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지향적’의 비극
908
지난 주 2019 대수능을 치르며 떠오른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 한 조각이 있다. 우리 학교에 들어온 대부분의 학생이 그랬을 듯이 당시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공부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고, 그 엄청난 본성을 억누른 채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마법과도 같은 말이 하나 있었다. 대학에 가면 네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으리라.고등학교에 몸담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의심치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수능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정말 수능만 끝나면 내가 원하는 삶을
상록탑
김동건 편집부기자
2018.11.26 07:18
-
새로운 시대는 반드시 온다
787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 은 한 권 뿐이다. 전해지는 의 6장은 “서사시와 희극에 관해서는 나중에 말해보도록 하고, 지금은 비극에 관해서 논의해보자”며 글을 시작한다. 허나 그 끝인 26장에 달할 때까지 아리스토텔레스는 희극을 언급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2권이 존재하며, 2권에서는 희극에 대해 논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2권은 언제 어디서 왜 소멸됐을까? 그 질문에 대한 상상으로 ‘장미의 이름’(1986)이라는 소설과 동명의 영화가 탄생하게 된다.1327년 이탈리아
상록탑
김동건 편집부국장
2018.10.08 05:02
-
성폭력 가해 교수, 파면 아닌 해임
2534
성추행 논란이 있던 조형예술대학(조예대) 조소전공 K교수와 음악대학(음대) 관현악과 S교수가 파면이 아닌 해임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로써 K교수와 S교수는 퇴직금 수령이 가능해졌으며 3년 후 다른 학교에 재임용될 수 있게 됐다.관현악과 비상대책위원회(관현비대위)에 따르면 징계 결과는 언론에 공개되기 전 피해당사자에게 공유가 됐지만, 피해자와 관현비대위 측은 2차 피해를 우려해 직접 학내 구성원에게 공유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공유의 책무는 학교 당국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결과를 공식적으로 공지하지 않
캠퍼스일반
김동건 기자, 이수연 기자
2018.10.08 04:58
-
-
여러분이 ‘피키 블라인더스’를 봐야하는 이유
11933
시대극과 정치적 올바름이 공존할 수 있을까. 오늘날처럼 인종, 성별, 성정체성 등 다양한 가치가 혼재된 다원적 사회에서 그러지 못했던 과거를 배경으로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단일적이고 정치적 올바름에 무관심한 사회라면 걱정을 할 필요 없겠다. 하지만 다문화가 진행된 지 100년이 넘었고, 나름 선진국으로서 다양한 가치를 포용하려 노력하는 영국 정도 되는 나라라면 그러한 고민을 할 법하다. 2013년에 제작돼 각종 시상식을 휩쓸고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영국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Peaky Blin
상록탑
김동건 편집부국장
2018.09.03 19:23
-
거꾸로 가는 한국 연예계
597
50년대 미국 사회에 매카시즘 광풍이 불었을 때였다. 당시 미국 정부에서는 소위 ‘빨갱이’로 의심되는 일부 작가들과 배우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아카데미 시상 본부에 송부했다. 결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와 배우의 이름은 해당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불리지 않았다. 대신 낯선 이름들이 시상식에 울려 퍼졌고, 그 누구도 단상 위에 올라가 상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회자는 진행을 이어갔고, 무대 밑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짜기라도 한 듯 침묵했을 뿐이다. 당시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와 배우들은 모두 해당 회차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상록탑
김동건 편집부국장
2018.06.04 00:52
-
-
이화 속 탈북 학생이 바라본 2018 남북정상회담
711
ㄱ씨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자신은 언제나 수많은 탈북자 중 한 명일뿐이며, 절대로 그 집단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통일부가 2018년 3월말 입국 기준으로 제시한 북한이탈주민 입국인원 현황에 따르면 한국에는 31,530명의 탈북자들이 살고 있다. 본지는 ㄱ씨 외에도 본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3명의 북한이탈 학생들의 의견 또한 간략히 들어봤다. 탈북 학생 ㄴ씨는 11년 만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남다른 감회를 표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어갔다 다시 넘어온) 1분이 안 되
학술·연구
김동건 기자
2018.05.14 04:16
-
-
통일에 반대하는 당신이 알았으면
717
실로 즐거운 나날들이었다.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났다. 최초로 북한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으며, 최초로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언론을 장식한 각종 화려한 ‘최초’라는 수식어가 마음에 들었다. 역사의 한 가운데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대학보 5월 발행이 시작하자마자 관련 기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흥미
상록탑
김동건 편집부국장
2018.05.07 03:29
-
개헌은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
540
청와대는 지난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일에 걸쳐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다. 20일에는 개헌 헌법 전문과 기본권, 21일에는 지방분권 및 국민주권, 22일에는 정부 형태 및 헌법기관 관련 내용이 공개됐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26일)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헌안 발의를 코앞에 둔 시점이지만 국회의 여야 협상 테이블은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야
상록탑
김동건 편집부국장
2018.03.25 23:13
-
이대목동병원 사건부터 '백종원의 골목식당'까지, 쉴 틈 없는 이화의 방학
1626
사건사고△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집단 사망 … 이대목동병원 책임 인정 작년 12월16일 본교 의과대학 부속 목동병원(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집단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신생아 집단 사망의 원인은 주사제 오염으로 인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Citrobacter freundi) 감염(패혈증)으로 추정된다. 이
캠퍼스일반
김동건 기자
2018.02.26 02:41
-
한국의 기준으로 한국을 말하라
748
제국주의 시대가 끝난 지 반세기하고도 이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허나 여전히 제국주의 시대 수혜 국가의 후손들은 그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와 화합이 중시되는 올림픽에서 벌어진 일이다. 21일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네덜란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얀 블록하위선은 느닷없이 “이 나
상록탑
김동건 편집부국장
2018.02.26 01:48
-
바쁜 학생들에게 학생자치는 사치
1557
본교 학생자치의 위기는 저조한 총학 투표율 및 학생회비 납부율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 원인은 무엇일까. 취재 결과, 학생들이 취업난으로 인해 학생회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는 점과 총학의 사회 연대 노선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뚜렷이 나타났다. △ 학업부터 취업까지, 바쁜 세대에게 학생자치는 사치 대학생들이 이전 시대에 비해 바빠진 것은 사실이다. &lsq
캠퍼스일반
김동건 기자, 박보경 기자, 정선아 기자
2017.12.04 13:43
-
-
-
-
“결혼은 선택일 뿐”… 높아가는 비혼의 목소리
2610
이 기사를 읽는 대부분의 이화인이 어렸을 때만 해도 ‘비혼’은 죄악이었다. 사실 비혼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비혼 대신 ‘노처녀’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쓰이던 시절, 결혼을 하지 않겠다면 돌아오던 답변은 “꼭 이런 애들이 제일 먼저 결혼한다”는 낭설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캠퍼스일반
김동건 기자
2017.11.12 17: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