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보다 고길동이 불쌍해질 때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 얼마 전 친구에게 이 말을 듣고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내 머릿속에는 둘리와 고길동이 함께 산다. 그것도 원작을 고증하듯 매일 같이 우당탕탕 싸워가며. 이들의 달갑잖은 동거는 학보 막학기를 인턴 생활과 병행하며 시작됐다. 인턴으로 일하는 회사에서 나는 사고뭉치 둘리의 꼴을 한다. “넵”, “죄송합니다” 연발하며 동분서주한다. 잎새에 이는 작은 실수에도 괴로워한다. 학보실에서 나는 길동 아저씨의 모양새다. 실수 하나에 “다음부터는”, 실수 하나에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감기가 심하다는 건 들어봤어도 페미니즘이 심한 건 뭔지…”동시대 한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와 머리에 팍 꽂히는 유쾌한 표현, 책에 영감을 받아 작업한 그래픽 작품까지. 학기 중 과제가 너무 많아 방학에만 진행하는 모임이지만 그마저도 굳어진 습관처럼 성실히 기록해 예술로 승화해낸다. 작년에 막 결성해 두 번째 회지 발행을 앞두고 있는 본교 시각디자인과 페미니즘 독서 소모임 ‘엘리펀트 북클럽’을 만나봤다. 독서 소모임을 결성한 계기는 무엇인가에보시: 작년에 졸업전시(졸전)라는 큰 고비를 넘기고 나니까 뭐라도 하고 싶다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기나긴 싸움…”이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흑백 영상. 여덟 명의 본교 교수와 학생들이 각자의 전공 언어로 문학 구절을 낭독한다. 국어, 중국어, 영어, 불어, 독일어…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학도들이 이어가는 힘 있는 낭독에 ‘여성적 어조’란 없다. 여성, 그리고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본 영상은 ‘여류문학’ 등의 남성중심적 명칭과 시선으로 그 가치가 평가절하돼 온 여성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문장을 창작한 작가부터 그것을 자신의 전공 언어로 읽어내는 교수와 학생들, 그리고 이들
“사찰음식 먹으러 갈래요?”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비거니즘을 지향하기로 했다고 선언하고 머리 싸매며 요리법 검색하고 있으면 문득 이렇게 물어오는 사람. 할 말을 찾고 있으면 “채식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아 부끄럽지만…” 하고 덧붙이는 사람. 먼저 채식 주문법을 검색해 오고, 역시나 지각하는 나를 위해 미리 음식을 시켜두고 반겨주는 사람. 슬슬 집에 갈 준비하며 ‘다음엔 어디 갈까’하고 물으면 학교 앞 어딘가에서 비건 떡볶이를 판다고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 내가 살면서 한 번도 베푼 적 없는 배려를 베풀고도 생색낼 줄 모르는
본교 성추행 가해 교수들의 교원징계위원회(징계위)가 마무리됐지만, 자세한 징계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교무처는 각각 지난 7월11일과 8월22일 총학생회(총학)에 공문을 전달해 조형예술대학 조소전공 K교수와 음악대학 관현악과 S교수의 징계 절차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측이 구체적인 징계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며 학생 측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특히 K교수의 징계 결과는 징계위가 마무리된 지 16일이 지난 7월27일까지 사건 당사자인 피해 호소인에게 결과가 공유되지 않아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