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디자인대학원 총동문회가 주관한 특별전시회가 지난 1월5일 서울 서초구 E&L 갤러리에서 열렸다. 디자인대학원 창립 41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전공의 재학생 및 졸업생 13명이 참여했다. 김곡미 디자인대학원 총동문회장은 “다양한 전공별 특징을 보여준 2024년 특별전시회는 차별화된 디자인대학원만의 강점"이라며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교류하는 그룹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교류의 장을 넓히겠다”고 전했다.
고민 많은 나는 별것도 아닌 일을 크게 부풀려서 걱정하는 아주 몹쓸 재주가 있다. 이 정도면 재주가 맞다. 밖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면 순간 ‘어, 뭐지… 저거?’ 하는 생각을 필두로 ‘전쟁 난 거 아니야? 아닐 거야. 무슨 이벤트 아닐까? 불꽃놀이일 거야. 소리가 너무 가깝게 들리는데? 지금 집에 라면 있나? 우리 가족은 대피 가방도 준비 안해놨는데. 대피하려면 가방이 몇 개 필요할까? 라면은 얼마나 넣어야 하지? 옷들은? 하… 큰일 아니어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다…’ 이렇게 걱정들이 내 머릿속으로 끝도 없이 쏟아져 들어온다.
가장 보통의 차별 : 취재 중에 만난 차별과 혐오의 얼굴들전혼잎 지음, 시흥 : 느린서재. 2023 우리가 살면서 차별받았다고 느끼거나, 혹은 누군가를 차별했다고 깨닫는 순간은 얼마나 될까요? 너무 당연해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가장 보통의 차별’은 우리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언론사 기자인 저자 전혼잎은 취재 중 마주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깨닫고 마음의 장벽을 낮추게 된 과정과 경험을 이야기합니다.누군가는 여성의 취업률이 낮은 것을 능력의 문제라고 하지만
“교수님 MBTI은 뭐세요?!” 한동안 사적으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이제 자기보고서 문항을 통해 개인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주는 MBTI는 일상의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입사지원 시 지원자의 MBTI 유형을 가지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요구하고, MBTI가 특정 유형인 경우 지원하지 말라는 채용공고를 해서 사회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쯤 되면 MBTI 광풍, 바야흐로 MBTI 전성시대다.그런데 뿐만이 아니다. MBTI 못지않게 혈액형과 사주(四柱), 타로점, 각종 심리
본교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대학원에서 한국학(한국어교육)을 전공했다.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태국 씰라빠껀대학교 한국어학과를 거쳐 현재 미국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언어문명학과 한국어 강사로 일하며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대학 4학년, 프로듀서를 꿈꾸며 ‘언론고시’를 열심히 준비하던 때에 우연히 수강하게 된 라는 교양 수업이 내 인생의 방향을 한순간에 바꿔 버렸다. 지금은 옛말이 된 듯하지만, 당시에는 미래지향적 느낌이 물씬 풍겼던 ‘세계화’라는 단어에 관심이 갔고, 한국어
사랑하는 장면이 내게로 왔다 : 영화 바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서이제, 이지수 지음. 서울 : 마음산책, 2023 영화는 1895년 프랑스에서 탄생하여 10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고 즐기는 대중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습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영화 자체를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기 전후에 동반되는 과정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영화를 좋아하는 소설가 서이제와 번역가 이지수가 같은 주제에 대하여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영화와 관련된 기억과 생각을 풀어 엮은 것입니다.누군
초점 없는 눈동자, 그러나 그 눈동자에서 나는 분명히 사랑을 보았다. 사랑 안에 섞인 슬픔도 보았다. 눈동자에 여린 뿌연 안개를 내 엄지손가락으로 닦고 싶었다.코가 왠지 모르게 아려오고 눈에서는 울컥울컥 뜨거움이 차오름을 느낀다. 마침내 코와 눈이 한 쌍이 되어 뜨거움에 잠겼을 때, 입도 슬며시 문을 연다. 그 소리가 슬프다, 슬퍼요. 차가운 손으로 입을 막아보려 애쓰지만 손가락 사이로 뜨거움이 새어 나온다. 소리를 타고 눈물이 한줄기씩 볼에 길을 만들며 흐른다. 나는 그 길을 기억해야만 한다.눈물이 길을 만들며 흐를 때, 나는 뜨
이대동창문인회가 주최하고 국어국문학과와 이대학보사가 주관한 제 2회 이화문예상에서 당선자 5명이 선정됐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문인의 꿈을 눈부시게 키워 나가기를 응원합니다. 시상식은 11월24일(금) 오전11시 프레지던트호텔 브람스홀에서 열립니다. 본교 학부생,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응모 가능한 이화문예상은 매년 10월 작품을 공모할 예정입니다. 수상작과 소설 전문은 이대학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당선자▦ 대상: 김겨레(컴공·22) 소설 '꿈속으로'▦ 최우수상 : 김혜원(국문·23) 시 ‘요양원에서’▦ 우수상 :
문학은 저에게 현실도피 수단이었습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이 잘 돌아가고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문학에 기대었습니다. 기형도 시인의 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읽고 쓰는 경험은 현실의 결핍, 어떤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저 자신을 마주하고 그 자체로 존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자연스레 문학하는 사람을 동경하게 되고, 더 나아가 작가의 꿈을 품는 계기가 됐습니다.우연히 이화문예대상 공모 글을 보았습니다.
중심을 거쳐 종심에 올라 온 5편의 작품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시가 ‘진선미’의 본질을 추구한다는 기본 가치를 전제로 얼마만큼 소제와 주제의 통일성을 이루며 주제의식을 끝까지 기승전결로 잘 형상화했는가, 표현의 미는 적절한 비유와 직유와 은유를 통해서 얼마만큼 나타냈는가, 시적 이미지는 잘 주제에 맞게 잘 형상화되었는가 등을 중시했다. 끝으로 시가 주는 감동이 있었는가 하는 시적 완성도를 봤다.김혜원의 는 제목에 걸맞은 주제의식을 끝까지 잘 풀어나갔다. 작가의 긍휼하고 따뜻한 마음이 눈물에 녹아 길을 만들고 있다.
수필 부문 후보작 10여 편 중에 2편이 최종 후보작으로 올라왔다. 임성미의 과 양여경의 이다. 어느 작품을 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선정할지 고심하면서 읽었다.수필은 붓 가는대로 쓰는 작품이 아니다. 수필은 타 장르의 문학에 비해 자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자조문학(白照文學)이다. 정(情)의 미학이고 고백적인 문학이다. 나의 심적 나상을 진솔하게 그리는 문학이다. 수필 속의 인물은 곧 나다. 수필 쓰는 것이 수월한 듯하지만, 감동 어린 작품 한 편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이번 후보작을 읽으면서 필요
소설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이나영의 , 이한서의 , 우현진의 , 장서윤의 , 김겨레의 , 정은영의 등이었다. 작품들은 모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창작 수준이 대단하다는 놀라움으로 가슴이 뿌듯했다.본심위원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고심 끝에 를 대상으로, 를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주최자인 이문회로서는 큰 기쁨이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더욱 많은 참여와 정진을 바란다.대상작인 는 급격히 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마치 벌레와도 같이 나의 안에서 계속해서 번식하는 의지라는 성가신 존재는 재능이라 할 수 있는 현실적 능력과 괴리가 커 항상 좌절과 불안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의지가 사라져 더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하지만 의지를 잃어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의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존재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생물은, 심지어 멈춰 있는 존재마저도 의지가 있었습니다. 멈춰 있고자 하는 생각마저 작은 의지가 되어 삶을
이화문예대상을 수상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쓴 시 은 저를 무럭무럭 자라게 해준 동네인 인천 화수동이 배경입니다. 동네 골목의 카페에 앉아서 본 것과 들은 말들이 시의 재료입니다. 많은 사람이 떠난 마을은 적막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래떡 기계가 큰 소리를 내며 떡을 뱉을 때마다 ‘세탁소집 아이가 뛰어나’오고 ‘아지매들이 빼꼼’하며 소란스러워지기도 합니다. 같은 진동수를 가진 물체가 동시에 울리면 공명하듯이 동네의 모든 사람과 사물이 함께 진동하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소리는 내가 여기 있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이화동창문인회가 주최하고 국어국문학과와 이대학보사가 주관한 제2회 이화문예대상에는 10월15일 마감일까지 시 141편, 소설 27편, 수필 13편 등 총 181편이 응모됐다. 짧은 기일 안에 놀라운 관심과 반응을 보여준 학생 여러분께 이대동창문인회(이하 이문회)는 깊은 감사를 드린다.그동안 이문회는 적은 액수이지만 글을 잘 쓰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왔는데 기왕이면 우리가 원고 모집을 해서 문예상 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문화의 시대를 맞이해 차세대 창의적인 작가를 양성하자는 목적으로 치
토요일 5시 반 서울역 8‧9번 출구를 가르는 중간 통로엔 무료 진료소 운영 준비가 한창이다. 간이 진료소가 차려지기도 전에 나타난 익숙한 얼굴들은 하나 둘 통로 가장자리에 일렬로 놓인 플라스틱 의자를 드르륵 끌어 그 위에 몸을 싣는다. 나는 물건을 옮기는데 여념이 없어 그들이 의자 위에 내려놓은 무게에 대해 짐작조차 않는다. 언젠가 바삐 움직이는 봉사단원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그 얼굴을 마주친 적이 있지만 금새 시선을 거두었다. 6시, 진료 시작을 알리는 PM의 말소리가 들린다. 예진 업무를 맡은 나는 노트북에 OCS 프로그램을 띄
화수동에는 60년 된 방앗간이 있는데가래떡 기계는 떡을 뱉을 때마다 몸을 떨었다그 떨림은 골목을 울렸지배춧잎 따며 조잘대던 아지매들이 빼꼼세탁소집 아이가 뛰어나왔고 낮잠 자던 고양이는 가르릉 거렸다 작은 방앗간에서 시작된 떨림은 동네방네 달리며골목 곳곳에 숨어있는 소리를 이어 갔다사람들은 서로의 진동수를 맞추어 갔다 방앗간 할머니에게는 손주가 있는데자신이 만든 시끄러운 떡은 먹지 않고공장에서 나오는 조용한 떡만 먹는댄다말 많던 사람들 어디로 갔을까 할머니는 가래떡 기계의 소싯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세월을 먹은 기계는 옆에서 골골대었
우리는 긴 시간 우주를 떠돌다 드디어 우리의 모행성인 지구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1세대의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우리의 불가능한 바람에 불과했습니다. 지구는 황폐했습니다. 우리 2세대가 갖고 있는 최초의 기억, 머리도 눈도 검은 우리의 어머니가 따뜻한 풍경 속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던 그 기억은 어머니에 의해 조작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지구에는 살아남은 생명이 없는 듯 했습니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듯한 화재가 있었고, 종종 1세대 인류의 타버린 흔적이 있었습니다. 모행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했
19세기 영국의 비평가, 수필가로 알려진 토마스 드 퀸시(Thomas De Quincey)가 1804년 옥스퍼드대학의 학생이었던 어느 날, 치통으로 인해 며칠간 두통을 겪게 된다. 그때 친구 권유로 진통제 ‘아편팅크’를 마시게 되면서 아편중독으로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는 처음에 복용량이 적어 문제가 없었지만, 점점 의존성이 강해지면서 다양한 아편류에 빠져들었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였다고 소설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Confessions of an English Opium-Eater)’에서 밝히고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 세계적 지성이 들려주는 모험과 발견의 철학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서울 : 인플루엔셜, 2023 스마트폰의 등장은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진보시켰습니다. 스마트폰은 집으로 세상을 가져다 주었고, 손 위의 세상이 확장될수록 점점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바깥 세상에 대한 두려움 역시 집안에 머물고자 하는 경향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기술의 발달이 제공하는 안락함 속에서 집안에서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확신하지만, 진짜 삶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