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인데도 밤같이 어두운 날이 있다. 하늘은 온통 회색이고 우산을 써도 비를 피할 수 없는 그런 날. 지난 2018년 5월 어느 날, 나는 한 중년 여성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그는 다소 어눌한 말투로 자신의 집으로 오는 길을 설명했고, 나는 처음 가보는 서울의 한 작은 동네를 몇 바퀴 돈 끝에 그가 사는 집을 겨우 찾았다. 그는 탈북 여성이다. 핵실험장으로 잘 알려진 북한 풍계리 근처에서 나고 자랐다.당시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할 계획을 세웠고, 주요 외신들은 주로 핵실험장이 어떻게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술집 화장실에서 칼에 찔린 채 “부장님이 찔렀어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며 부장과 함께 목격된다. 피의자가 된 부장은 결백을 주장한다. 검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숨막히는 진실 공방이 펼쳐지고, 사건은 성희롱 피해자가 자신이 부장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저항으로 자기 자신을 찌른 것으로 밝혀진다.7월 종영한 MBC 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의 한 장면이다. 연속 살인 사건, 연예인 마약 사건 등 범죄를 해결하는 국과수와 검찰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검법남녀’는 지상파에서 처음으로 시즌제 드라마의
첫 출근 날의 점심 메뉴는 우동이었다. 스물셋. 대학 4학년이었다. 의 막내 작가, 말이 작가지 대본 한 줄 쓰지 못하는 자료조사로 일을 시작했다. 학교 다니며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이번에는 진짜 일, 생계유지 목적의 직업이었다. 첫 출근을 하는 내게 아버지는 언제 MBC 직원이 되는 거냐고 물었다. 작가는 프리랜서고 공중파 방송사 중 작가를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하는 곳은 없다고 대답했다. 방송사에 대해서도 프리랜서에 대해서도 잘 모르시는 아버지는 그래도 열심히 해서 MBC 직원이 되라고 응원해주셨다. 일을 시작하
그의 소라색 블라우스는 담담하지만 강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블라우스는 박혜진 편집자(국문·10년졸) 자신의 색을 어렴풋이 보여주고 있었다. ‘페미니즘 입문서’로서 자리매김한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낸 민음사 한국문학 팀 박 편집자를 지난 12일 민음사 본사에서 만났다. “제가 책을 만들어서 이렇게 판매량이 높았던 경우도 처음이지만 무엇보다 사회에 미쳤던 영향력이 아주 컸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문학이 힘없는 예술 장르로 생각이 됐다면 이제는 사람들의 실질적인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박
이화에서 2018학년도 학위수여식 주인공들은 어떤 시간을 함께 했을까. 신촌캠퍼스 80주년부터 미투운동까지 기쁨으로 가슴 벅찬 순간에도, 힘든 마음이 들어 모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이화는 곁에 있었다. 졸업식특별호를 맞아 본지는 2015년도부터 2018년도까지의 주요 기사를 꼽았다. 각 기사는 1489호(2015.03.02.)~1572호(2018.12.03.)의 보도내용을 토대로 데스크 회의를 거쳐 선정됐다. 신촌캠퍼스 80주년, 이화의 발자취를 돌아보다(본지 1491호,2015.03.16)2015년 3월 본교가 중구 정동캠퍼
올해 본지에는 총장선출뿐 아니라 취업난, 대선, 소비경향 등 사회 문제와 접목된 기사가 눈에 띄었다. 2017년 마지막 발행을 맞아 1년, 20차례의 발행 동안 파급력이 컸던 기사와 시의성이 두드러졌던 기사 등을 선정해 ‘2017년 이대학보 선정 10대 기사’로 소개한다. 1536호(3월27일자)내일만 바라보는 취준생, “내 일자리는 언제쯤…”극심한 취업난 속 취업준비생(취준생)이 겪는 어려움을 다뤘다. 취준생이 어떤 불안감을 느끼는지, 어떤 부담감을 지고 있는지 등 학생들의 심경을 취재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취준에 막막해하지만
여성으로서의 경험 나누며 교감…공감을 통한 사회적 경험으로의 확장 “이 책을 처음 읽고 든 생각은 누구의 얘기도 아니지만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이었어요”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의 첫 독자이자 편집을 맡은 박혜진 편집자는 15일 열린 ‘82년생 김지영 작가&편집자 선배와의 만남’ 행
- 오랜만의 모교 방문일 것 같다. 재학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 사실 오랜만에 오는 건 아니다. 졸업한 지 7년이나 지났지만 대학 친구들 만나거나, 꼭 그럴 때가 아니어도 종종 학교에 온다. 학교 다닐 때도 교정을 나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을 거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이 여전해서 좋다.재학 시절엔 이대학보사 기자로 활동했기 때문에 항상
페미니즘이 낯선 그대, 페미니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그대에게 북카페 두잉 김한려일 대표가 추천하는 책을 살펴보자.김한 대표는 “훌륭한 책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내 삶과 딱 맞을 때 비로소 최고의 책이 된다”며 책을 추천했다. 1. 남녀불문 페미니즘 입문작「82년생 김지영」 (조남주) ‘평범한’ 여성 김지영씨가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 최근 출간된 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은 이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다. 주인공 ‘김지영’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불합리에 부딪힌다. 하지만 그 충돌은 조용하고, 태연하며, 당연하다. 이것은 주인공 ‘김지영’의 이야기이자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김지영’의 이야기다. 담담한 어조로 한국 여성의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 뒤에는 조남주 작가(사회·01년졸)가 있다. 조 작가는 본교 졸업 후 10여 년간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하다 2011년 문단에 데뷔했다. 그의 세 번째 소설인 「82년생 김지영」은 출간 한 달 만에 3쇄를 찍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기록하고 싶었던 한국의 여성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22일 오전 조 작가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