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레슨을 받게 된 건 정말 충동적인 일이었다. 물론 노래에 관심은 있었지만 실용음악학원에 등록한다는 건 내 인생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노래를 소름 끼치게 잘하는 것도 아닌데 돈 쓰고 시간 써서 노래를 배워봐야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뻔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훨씬 많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마음으로 무작정 취미반에 등록했었다. 무더운 여름날이었다.“못한다면서요! 잘하는데?” 쭈뼛쭈뼛 부른 노래를 듣자마자 선생님은 그렇게 말했다. 보컬 선생님은 노래로 날고 긴다는
다 알면서 어쩔 수 없었다. 독일에서 사 온 탐폰이 다 떨어진 지 오래였지만, 게으른 나는 배가 알싸해지는 것을 느낀 어제가 돼서야 해외직구를 알아보며 아마존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원하는 제품을 받으려면 적어도 2주. 아쉽지만 이번 달은 그냥 드럭스토어에서 생리대를 살 수밖에 없었다. 진열대 앞에서 수십 분을 서성였다. 유해물질이 있을 걸 알면서도 미리 사지 않은 게으름을 탓하며, 그나마 그 중에라도 나은 것을 골라보겠다고 몇 가지 종류의 생리대를 한참 들여다보고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 이전 같았으면 가장 싼 거, 아니면 1+1로
우리말의 탄생 : 최초의 국어사전 만들기 50년의 역사 - 최경봉 지음. 서울 : 책과함께, 2019이 책에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 편찬되기까지의 지난했던 역사와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기필코 우리말만은 지켜내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연구하는 국문학자로서 사전 편찬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과거가 된 역사를 현재의 언어로 생생하게 재현해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식민 지배의 아픔을 겪은 국가 중 자국의 언어를 온전히 회복한 거의 유일한 나라라는 사실 알고 있나요? 이토록 치열
“키토스!(Kittos)” 유바스큘라(jyvaskyla)에 산다면 버스에서 내릴 때 해야 하는 말이다. 핀란드어로 고맙다는 뜻으로 운전사가 들을 수 있게 크게 외쳐야 한다. 핀란드 대중교통 문화는 지역마다 다르다. 아무런 인사 없이 그냥 내리는 지역도 있고, 내릴 때 손을 들어서 인사하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유바스큘라에 처음 온 사람들이다. 아니면 고집 센 사람들이거나. 초반에는 어색해서 말하지 못 했지만, 고맙다는 말을 알고 나서도 소리 내서 말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요즘에는 스스로와
하은희 교수, ‘제15회 이화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하은희 교수(의학과)가 제15회 이화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 교수는 국내 최초로 본교 산부인과와 함께 ‘어린이환경보건출생코호트’를 구축했다. 어린이환경보건출생코호트는 일생의 건강과 질병의 원인을 태아 시절 유해 환경 요인 노출로부터 찾아 탐구하는 연구 방법이다. 하 교수는 “이화 안에서 배운 대로 실천해 얻은 학문적 업적을 큰 훈장으로 돌려받은 것 같아 매우 감사하다”며 “이화에서 남은 시간도 환경 의학 발전에 계속 기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상욱 교수, ‘휴먼 프런티
스승의 날, 이맘때면 떠오르는 선생님들이 있다. 소심해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조차 부끄러워하던 내게 용기를 주고, 꿈을 구체화할 수 있게 조언하고, 어떤 길을 가도 항상 믿어준 선생님. 모두 내가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따스하게 안아주셨다.이처럼 선생이란 직업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교사의 관심과 격려의 말 한마디는 한 아이의 가치관, 목표 그리고 인격 형성까지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교사는 윤리적 자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요구되는 직업이다. 지난 3월 서울 소재 초등교사 양성대학에서 ‘관습’이
4주동안 진행된 영국 해외취재가 이번 주로 막을 내린다. 본지는 영국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아오기 위해 영국에서 활동하는 동문 인터뷰, 옥스퍼드 대학(Oxford University)의 토론 문화 기획 기사를 실었다. 이번 학기 해외취재 시리즈의 마지막 주인공은 바로 옥스퍼드 대학 명예 교수 정미령(교육·66년졸)씨다. 밝은 모습으로 본지 기자들을 맞아준 그와 옥스퍼드 곳곳을 누비며 얘기를 나눴다. 한국인 최초의 옥스퍼드 대학 교수 타이틀을 얻은 것은 물론, 두드러지는 학문적 성과까지 갖고 있는 자랑스런 동문의 이야기를 담았다.한국인
“잘 살아남았다.”같이 퇴임할 기자들에게, 그리고 2년6개월, 총 906일 간 학보 기자로 활동한 제게 건네고 싶은 말입니다. 살아남았다니. 사정을 모르는 이에게는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학보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겠죠. 특히 2016년 동기 19명과 같이 시작해 2019년 혼자 학보사에 남게 된 저의 경우, 우스갯소리로 한 ‘살아남았다’는 표현이 조금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안녕하세요, 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오늘은 학보사에서 ‘살아남아’ 퇴임을 앞둔 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어쩌면 제가 906일 전의 학보를
본지는 1571호부터 교수 추천 도서 연재를 시작해 인문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등 14개의 단과대학에서 94명의 교수에게 도서를 추천받았다. 추천받은 도서는 5월17일 기준 184권이다. 이번 호에서는 음악대학 교수의 추천 도서를 다룬다. 소설부터 전공 도서까지, 9권의 책을 추천사와 함께 지면에서 소개한다. 김말복 교수 무용과「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래리 고닉/궁리 출판사미국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와 예일대(Yale University)에서 부교재로 사용하는 만화책이다. 전 세계 역사를 국가별, 권역
자신의 회사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정적인 ‘퇴사 모멘트(moment)’가 없는 이상, 안정적인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나오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씨티은행 경영혁신부에서 일하는 반승아(국문·07년졸)씨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게 내 길이 맞나’ 싶으면서도 회사가 싫지는 않아서, 딱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어서 진로 고민을 계속하는 직장인. 그런 그가 「퇴근할까 퇴사할까」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냈다. 7일 그를 직접 만나 진로 고민이 책으로 탄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그가 처음 꿈꿨던 직업
14일~16일 해방이화 133주년 대동제 ‘Episode(에피소드)’가 열렸다. 작년보다 약 30개 부스가 늘어났고, 잔디광장에서 진행된 공연에는 약 1000명이 늘어난 2500명가량의 재학생이 입장해 관객 수를 제한해야 했다. 2019년 봄의 대동제, 그 현장은 어땠을까? 이화의 핫 플레이스였던 133주년 대동제에 본지가 함께했다. Episode 1. #에피소드 #개막식 #폐막식해방이화 133주년 대동제 ‘Episode(에피소드)’의 개막식이 약 200명의 이화인과의 정을 나누며 시작됐다. 개막식은 14일 오후12시30분 학생문화
얼마 전, 2019년 새해 계획을 세웠다. (5월에 새해 계획이 웬 말이겠냐만) 그래도 ‘아직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는 마음가짐으로 새 노트에 계획을 하나씩 적었다. 영어 공부, 운동, 운전 연습, 취미 생활, 일기 쓰기, 하고 싶은 프로그램 기획안 쓰기 등. 하나씩 정성스레 적고 나서 깨달았다. 나는 대학 신입생 때부터 근 15년간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새해 계획을 쓰고 있었다. 심지어 몇 가지만 빼면 어린 시절 방학 계획과 다를 게 없었다.이런 순간이 오면 지나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리고는 ‘나는 대체 어떻게 살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기나긴 싸움…”이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흑백 영상. 여덟 명의 본교 교수와 학생들이 각자의 전공 언어로 문학 구절을 낭독한다. 국어, 중국어, 영어, 불어, 독일어…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학도들이 이어가는 힘 있는 낭독에 ‘여성적 어조’란 없다. 여성, 그리고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본 영상은 ‘여류문학’ 등의 남성중심적 명칭과 시선으로 그 가치가 평가절하돼 온 여성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문장을 창작한 작가부터 그것을 자신의 전공 언어로 읽어내는 교수와 학생들, 그리고 이들
“전국의 롯데 호텔 약 20곳을 모두 방문한 후 분석한 자신만의 마케팅 전략을 자기소개서(자소서)에 첨부한 우수 사례가 있습니다.”지난 15일 오후5시~6시30분 ECC 142호에서 인재개발원(인개원) 특강 ‘초짜 티 안 나게 지원서 쓰기’가 열렸다. 강의는 이력서 및 자소서 작성 방법과 유의점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강에서 롯데 호텔에 입사하고 싶어 전국의 롯데 호텔을 순회했다는 서울시립대생의 우수사례를 소개한 채용 컨설팅 전문가 김지현 강사는 학생들에게 지원서에 경력 사항, 자격증 등을 작성할 때 유용한 몇 가지 팁을
우리나라의 청년 공무원 시험(공시) 준비생이 44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체 청년 인구(재작년 기준) 644만5000명의 약 6.8%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청년이 도전하지만 합격하기 힘든 공시 합격 비법은 무엇일까? 본지는 좁은 문을 통과한 공시 합격생 세 명을 만나 공부 방법과 면접 노하우를 들어봤다. 김성연(역교·15년졸)씨는 1년 6개월간의 수험 기간을 거쳐 2016년도 9급 교육행정직 지방직에 합격했다. 김씨는 공무원 시험(공시)을 준비하기 전 사기업에서 근무하다 잦은 야근과 고용의 불안정성 때문에 공시생이 됐다.수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