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나라가 망한다고 한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생을 해결할 대책을 공격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정부는 아이를 낳고도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 정치권에서 제시하는 정책들은 아이를 낳을 것을 전제에 두고, 아이를 낳아야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제시한다. 돈도 주고, 집도 주고, 아이를 낳아도 변함없이 일을 하게 해주고, 나라가 함께 아이를 돌봐 준다고 한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에 뚝 떨어지는 M자형 그래
3월4일 오후3시,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도착했다. 주변에서는 한국어보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 불어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들이 나의 귀를 간지럽혔고 한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이 나를 반겼다. 자주 오는 광화문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몇 달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도착한 여행 3일 차의 마지막 일정 같았다.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군중 속으로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나도 이 시간만큼은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 유아차에 탄 금발의 남자아이, 한복을 입고 아빠의 목에 올라타 드넓은 경복궁을 구경하는 갈색 눈의 여자아이, 나란히 한
안녕하세요, 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편집국장 김아름빛입니다.어느덧 캠퍼스에도 완연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봄을 맞이한 캠퍼스에서는 새학기의 설렘과 새로움보다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편집국장으로서 첫 인사를 드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대학보도 어느덧 이번 학기 상반기 발행을 한 번 남겨두고 있습니다.이번 호에는 기자들이 열심히 기획하고 취재한 총선 기획기사가 실렸습니다. 유권자인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총선에 대한 이화인들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기사를 준비했습니다.총선 기사를 기획하며 기성언론과는 다른 새로운
언제나 필연적인 논리로 이루어진 상황만을 마주할 수는 없다. 세상은 아주 우연히 나를 괴롭게 한다.방송국에서 밤중에 일어난 일을 취재하고 귀가하는 새벽 6시였다. 그날따라 큰일이 없었다. 궂긴 소식이 없었다는 뜻이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기쁜 일이었다. 기자로서도 반길 수 있을까?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기자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를 기사로 쓸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 바로 이어, 사건은 기자가 바란다고 생기거나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내가 느낀 딜레마는 누군가 죽고, 다치고, 범죄를 저지르는, 마냥 유쾌하지 않은 소식을 캐
누구에게나 대학 진학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아무 대학을 가는 것은 쉽지만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가는 것은 어렵다는 말은 명백한 진리이다.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새해 큰절도 올리지 못한 채 2022년 1월 1일 기숙형 재수학원에 입소했다. 입소하기 전에 마지막 한을 다 털어내려고 전국 각지 여행까지 다녀왔지만, 입소하는 발걸음은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그래도 새로운 결괏값을 내기 위해서 답답한 마음은 꾹꾹 누른 채 재수학원 생활을 시작했다. 재수학원 시간표에 적응하는 것조차 버겁다. 8교시는 기본이고, 식사 시간을 제
사랑, 이 두 글자가 주는 의미는 음절의 수와 반비례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한한 듯싶다. 사랑을 사전에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정의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의미만으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 단어에 나는 나만의 의미를 하나 더하고 싶다. 나에게 사랑이란 ‘타인의 언어를 기꺼이 학습하려는 행위, 또는 그런 마음’이다.이러한 의미를 더하게 된 계기가 있다. 내가 다니던 학교 앞에는 맛집으로 소문이 난 경양식 돈가스 가게가 있다. 혼자 밥을 먹어야 할 때나, 기분이 좋지 않을
나는 오전9시 아침 수영반의 유일한 청소년이다. 유난히도 더운 날들이 이어졌던 작년 여름, 동네 시립청소년센터의 수영 아침반을 등록했다. 시립청소년센터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수영반의 8할은 할머니들, 남은 2할은 아주머니, 아저씨들과 유일한 청소년인 내가 차지하고 있다. 수강생의 평균연령이 70세쯤 될 것 같은 공간의 유일한 청소년이 나라는 사실에 기분이 묘하다.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에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수영장에서 깨닫게 된다.초등학교 때 배운 자유형과 배영 복습을 끝마치고 평영 진도를 막 나가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나와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 편집부국장으로는 처음 인사를 드립니다.개강 3주 차에 접어들며 아직은 쌀쌀했던 날씨도 누그러지는 듯합니다. 오늘 등굣길에는 캠퍼스 곳곳에서 연둣빛 목련 꽃봉오리가 돋아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대학보의 개강은 늘 학교의 개강보다 3주쯤 이르기에 기자들은 벌써 한 달 가까이 달려온 셈입니다. 특히나 지난주부터는 학업과 취재를 병행하며 학내 구성원 사이의 소식들을 전하고자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이런 분주한 움직임의 끝에 매주 이어지는, 밤을 지새우는 끝없는 고민과 치열한 기
새내기 시절 나에게 대학이란 존재는 그저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다니게 되는 학교일 뿐이었다. 고등교육을 거치고 입학에 들어온 나는 졸업요건을 채우고 필수 수강해야 하는 전공 과목들을 찾아 듣는 것에 급급했다.그러나 학보 기자 생활을 하면서 나는 비로소 학생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그저 글을 전문적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대학보에 들어왔지만, 여러 인터뷰이들을 만나면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하나씩 알아갈 때 기자로서 가장 큰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다.매 학기 학내 이슈를 접하고 다양한
2월14일, 새벽3시경 게르 안 석탄이 다 떨어 져 난방이 꺼졌다. 꺼질 듯 말 듯한 약한 불씨를 보고 전날 밤 핫팩 여러 개와 패딩을 잠자리 옆에 준비해 두고 잤다. 불이 꺼져 추위가 조금씩 느껴지니 자연스럽게 눈이 떠져 준비해 둔 핫팩과 패딩을 주섬주섬 껴입었다. 다행히 추위는 면했으나 참으로도 낯선 경험이었다.몽골 여행에서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포장도로를 달리는 것도, 밤새 따뜻한 보일러가 돌아가는 것도, 오밤중에 혼자 갈 수 있는 화장실도,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실도 모두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와 집으로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편집국장 김아름빛입니다. 편집국장으로서 여러분께 처음 인사드립니다.지난 학기 기사를 쓰며 매일같이 밤을 샜던 학보실에 있으니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이대학보 26명의 기자들은 여러분께 좋은 기사, 좋은 사진,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며 이번 학기 상반기 첫 발행을 시작했습니다.이번 1676호에서는 개강을 맞아 새로 시작하는 캠퍼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신입생 입학식, 신입생 OT와 함께 학내외 이슈도 여럿 다뤘습니다. 특히 의과대학, 인공지능대학을 취재한 기자들의 어
설날을 한국에서 보내지 않은 건 처음이었다. 지난 2월, 태어나 처음으로 밟은 미국 땅에서 가재 요리를 먹으며 이방인으로서의 설날을 보냈다. 미디어를 통해서만 겪어본 미국이라 가기 전 여러 걱정이 있었다. 외국인이라고 무시하는 건 아니겠지, 미국인들 사이에 껴서 주눅 드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오랜 기간 날 감쌌던 걱정들이 무색해질 만큼,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있는 미국의 자유로움이 이방인 신분의 나를 반겼다.이름만 들어도 족히 그 유명세를 알 만한 대학들의 캠퍼스도 방문했다. 학생 모두가 저마다의 스타일을 고수한 채 자유롭게 캠퍼
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편집부국장 김민아입니다.어느덧 한 학기의 마지막 신문이 발행됐습니다. 마지막은 처음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열한 번의 발행을 되돌아보면 계획했던 기사가 무사히 발행되기도, 기획 기사가 예상치 못하게 사라지거나 생기기도 했습니다.우선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 시리즈가 1675호를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나는 어떤 시간을 달리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시리즈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낼 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담았습니다.총학생회(총학) 선거 기간에는 상황을 계속 지켜보며 실시간
33번의 마감 후 퇴임을 앞둔 지금. “찍은 사진 중 제일은 뭐냐”라는 질문을 받고 급하게 내가 찍었던 사진들을 기억해 내지만, 하나를 짚기 어려웠다.하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취재는 있다. 작년 11월, 기자 생활 2개월 차에 이태원 참사 추모 현장에 가기 위해 늦은 밤 기자 3명과 함께 택시를 탔다. 어깨의 그 무거운 카메라 가방보다 마음이 훨씬 무거웠던 밤. 수많은 꽃과 추모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 소주병에 꽂혀있는 한 송이의 백화. 눈물 흘리는 이들 앞에서 ‘찰칵’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게 어색했지만, 이 현장을 기록해야겠다
10월 22일 오후 4시, 나는 우이천에서 짝지은 원앙들을 보았다. 물 위에선 한없이 평온할 줄만 알았던 저 원앙들이 한껏 몸을 부풀리며 다른 원앙들을 위협할 때가 있었다. 그건 자기 짝에게 공격이 가해질 것 같을 때. 대체 저 말 못 하는 동물들은 뭘 알길래 사랑을 하고, 계산 없이 본능적으로 짝을 지키려 할까. 이런 면에서 보면 일부 동물들은 인간보다 한 차원 높은 사랑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저 원앙들을 보면서 내가 가진 사랑에 대해 둘러보았고, 어떤 태도로 사랑을 마주해야 할지 정의하는 시간을 가졌다.나는 원래도 사랑이 많
이맘때면 시간에 가속도가 붙음을 느낀다. 거리에 수험생을 응원하는 다정함이 가득하고 반짝거리는 캐롤이 들린다. 어느새 연말이 다가온 것이다.일 년이 한 시간이라면 고작 7분30여초가 남은 셈이다. 어쩌면 연말은 초, 분, 시, 달, 년처럼 인간이 나눈 경계에 불과하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결국 거스를 수 없는 광활한 시간 앞에 무력해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아닐까. 특히연말은 한 살을 더하는 이상한 변화를 멋지게 포장하려는 듯하다. 두 달의 시간에 포장지를 감싸면서 우리는 설레고, 긴장하고, 또는 무기력해지기도 한다.사실 내게는 그
안녕하세요. 이대학보 독자 여러분. 첫 칼럼을 쓸 때만 해도 더위가 가시지 않은 여름이었는데 어느새 차디찬 바람이 불어 오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도로도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만, 얼마 남지 않은 학보 발행 횟수가 제겐 더 크게 와닿습니다.이번 학기 저희 학보는 아홉 번의 신문을 만들었고, 앞으로 두 번의 발행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번 호는 제2회 이화문예상 수상작들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총 네 면에 수상작과 소감, 심사평을 담았습니다. 기사를 몇 면에 어느 크기로 배치할지 결정하는 지면 레이아웃
낙엽이 져서 가을인 걸 알았다. 계절의 흐름도 신경 쓰지 못한 채 11월을 마주했다. 작년 겨울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학보에 온 마음을 다하고 있다 보니 어느덧 3학년이 성큼 다가온 걸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새 코끝에 겨울 냄새가 감도는 지금, 올 한 해를 되짚어 보면 오직 ‘이대학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스물하나의 매 순간을 학보와 함께한 것이다. 다른 이의 일주일은 ‘월화수목금토일’로 이뤄져 있을 테지만, 우리의 일주일은 ‘일월화수목금토’로 이뤄져 있다. 일요일을 통으로 다 바쳐 어떤 기사가 세상에 나가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
종종 늦진 않을까 생각했다. 현역으로 입시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간 친구가 사진 동아리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즐겁게 지내고 있을 때 나는 독서실에서. 고난도 비문학 지문을 풀었다. 늦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늦어도 가고 싶은 길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탓에 주변의 온갖 반대와 우려를 피해 독서실로 향했다.혼자 다시 하는 수험생활은 막막하고 두려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정해진 것 하나 없이, 이미 정해진 것 같은 삶을 사는 주변 친구들과 다른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정해지지 않은 미래가 불안했고, 사계절
10월27일 오후 4시,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어쩌면 우리의 무한(無限)한 가능성일지도 모르는 하늘을 만났다. 6학기째 학교에 다니고 있는 3학년이지만, “졸업하면 무엇을 할 생각이야?”라는 무수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이 하늘을 보며 조금의 위안을 받았다. 작곡을 전공하는 음대생으로서, 그리고 고학년으로서 3학년쯤 되었으면 뚜렷한 길이 있을 것 같았지만 사실 아직은 없는 상태. 과연 나의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나는 임용고시를 보려고.”, “나는 유학을 가고 싶어.”, “나는 대학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