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조해진의 단편소설 「문주」는 철로 위를 위태롭게 걸어가는 한 사람의 목소리에서 출발한다. 그이의 이름은 ‘나나’. ‘한국계 프랑스인’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극작가이다. 아마 여기까지만 썼다면 그이의 삶의 내력이 그다지 특출 난다고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이의 이름이 한 가지가 아니라 ‘정문주’, ‘박에스더’ 이렇게 두 개나 더 있더라는 얘기를 전한다면, 왜 한 사람의 이름이 여럿일 수밖에 없는지 누구나 궁금해질 테다.여러 이름을 지어준 누군가들에 대한 기억이 흐릿한 나나 그 자신에게도 이름의 의미가 미궁의 영역에 속