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내 생일을 맞아 코트를 사고자 가족들과 백화점 나들이를 나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옷의 가격대가 지나치게 높았다. 오빠는 “여자 옷은 잘 몰랐는데, 질도 별로 안 좋으면서 비싸기만 한 게 많다. 너는 괜찮은 옷 사려면 나보다 돈을 2배는 내야 할 것 같다.”며 혀를 찼다. 남성 의류보다 여성 의류가 질과 가격, 두 가지 면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힘들다는 사실이 그는 나름 충격적인 것 같았다.우리는 이따금 일상적인 소비에서 성차별을 마주한다. 기장이 비슷한데도 남녀 요금을 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공기 냄새가 바뀐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어느 순간 갑자기 훅 찬 바람이 파고들며 풍겨오는 쌉싸름한 비릿한 냄새. 나는 이걸 ‘수능 냄새’라 부른다. 수능이 끝난 지 3년이 지났지만, 매년 찾아오는 이 계절의 수능 냄새는 잊을 수 없다. 시간은 언제나처럼 무심하게 지나가고, 나는 예전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에도 말이다.과거의 난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찾아볼 거라나. 경계의 그늘진 구석을 외면하는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비틀린 사회의 균형점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학창 시절의 수많을 밤을 지새웠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2015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하이데거의 철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7년 9월부터 본교 철학과에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독일에서 출판된 『Erfahrung und Atmung bei Heidegger(하이데거 철학에서 경험 개념과 숨 개념)』, 역서로는 한병철의 『선불교의 철학』, 하이데거의 『예술 작품의 샘』, 『철학의 근본 물음』, 칼 야스퍼스의 『철학적 생각을 배우는 작은 수업』이 있다. 현재 한국 하이데거 학회 및 Heidegge
영화/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후회의 순간들이 쌓여 삶을 이룬다. 삶은 매 순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를 두고 “이 순간 이랬더라면”이라고 반추하며 나아가지만 돌이킬 수 없다. 수업에 지각했을 때 일찍 잤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사소한 것부터 어릴 적 꿈을 되돌아보며 포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하는 것까지, 크고 작은 후회와 이루어지지 않은 여러 가능성으로 삶이 구성된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인공 에블린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늘 좌절과 실패의 경험이 축적된 인물로 묘사된다. 이토록 아무
2022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시위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시민들이 시위를 통해 직접적인 손해를 입으며 ‘멈춤’에 대한 새로운 공론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열차 출입구를 막는 방식으로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며, 원하는 대로 이동하기조차 어려운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을 파격적으로 알렸다. 전장연의 행동에 공감한다고 말하는 시민이 있는 반면 전장연 이동권 시위를 두고 일각에선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접근성 낮은 교통시설물과 예산 부족을 문제 삼으며 이어 나간 이 시위가 최근 다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
이대학보 선배님들이 그렇게 빵빵하다며?!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학보인거야~️학보는 학보가 가장 잘 아는 법!이번엔 학보 선배님들이 전하는 학보이야기! 늘 진심을 다하는 학보사 기자들의 진솔한 학보생활을 담아보았습니다. 기획 | 이대학보 미디어부촬영 | 최예원 황지원 정지현 허윤제작 | 최예원 황지원 정지현 허윤 ☞ 이대학보 신입기자 모집 안내 바로가기
드라마/작은 아씨들(2022)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하는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22년 10월 9일 12부작으로 끝을 맺었다.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 내던져진 자매들은 여전히 우애가 좋지만, 소설 속보다 현실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과 영화에서 여러 번 합을 맞춘 정서경 작가의 두번째 드라마로, 미술감독 류성희까지 합류해 세간에서는 ‘박찬욱 없는 박찬욱 팀’이라고도 불리운다. 현 사회의 문제점을 냉철하고도 아름답게, 그러나 어딘가 찜찜하게 묘사하는 박찬욱 영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드라마라고 할
침잠하는 세계를 바라보는 방관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매 새벽, 잠에 들지 못하거나, 잠을 자지 말아야 할 때마다 멸망하고 있는 한 세계의 낭떠러지에 서 있는 방관자가 된다. 나를 지탱하고 있는 이 가느다란 한 폭도 언젠가는 끊어질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부서지고 있는 것들을 다만 목도하고 무력해 한다. 그 연쇄를 끊어낼 수 있었던 적이 없다.여느 밤과 새벽이었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늘 그렇듯, 가로선들과 어지러운 스캐치들을 바라보며 이것들을 끼워맞춰보려 한다. 나의 의지에 따라 나타나는 방향들과 음형들. 나타난 것들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부쩍 쌀쌀해진 11월, 학보는 신입 기자님들을 맞기 위한 홍보 포스터 촬영을 마쳤습니다. 캠퍼스 곳곳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몸이 서늘해져 겨울이 다가온 것을 체감합니다. 잊었던 계절이 돌아오는 시기, 학생 사회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제55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회 선거가 진행 중인데요. 수업권 보장, 대외이미지 개선 등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들이 공약으로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근래에 학내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보면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
삶에 급격한 균열이 생길 때 우리는 충격과 당황으로 우왕좌왕한다. 그리고 기존의 체계로 더 이상 방어할 수 없는 수준으로 균열이 점점 더 깊어지고 확산될 때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이것을 결정적으로 실감한 계기는 고작 3개월 만에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가 우리 삶에 전방위적으로 미친 영향력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가르쳐주었다. 사회적으로 기존 질서의 축이 흔들릴 때, 개인적으로 질적인 도약이 나타나는 발달 전환기에, 혹은 살아가면서
영국 마트에서는 어디서든 비건 음식을 찾아볼 수 있다. ‘새우 없는 새우튀김’ 같은 대체육부터 팔라펠을 비롯한 식물성 음식까지. 올해 초,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한 친구는 내게 유럽이 채식 지향의 삶을 위해서 너무나도 좋은 공간이라 말했다. 영국 또한 마찬가지다. 이 나라는 학교 식당에서마저 채식 메뉴를 제공할 정도로 다양한 삶의 방식에 민감하다. 하지만 이들은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잠깐,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고? 재활용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을 먼저 언급하자면 이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이대학보 신입기자로 들어온지 약 11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두 번의 마감만이 남았다. 퇴임을 목전에 둔 나에게 올해 무얼 했냐 물어본다면 단연코 나는 학보로 시작해서 학보로 끝났던 한 해였다고 답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한 해 동안 명함 내밀 만한 활동으로 학보 하나 했다고 한다면 단순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만 해도 성적 챙기기 바쁜데 저마다 다채로운 활동으로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는 동기들로 가득하니 말이다.그렇다고 학생과 취재기자라는 두 신분을 오가며 학교생활을 보내는 동안 내게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는 결코 말하기 어렵겠
드라마/나기의 휴식(2019)사회는 자꾸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쉬지 말고 달리라고 다그친다. 게임 속에서 퀘스트를 클리어하듯 사회에서 요구하는 각 단계를 착실히 완료해왔지만, 성인이 된 우리는 여전히 ‘나 자신’을 잘 모른다. 몸과 정신을 혹사해 얻어낸 결과물을 보면 보상처럼 만족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약간의 허탈함과 불안함 역시 찾아온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 걸까?이 물음은 나기라는 여성에게도 주어진다. 나기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 의해 통제된
현 정부는 일자리·주거·교육·복지 등 분야별 맞춤 정책을 통해 청년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를 해소하고 미래 희망을 복원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 중 ‘청년도약준비금’은 구직 단념 청년에게 최대 300만 원의 취업준비금을 지원하고, 이와 함께 5개월 동안의 고용지원 프로그램을 맞춤 제공하는 제도다.이는 청년 구직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 현금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구직 청년에 대한 정부의 현금 지원,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리 Y2K가 돌아와도, 아날로그가 유행해도 우리는 현재에 머물러 있다. 지금으로부터 딱 11년 전, 처음으로 핸드폰을 가졌었다. 이제는 시간 속으로 사라진 추억의 슬림팬더폰. 그 시절 핸드폰이 으레 그렇듯, 문자와 전화, 유치한 미니게임이 전부였지만 2011년의 12살에겐 첨단의 극이었다. 매일 밤 친구와 몰래 숨죽여 키득이는 전화와 문자의 재미에 빠진 덕분에 늘 배터리와 긴장의 줄다리기를 탔다.학교가 끝나고 마지막 한 칸의 수명이 다했을 때, 나를 구한 건 지겹도록 낡아빠진 아날로그의 산물이었다. 사실 자주 있던 일이었기에 익
한국 내 퀴어 행사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는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축제). 365일 동안 단 하루, 15만 명의 사람들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갑자기 나타나 반나절의 자유와 혐오 세력의 맹공격을 맛본다. 그리고 또다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자신을 숨기고 어딘가로 사라진다. “이 많은 사람이 다 어디로 가는거야?”통계적으로 인류의 10%는 성소수자라는 글을 읽은 적 있었다. 그렇다면 내 친구 중 몇 명이 자신을 퀴어로 정체화할 수 있는 것일까. 지하철에서 마주친 수많은 사람 중, 자신의 성적 지향성이 사회 규범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사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으로 글로벌 소비재 섹터를 담당하고 있다. 2006년 입사 후 리테일 영업과 외화 채권형 상품 운용을 거쳐, 2016년부터 해외주식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부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자산관리를 기본 소양으로 여기고, 항상 돈의 흐름을 주시합니다. 참 이상하죠? 자산가일수록 돈을 쓰러 다니고 가난할수록 치열하게 부를 갈구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지난 16년 동안 투자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자산의 크기와 금융지식이 비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산가들의 관심사는 부동산,
본교 물리학과에서 학부 및 석사과정를 마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본교에 부임하여 중성자별과 블랙홀의 성질 연구, 중력파 자료 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 과학과 대중 소통, 시각화를 통한 과학 데이터 활용에도 관심이 있다. 2008~2010년 마리퀴리 펠로우십, 2016년 브레이크스루상(라이고과학협력단 공동수상), 2017년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표창 등을 수상했다.이대 교정에서 가장 추억어린 장소를 꼽아보자면 오후 햇살이 어린 중앙도서관 서가이다. 입학하고 한동안은 잊
“행복과 고통이 비례하는 세상, 행복도 고통도 없는 세상. 너는 어디서 살래?”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나는 일말의 여지 없이 후자를 택했다. 행복은 짧지만, 고통은 길고 또 깊다. 어떤 고통은 마음에 옅어지지 않는 상흔을 남기며 내일로 넘어갈 힘조차 앗아간다. 차라리 나는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싶었다. 불안을 피할 수만 있다면 행복을 팔고 싶었다.하지만 행복도 고통도 없는 세상이란 불가능했다. 산뜻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 쾌청한 하늘, 따스하게 물든 단풍에도 나는 행복했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 가난이 빼앗은 존
'좋아하는 것이 삶을 지탱한다.' 내 주변에는 이 말을 실감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를 밥보다 자주 찾는 친구, 책을 달에 열 권은 읽는 친구, 좋아하는 마음이 밥 먹여준다는 친구.나도 그 중 하나다. 나는 좋아하는 게 정말 많다. 쉴 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냐는 질문을 받으면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취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 무엇을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다.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하고, 밤에는 영화관을 자주 찾으며, 종종 드라마를 보느라 밤을 꼴딱 샌다. 집에서는 요가를 하고, 여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