대학생이 되고는 주변의 한 명쯤은 꼭 사진 찍기를 취미로 가지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면서도 인스타그램, 트위터 빠지지 않고 업로드하는 콘텐츠는 모두 글보단 이미지가 중심이라 사진은 언제나 필요의 대상이다.SNS의 사용자 수 등락을 보면 10년대 말부터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서서히 트렌드가 이동한다. 인터넷의 시대에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소셜
8월 말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여론 조사를 진행하면서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반려동물 보유세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매년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것으로, 해당 금액은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현재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미국 등에서는 이미 지방세로 반려동물 보유세를 징수하고 있다. 안내견, 의료견, 구조견, 동물 보호소 출신 반려동물의 경우 보유세가 면제된다.반려동물 보유세는 반려동물 유기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적인 문제를 충당할 수 있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
8월21일 오후5시50분.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202번 버스에 탑승했다. 강한 햇빛에 땀은 쉴 새 없이 흘렀고 가야 하는 정류장은 20개가 넘었다. 그래도 우리는 빠른 택시보다 느린 버스를 택했다.여행 출발 직전까지 과연 여행을 가는 게 맞을까 수도 없이 고민했다. 처리해야 하는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급한 연락이 올까 봐 휴대폰 소리를 최대로 켜놓았다. 마치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만 같아 일종의 죄의식을 가지고 여정을 시작했다. 거대한 마케팅 시장이 만들어놓은 ‘MZ세대’와 ‘갓생’의 이미지가 무의식을
영화/존 말코비치 되기(1999)나 자신이 미덥지 않아 다른 누군가가 되길 바란 적이 있는가? 선망하다 못해 그 사람 자체가 되고자 노력한 적이 있는가?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1999)는 이 모든 욕망에 대한 답장이다. 세상에는 자기 자신을 삭제하고 타인의 개성과 자아를 베끼려는 미성숙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들을 우스갯소리로 ‘손민수’라 부른다. 우리 주변에는 심심치 않게 ‘손민수’들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친구가 자신의 소지품부터 옷, 머리 스타일, 심지어 말투까지 따라 하다 결국 애인까지 뺏었다는 사연,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